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21세기 이래로 한국 사회는 세월호 참사(2014년), 이태원 참사(2022년), 무안 항공기 참사(2024년) 등 3대 참사를 경험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형 참사로 목숨을 잃는 엄청난 비극 앞에 우리는 속수무책이었다. 참사와 애도, 참사를 전하는 미디어, 뉴스에서 묘사된 참사를 소비하는 일반 국민 등등 아직 우리 공동체는 성숙하지 못 한 부분들이 많다. 광주 MBC 기자 출신 김인정 작가는 이 지점에 천착해서 책 <고통 구경하는 사회>를 출간했다. 이미지를 보는 사람들의 감정은 정말 양가적이다. 고통에 처한 사람의 이미지를 보게 되면 보는 사람도 심적으로 고통스러워지며 뭐라도 돕고 싶다는 연민이 든다. 동시에 사진이기 때문에 실제 내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안도감도 든다. 또 동시에 내가 구하지 못 했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수단의 굶주린 소녀>라는 퓰리처상 수상 사진은 너무 유명한 사진인데 사진기자는 왜 아이를 구하지 않고 사진 먼저 찍었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 6월10일 저녁 전남 담양군 담양읍에 위치한 담양도서관에서 김 작가의 강연회가 열렸다. 김 작가는 언론인 출신이었던
※ [김진웅의 정책 스토어] 11번째 칼럼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진웅 성동구의회 정책지원관] 대한민국의 돌봄은 개인 영역인가? 사회 영역인가?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최근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집에 홀로 남겨진 아동들이 화재로 사망하게 되는 비극을 접하면서 마음이 착잡하다. 2020년에도 인천에서 두 형제가 라면을 끓이다가 화마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돌봄이 너무 버거워서 ‘자녀 살해 후 자살’하는 사건들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이럴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한 마디씩 내뱉지만 사실 뾰족한 대안은 마련되지 않고 금방 잊혀지고 만다. 돌봄은 궁극적으로 국가적으로 풀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의 돌봄은 개인 영역에 머무르고 있고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과 취약계층의 희생만 강요되는 실정이다. 이번에는 돌봄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2000년대부터 저출산 고령화의 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돌봄 위기가 수면 위로 고개를 들었다. 미미하지만 공공 보육과 공교육 시스템, 무상급식, 방과후 교실 등 다양한 돌봄의 사회화 제도틀이 마련됐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육아휴직은 꿈만 같은 제도였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놓
※ [박성준의 오목렌즈] 66-2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16년~2017년 국정농단 이후 또 다시 겪게 된 탄핵과 조기 대선 정국이었다. 12.3 계엄 사태는 이재명 정부의 탄생으로 반년만에 마무리가 됐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계엄 첫날은 분노였고 그 다음부터 4월4일까지는 기다림과 초조였던 것 같다”면서 “그 다음 두달은 당연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았는데 뭔가 불안했다”고 회고했다. 전국민이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4일 17시반 박 센터장과의 오목렌즈 전화 대담이 이뤄졌다.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국민의힘과 내란 세력은 기세등등했기 때문에 도대체 뭘 믿고 저러나 그랬더니 믿는 구석이 있었더라. 내가 지난번 오목렌즈를 통해서 이재명의 압승이 어림도 없다고 했는데 사실 나도 놓쳤던 게 과반은 넘을 것 같다는 부분이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과반은 넘겠지 했는데 그 과반도 못 넘었다.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어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진짜 믿고 있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는 게 증명이 됐다. 돌이켜보면 2017년 19대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위 홍준표 후보를 500만표 이상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5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사브리나는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준 첫 오스트리아인 친구였다. 서구 영화에 보면 저녁 식사를 초대하는 것의 의미가 남다르던데 고심 끝에 한국을 대표하는 참이슬 2병과 오스트리아 전통 생강 쿠키 렙쿠헨을 선물로 준비해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처음이지만 이미 몇 번은 와본 것처럼 아늑하고 편안했던 사브리나 가족의 아파트. 한 쪽 벽을 장식한 오스트리아 국기도, 방문에 붙은 커다란 비엔나 지도도, 한국의 차가운 형광등과 다른 따뜻한 오렌지색 조명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편안하게 만든 건 좋은 친구의 환영이었다. 케이팝을 배경음악으로 선곡한 사브리나의 귀여운 배려가 이방인으로 실수를 저지르진 않을까 긴장했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줬다. 오븐에 구운 야채와 연어로 저녁식사를 마친 뒤 사브리나는 보여줄게 있다며 앨범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사람들이 줄서있던 곳에 갑자기 트럭이 돌진했다. 4명이 사망했고 16명이 부상을 당했다. 마약? 음주?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살인운전을 감행한 74세 할아버지 이모씨는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을 혼동했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 3월8일 오전 10시30분 전남 순창군 구림면 구림농협에서 조합장 선거 투표를 마치고, 타고 갔던 1톤 트럭에 올라 귀가하려고 하던 찰나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액셀을 밟았다. 트럭은 조합원들이 줄서있던 곳을 향해 무서운 질주했다. 차량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진할 것이라고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미처 피하지도 못 하고 20명이 변을 당했다. 7~80대 할머니 2명과 할아버지 2명이 숨졌고, 16명이 중경상을 입고 넉달이 지난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시골 농협 조합장을 뽑는 선거라서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 피해자였다. 이씨는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처음에는 차량 결함이나, 조합장 선거에서 정파적인 목적으로 보복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가설도 제기됐으나 그런 게 아니었다. 순창경찰서 수사관들은 이씨를 상대로 마약 검사와 음주 측정을 해봤지만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았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한국 사회가 흉흉해졌다. 1990년대 중후반 지존파, 막가파, 영웅파 등이 연달아 흉악범죄를 저질렀을 때와는 또 다른 형국이다. 오직 살인이 목적이었던 흉악범 조선이 신림동에서 칼을 휘두른 이후로 살인 예고글이 빗발치고 있다. 사태 초기에는 남성만 노린 조선의 행태를 옹호하는 정신나간 여초 커뮤니티 글에 분개한 몇몇 이상한 남성들이 여성만 노려 죽이겠다고 예고하는 유형이었는데, 이제는 인생이 안 풀리는 사람들 중 절망감에 빠진 놈들이 모방 범죄의 욕구를 느끼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살인 예고가 미친놈들의 놀이와 밈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총 21건의 살인 예고글이 작성됐으며 딱 2명만 검거됐다. 그러다가 이내 두 번째 무차별 살인극(3일 18시)이 벌어졌다. 다행히도 사망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는데 이중 2명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 사실상 2명을 죽인 것이나 다름 없고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1명도 꽤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하루 뒤(4일 10시40분)에는 식칼을 들고 서울 고속터미널을 활보하고 다닌 2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2001년생 남성 최원종은 지난 3일 18시 즈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 [박성준의 오목렌즈] 71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박보영 배우의 최근 연기 활동이 인상적이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와 <멜로무비>도 그렇고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와 얼마전 종영한 tvN <미지의 서울>도 박보영 배우만이 할 수 있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이번 드라마는 제목부터가 되게 끌렸다”며 “사실 한 배우가 1인2역으로 쌍둥이 역할을 수행하면서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게 쉽지 않은데 쉽지 않다는 게 배우가 연기하기도 쉽지 않지만 시청하는 사람들이 몰입하기도 쉽지 않다. 근데 그게 되더라. 조금만 어긋나면 그런 건데 정말 잘 소화했다.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와 미래의 성격이 다른데 박보영 배우는 <오 나의 귀신님>에 나왔던 그런 캐릭터하고 실제 성격이 비슷한데 미지가 그런 느낌이다. 이 드라마도 미지의 서울 생활이 가장 중요하다. 미지와 미래가 쌍둥이인데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그래서 다르게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았던 것이 좋았다. 박 센터장과의 오목렌즈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4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20대에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서러웠다. 혼자 있는 나는 뭔가 부족한 반쪽짜리였다. 그래서 나는 온전히 ‘현재’를 나만 생각하며 살아본 적이 별로 없었다. 과거의 누군가를 원망하느라 ‘과거’에 살았고, 만나지도 않은 다음 상대를 기다리며 불확실한 ‘미래’에 살았다, 그렇게 즐기고 누리지 못 한 현재가 쌓여 돌이킬 수 없게 되면 또다시 후회하며 나를 미워했다. 그래서 내가 밉지 않다고 말해줄 타인이 다시 필요했다. 아주 지독한 악순환이었다. 언제부터 왜 반쪽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걸까? 누구나 다 이렇게 사는 걸까? 너무 이른 나이에 독립해서? 아니면 호르몬 불균형? 원인의 실마리를 풀어보려 노력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참 이상하게도 지금은 혼자가 좋다. 올해 10월은 대단하진 않지만 내게는 인생의 가장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대통령 빼고 안 해본 게 없는 정치권 원로들과는 좀 결이 다르다. 1948년생 올해 74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한국 정치의 산증인이자 고관대작의 역할만 맡지 않았다. 3선 의원 출신으로 구 청와대 정무수석, 당 지역위원장, 당 최고위원, 당 인재영입위원장, 당 대선 캠프 상임고문, 국회 상임위원장, 국회 사무총장까지! 이렇게 다채로운 정치 코스를 두루 경험해본 원로 정치인은 정말 드물다. 가장 최근에 맡았던 공직이 국회 사무총장이라 그 호칭으로 부르는 게 나을 듯 하다. 유 전 총장은 확실히 반정치주의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다. 권력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다툼이 정치의 본질이나 다름 없는데, 자꾸 동일 지역구 3선 금지 또는 국회의원 숫자 줄이기 및 세비 축소 등과 같은 주장들이 정치개혁으로 포장되어 국민들을 눈속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전 총장은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로운 질서’ 포럼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혁신 방법으로 3선 이상 동일 지역구 출마 금지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그따위 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다”며 “반정치주의로, 국민 눈속임을 하는 것”이라고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일본 제국주의 정부는 독일 나치 정부 못지 않게 잔인했고 무도했다. 일제는 1948년 우생보호법을 만들어서 ‘불량한 자손의 출생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유전성 질환자와 지적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강제 불임을 시행했다. 무려 2만5000여명의 여성들이 불임 수술을 받았으며 9세 여자 아이에게도 칼을 들이댔다. 2024년 7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러한 야만 행위에 대해 뒤늦게 위헌 판결을 내렸다. 재판소는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도 인정했으며, 일본 국회는 작년 10월 피해자 보상법을 통과시켰다. 광주장애인인권센터 김영일 이사장은 일본 정부의 만행에 대해 “인간의 존엄을 무시한 국가 폭력이며 장애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사회의 잔혹한 의지가 반영된 역사”라고 규정했다. 지난 5월16일 13시 광주 서구에 위치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2025 세계인권도시포럼>이 개최됐다. 김 이사장은 ‘우생학과 강제 불임: 장애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국가폭력’ 토론회에 참석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수술과 조치를 강요받았고 삶의 통제권을 박탈당했다. 이제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침묵 속에 감춰졌던 국가의 장애인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