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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애도’는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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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우리는 참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전 MBC 기자였던 김인정 작가의 강의를 들어보기로 했다. 김 작가는 <고통 구경하는 사회>라는 책을 집필한 바 있다. 이 책을 바탕으로 김 작가와 같이 참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조명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강연 도중 김 작가는 작년 말에 있었던 제주항공 참사를 언급하며 울컥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안타깝게도 희생자 중에는 김 작가의 지인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6월 10일 저녁 담양도서관에서 강연회는 진행되었다.

 

 

김 작가는 기자 출신이었던 만큼 <고통 구경하는 사회>라는 책을 집필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신중했다고 밝혔다.

 

나는 언론 산업의 내부자였다. 그걸 정확히 인지한 채 이 책이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고통을 재현한 책이기 때문이다. 고통의 윤리를 재현한 사람의 위치성 또한 대단히 윤리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저널리즘 바깥에서 문제를 꼬집거나 지적하는 태도가 아니라 한국 뉴스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온 내부자로써 책을 쓰고 싶었다. 기자들은 언론의 내부자인 동시에 뉴스의 파워 소비자이기도 하다. 나 역시 뉴스의 소비자라는 내부자로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 책이 어떤 한 사람의 그럴싸한 명함이 되기보다는 우리를 위한 질문에 정말 간곡한 초대장으로서 읽히기를 원한다. 그래서 이 책은 대단히 조심스러운 어조로 쓰여져 있다.

 

 

김 작가는 온라인 세상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우리는 모두 온라인이 일부가 된 세상에 살고 있다. 다들 기본적으로 카카오톡은 다 설치되 있을 거 아닌가? 이외에도 너무 많은 SNS가 산재하고 있다. 밀레니엄, 젠지, 알파 세대는 앞선 세대로부터 온라인 행동에 대한 엄청난 오해를 많이 받았다. 때로는 칭찬을 듣기도 했고 꾸중을 듣기도 했다. 이번 계엄 사태 때는 촛불 세대 2.0 해가지고 엄청난 칭찬을 받기도 했지만 ‘좋아요’나 ‘리트윗’ 같은 그런 기술들로 실제 행동을 대처할려고 하기 때문에 너무 피상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온라인에서의 활동은 무시 받아야 마땅할까? 김 작가는 그렇기 않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에서의 활동도 오프라인에서만큼 중요하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독일 철학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이미지와 온라인 행동에 대해 진짜 행위와 구분해가지고 비난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미지와 행동은 분리된 것일까?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이 동시대에 관한 책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발 디디고 있는 현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2025년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살고 있다. 인스타 언팔이나 트위터 언팔은 사실상의 손절을 의미하고 카톡을 누군가가 안읽씹(안 읽고 무시하기)을 하면 기분이 안 좋다. 온라인 행동은 진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 쉬운 비난이다. 기자들도 다 SNS를 한다. 최대한 ‘좋아요’나 ‘리트윗’을 많이 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요즘 뉴스를 어디서 보는가? 다 온라인에서 본다. 요즘은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잘 없다. 뉴스를 보다가 공분이 들면 스토리에 올리고 공유한다. 데이터가 집단적으로 모이면 굉장히 큰 파괴력을 행사한다. 뉴스의 유통에도 분명 영향을 미친다.

 

 

이 뿐만 아니라 요즘은 ‘온라인 청원’ 기능도 있다.

 

온라인 청원, 기부 인증, 이런 행동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원래 여론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론조사기관들을 동원하여 여론을 파악했다. 그러나 요즘은 여론이 눈에 보인다. 그게 전부가 되었든 일부가 되었든 우리는 날것의 여론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온라인 행동은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힘이 굉장히 크다. 물론 이 행위가 전부일 수는 없다. 하루 종일 리트윗만 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시민 행동은 분명히 이 사회 안에서 하나의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 다음 김 작가는 유명한 퓰리처상 수상 사진인 <수단의 굶주린 소녀>를 언급하며 이미지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미지를 보는 사람들의 감정은 정말 양가적이다. 고통에 처한 사람의 이미지를 보게 되면 보는 사람도 심적으로 고통스러워지며 뭐라도 돕고 싶다는 연민이 든다. 동시에 사진이기 때문에 실제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안도감도 든다. 또 동시에 내가 구하지 못 했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사진은 너무 유명한 사진인데 사진기자는 “왜 아이를 구하지 않고 사진 먼저 찍었냐”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촬영 직후 소녀를 곧바로 구출하긴 했지만, 당사자인 사진기자 ‘케빈 카터’는 앞서 말한 비판과 생활고 등 복합적인 문제가 겹쳐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지금도 이 사진은 보도의 윤리적 문제의 예로 계속 언급되고 있다.

 

이외에도  2015년 바닷가로 떠밀려 내려온 아일란 쿠르디 난민 어린이의 시신 사진도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슬픔, 죄책감을 안겨 주었다. 사람들의 감정은 다 비슷비슷하다. 이런 것들이 점차 사회의 변화로 이어진다. 고통의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취약성의 격차가 있다. 사진에 찍힌 사람은 대단히 취약하다.

 

 

취약성의 격차, 무슨 말일까? 김 작가는 예를 들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예를 들어 불이 나가지고 막 옷도 다 챙겨 입고 나오지 못했는데 카메라는 그걸 취재한다. 하지만 이걸 보는 우리는 옷을 다 챙겨 입고 멀쩡한 정신으로 뉴스를 충분히 소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취약성의 격차가 현저하기 때문에 고통을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를 교란시키는 요소들이 얼마나 많은지, 거리, 시간 그리고 이 고통이 얼마나 새롭고 혹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나에게 얼마나 가깝고 먼지, 이런 요소들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대단히 교란시킨다. 사실 언론 산업의 딜레마다. 언론 산업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김 작가는 계속해서 언론 관련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화제가 되는 부분이 있고, 스펙타클한 부분이 있겠지만 보도물 안에는 다른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너무 염치없겠지만 보도를 응시하되 그 안에 있는 여러 요소들을 다 생각하면서 소비를 했으면 좋겠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많은 대형 참사들이 있었다. 세월호, 이태원, 제주항공까지 너무나도 안타까운 참사들이 있었다. 김 기자는 본격적으로 ‘사적 애도’ 와 ‘공적 애도’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산재로 사망한  '고 김용균', '고 김충현' 씨를 언급하며 왜 공적애도가 중요한지 설파했다.

 

사적 애도와 공적 애도는 존재한다. 우리가 지난 10여 년간 그것을 직접 목격을 해 왔다. 그리고 공적 애도는 반드시 필요한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죽음들이 단지 개인적으로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어떤 죽음은 분명히 사회적 오류로 인해서 생기고 우리가 그 죽음을 들여다봐야 이 고통과 사회적 구조를 고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씨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사회적 애도가 이루어진 후 다행히 김용균볍이 만들어졌지만 뒤이어 안타깝게도 김충현 노동자가 사망했다. 법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문제들이 계속 반복되었던 것이다. 유족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고통을 보여 주면서 더 많은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런데 이 죽음을 그저 노동자 개인의 죽음으로 치부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오류를 수정할 수 없는 사회로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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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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