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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댓글 막자vs검열 족쇄' 인터넷준실명제 논란 불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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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현 기자]

 

인터넷에 글과 댓글을 게재할 때 이용자의 아이디와 IP 주소 등을 공개하는 일명 '인터넷 준실명제' 법이 발의된 가운데, '기본권 제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사한 법안에 대해 2012년에 이미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한 바 있는데, 10년여 만에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는 겁니다.

 

악성댓글로 인한 잇따른 안타까운 소식에 '인터넷 실명제' 관련 여론조사에서 국민 70%가량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문제해결 요구가 강한 반면, 정부와 시민단체 등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국민의힘 의원 10인이 공동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최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에서 수정 가결됐습니다. (링크)

 

 

박대출 “악성댓글은 살인...

표현의 자유는 책임성 갖고 누려야”

 

당초 법안에는 아이디와 함께 IP주소까지 공개하는 안이 포함됐으나, 소위를 거치면서 아이디만 공개하는 것으로 수정됐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당 법률은 악성댓글을 ‘간접살인’으로 보고, 댓글 작성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를 갖습니다.

 

이를 위해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사이트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아이디를 수집·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만약 서비스 제공자가 이를 위반할 시에는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조항도 마련됐죠.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대출 의원은 제1차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에서 걸그룹 모 씨의 극단적 선택 등을 들며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댓글살인이고 간접살인”이라며 “자기글이라는 책임성을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 법의 취지”라고 주장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그런) 의도가 전혀 없다”며 “이것까지도 막지 못한다면 인터넷 세계에서 벌어지는 숱한 악성댓글로 인해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2012년 위헌 판결...이번에도? 우려

 

해당 법안은 ‘인터넷 준실명제’, 혹은 ‘제한적 실명제’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제한적 실명제는 앞서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 판결을 받은 적 있어 이번에도 위헌 논란이 제기됩니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게시판 제공자에게 본인 확인 조치 의무를 부과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법안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 정보 자기결정권 및 인터넷 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링크)

 

“본인확인제의 적용 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하여 법 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특히 이같이 판단한 근거로

△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 해외 사이트 도피로 인한 집행 곤란

△ 국내 사업자-해외 사업자 간 차별

△ 명예훼손, 모욕, 비방 정보 게시 감소 증거 부재

△ 표현 자유 사전 제한 통해 의사 표현 위축

△ 자유로운 여론 형성 방해

등을 제시했습니다.

 

발의된 '인터넷 준실명제' 법안은 위헌 결정을 받은 '제한적 본인확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은 제47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헌 결정의 국가기관 기속력'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관계부처 “입법취지 공감

하지만 신중히 접근해야”

 

인터넷준실명제 법안에 대해 관계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사실상의 반대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석영 제2차관은 소위에 출석해 “인터넷 게시판을 책임 있는 토론의 장으로 만들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이게 본인확인제의 어떤 변형으로 볼 수 있어서 본인확인제에 대한 헌재의 판단 등을 고려했을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디나 IP를 공개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정보를 게시하는 주체에게는 실명 확인과 비슷한 제한하는 효과가,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위헌 판결 가능성 문제제기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김현 부위원장은 “위헌 결정을 받은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해 익명 표현의 자유를 더 침해할 우려가 있어 위헌 사유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개정안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용자의 아이 디 및 프로토콜 주소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라는 입장은 동일하므로 공개 대상에서 프로토콜 주소를 제외하더라도 개인정보 자기결 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개인정보보호 위원회(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 “익명표현의 자유 제한,

인터넷 실명제 부활이다”

 

시민단체들은 “위헌적 법안”이라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습니다. 해당 법안이 '인터넷 실명제의 부활'이며,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헌법 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본 겁니다.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와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4월29일 “위헌적 인터넷 준실명제 법안 의결한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단체들은 “위헌결정을 내린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키는 내용과 다름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익명표현의 자유’는 외부의 명시적ㆍ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ㆍ사회적 약자의 의사 역시 사회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적 보복의 우려 등으로 자기 검열 아래 비판적 표현을 자제하게 만든다”며 “이는 곧 인터넷이 형성한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다양한 의견 교환을 억제하고 국민의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아이디 공개 조치

개인정보 유출 연결되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소위 논의과정에선 위헌 논란 외에도 ‘개인정보 공개 범위’도 쟁점이 됐습니다. 아이디를 공개하는 것이 실명 공개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박대출 의원은 소위에서 “아이디는 본인 유일 이름이 아니고 수시로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아이디 가지고는 실명과 익명의 중간선상에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단체들은 이에 대해 “위헌이 된 ‘본인확인제’는 인터넷 서비스 이용시 이용자가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제도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모든 제도를 의미한다”며 “이런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만으로 익명표현의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라고 선언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당한 이용자임을 식별한다는 의미가 본인확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위헌 결정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특정 이용자의 아이디는 해당 이용자의 온라인 행적 및 개인정보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의 신원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됩니다. 여기서도 통과되면 법사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가 의결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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