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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쏠린 이목 “지금 광산에 사람 2명이 매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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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광산이 무너져 작업자 2명이 매몰되어 나흘째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괴산 지진’이 나고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다. 사실상 전국민적인 관심이 이태원 참사로 쏠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 속에서 매몰자 2명이 고립된지 9일을 맞이했다.

 

 

경북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의 ‘광산’이 무너져 작업자 2명이 매몰된지 9일째(3일 기준)다. 해당 광산은 납과 아연을 채굴하는 곳인데 지난 10월26일 18시 즈음 900톤에 달하는 토사가 무너져내렸다. 30분간 수직으로 계속 쏟아졌고 이로 인해 작업조장 박모씨(62세)와 보조작업자 박모씨(56세)가 지하 190미터 제1수직갱도에 고립됐다. 보조작업자 박씨는 고작 취업한지 4일만에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

 

매몰된 작업자들이 물 10리터와 커피 분말 한 통을 갖고 들어간 만큼 아직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영화 <터널> 속 이정수(하정우 배우)가 차를 타고 가다 터널이 붕괴되어 생수 2병과 케이크, 개 사료로 35일을 버텨냈던 상황이 연상된다.

 

 

문제는 구조 작업이 일주일을 넘길 만큼 위험하고 험난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고를 낸 A업체가 20년 전에 만들어진 광산 도면을 새로 업데이트하지 않아 그걸 토대로 땅을 뚫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내 잘못된 곳을 팠다는 걸 알게 되어 시간이 지체됐다. <터널>에서도 시공업체가 설계도를 무시하고 부실하게 공사를 해서 잘못된 위치를 파내다가 구조작업이 장기화됐었는데, 이번 매몰 사태 역시 사고를 낸 A업체가 갖고 있는 도면이 너무 오래된 것이라 구조를 어렵게 만들었다. A업체의 쓸모없는 도면은 실측한 결과와 무려 25~30미터나 차이가 났다.

 

한국광해광업공단(산업통상자원부)은 “아무래도 업체가 가지고 있는 도면이 오래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고 첫 시추 때는 급해서 우선 업체측이 가진 도면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했다.

 

 

다행히도 3일 작업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땅 속 170미터 지점에 76㎜의 구멍을 뚫었고 내시경 장비를 투입하는 데 성공했다. 구조당국은 경북소방본부와 동부광산안전사무소(산업통상자원부), 한국광해광업공단, 경동상덕광업소 등으로 구성됐는데 이날 투입된 내시경으로 작업자들의 생존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애썼으나 아직까진 알 수 없었다.

 

장유성 광산안전관(동부광산안전사무소)은 “내시경 수직 카메라는 갱내 여건에 따라 볼 수 있는 사거리가 가변적”이라고 설명했다. 구조당국은 땅을 뚫는 천공기를 총 11대 투입시켜 각기 다른 곳들을 조심스럽게 파내고 있다. 작업자들이 있을 것으로 유력하게 판단되는 곳에 주력하되 다른 곳들에도 내시경 카메라를 투입할 계획이다.

 

천공기 5·6·7·8호가 시추를 시작했다. 3·4호기 시추 지형의 형질과 비슷하면 이틀 후 시추가 가능하다. 그러나 형질이 다를 경우에는 시추 작업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특히 천공기의 높낮이와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해서 땅 속의 소음을 감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조당국은 당분간 구축한 시추공으로 갱도 안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매몰자들의 움직임이 확인되면 다시 천공기로 작은 통로를 만들어서 물과 의약품 등을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A업체는 두 달 전 8월29일에도 같은 광산에서 붕괴 사고를 냈다. 당시 광산에 쌓아놓은 광석이 무너져 지하 50미터 갱도에서 작업하고 있던 광부 10명 중 2명이 추락해서 매몰됐다. 2명 중 1명은 발목 경상에 그쳤지만 다른 1명은 완전히 매몰돼 사고 발생 6시간만에 숨진채 발견됐다. 사실 작년 12월 제1수직갱도 인근 폐갱도에, 침하에 따른 붕괴 사고가 우려됐고 당국은 작업 중지와 접근 통제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A업체는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하다 인명 피해를 자초했다.

 

A업체 대표이사 B씨는 지난달 28일 사고 발생 45시간이 넘어서야 현장으로 찾아와 유족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119 신고가 늦은 것에 대해서는 제가 법적으로 책임을 지겠다. 다만 작업자들의 안전 교육을 안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사고 원인인 펄(토사) 역시 불법 폐기물이 아니다. 펄이 불법 폐기물인지 여부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낼 문제인데 자꾸 언론 브리핑 때마다 가족들께서 펄이 불법 폐기물이라고 주장하시면 신경이 분산돼 구조 작업이 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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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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