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다정 기자] 2016년 한강 잠수교에서 제1회 멍때리기 대회가 개최된 이후로 작년에는 4000명이 몰려 조기 마감될 만큼 그 인기가 대단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게 뭐가 대단한가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 아침부터 시작된 일상을 떠올려보자. 일어날 때부터 일터에 도착할 때까지 씻고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당신의 눈과 뇌는 단 5분도 쉬지 못 했다. 눈을 뜨자마자 시간을 확인하고 간밤에 온 각종 메시지 알림을 확인한다. 출근길에는 포털 뉴스를 보거나 맞춤 컨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를 본다. 회사에 도착하면 바로 컴퓨터를 켜는 동시에 8시간 전자파 대장정이 시작된다. 휴일이라고 그닥 다르지 않다. 컴퓨터의 자리를 TV가 대체할 뿐이다. 이렇듯 우리의 뇌는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수많은 정보들을 담아내느라 그야말로 풀가동을 하고 있다.
불멍, 물멍, 숲멍 등 각종 멍의 종류가 등장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인지도 모른다. 멍때리기는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다. 흔들리는 불꽃의 움직임을 보면 호흡과 마음이 편해지고 뇌가 휴식을 취한다. 그렇지만 일상 속 명상을 실천 하기 위해 꼭 어디를 가거나 무언가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출퇴근 시간에도 가능하다. 가볍게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빼고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길게 내쉰다.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 즉 내가 호흡하고 있는 것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더 이상 주변의 소란스러움이 거슬리지 않고 마음이 편해지는 명상의 상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만약 가만히 서있거나 앉아 있는 명상법이 맞지 않다면 걷거나 가볍게 뛰는 동적인 방법으로 명상을 할 수도 있다.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으며 걷는 행위에 집중해보는 것부터 추천하고 싶다.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면 유튜브 등 걷기 명상을 검색하여 자신에게 맞는 무료 컨텐츠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명상 도중 잡생각이 떠오른다면 그 생각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말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는 걸 알아 차려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보길 바란다. 어떤 생각을 비우려고 노력하는 순간 더욱더 그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인정을 해버린다면 제3자의 입장에서 나를 관찰하게 되고 그 흐름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루 중 가장 피곤한 시간에 꾸준히 실천해본다면 '몸과 마음의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보그>에서 뷰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백지수씨는 구체적인 명상법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약속이 생기면 10분 일찍 도착하세요. 그리고 홀로 앉아 음료를 즐겨봅니다. 지금 앉아 있는 곳이 스타벅스인지, 커피빈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원두 생산지, 음료 가격 등도 무의미합니다. 혀의 어느 부분이 가장 쓰게 느껴지는지, 입안 점막을 감싸는 커피의 질감이 까칠한지 부드러운지, 따뜻한지 미지근한지 느껴보세요. 음악을 듣지 않고 걸어보세요. 나의 발바닥 어디가 먼저 지면에 닿는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며 체중의 압력을 분산하는지 손과 허벅지가 스치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반복해서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