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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작은 신호등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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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우리 기자]

 

 

Q. 위 사진 속 키작은 신호등, 왜 작게 만들어졌을까?
a)
누군가 위에서 눌러버려서
b) 예산이 부족해 만들다 말아서
c) 공중에 송전탑 선로가 지나서
d) 도로를 높이는 공사를 해서 

 

실제로 키작은 신호등을 보고서 시민들이 추측한 이유들을 퀴즈 보기로 나열해 보았다.

 

시민들은 키작은 신호등이 설치된 이유에 대해 상상력을 동원해 추측에 나섰지만, 오랜 시간 그 이유는 미궁 속이었다.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신기한 신호등’으로 회자되며 그 이유를 가늠해볼 뿐이었다. 

 

그런데 평범한미디어 취재 결과, 시민들이 추측한 이유 중 답이 있었다. (정답은 이후에) 엄밀히 말하면, 정답에 거의 근접한 추측이었다. 

 

광주 북구 월출교차로(광주패밀리랜드 방면)에서 볼 수 있는 키작은 신호등. 10년 전 설치된 이 횡단보도 신호등(보행등)은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일반적인 신호등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높이로 낮게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군데도 아니고 이곳 교차로에 있는 2개의 횡단보도 4곳의 신호등 키가 모두 작다 보니 그 의도가 충분히 궁금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한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꼬마신호등, 밑이 땅 속으로 들어간듯 누군가 위에서 눌러버린듯한 사람크기의 키작은 신호등’이라고 묘사하며, ‘운전자들에게는 신호가 훨씬 눈에 잘 띈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굿’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이도 블로그에 ‘예산이 부족해서 였을까요? 아니면 키 큰 신호등을 심었는데 도로를 높게 포장한 걸까요?’라며 다양한 추측을 내놨다.

 

교통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키작은 신호등 관련 글이 올라오니, 온갖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누군가 ‘신호등이 다 숏다리인데, 이거 왜 이러죠?’라며 올린 질문에 ‘신기하다’ ‘이런 신호등은 처음본다’ ‘아무래도 송전탑 선로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월출교차로 보행신호등 4개는 성인 사람 키 높이보다 좀 더 큰 2m~2.5m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보행자들을 위한 종형 신호등은 4.5m 이상의 높이에 위치해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횡단보도 신호등(보행등)은 도로의 구조,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4.5m를 기준으로 한다. 일반적인 신호등 높이는 도로면에서부터 4.5m보다 높아야 하되 운전자의 시각특성, 교통여건 등을 고려해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다. 

 

교통법을 고려한다면, 월출교차로의 키작은 신호등은 부득이한 여건 때문에 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교통법에서 보행신호등은 보통 4.5m로 규정

 

신호등 설치 주체인 광주시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궁금증을 단박에 해결해 주었다.

 

광주광역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월출교차로는 도로와 인접해 송전탑이 설치돼 있어 신호등 주변으로 송전선로가 지난다”며 “고압선로가 지나면 전기설비인 신호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높이를 낮추었다”고 답했다.

 

인터넷 상에서 제기된 추론 중 ‘송전탑 선로가 지나서(d)’가 정답에 가장 가까웠던 것. 

 

해당 광주시 관계자는 “신호등이 설치되었던 2011년 당시 설치 과정에서 고압선로 전파의 영향을 받은 교통신호제어기가 타버리는 일이 있었다”면서 “최대한 선로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에 신호등을 설치하려다 보니 부득이하게 높이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송전선로와 신호등이 가까우면, 전파의 영향으로 신호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광주시에 따르면,신호등 주변에 송전탑이 위치해 있어 전기설비설치기준에 따라 안전을 위해 500m 이상 이격거리를 유지하며 신호등을 설치하고, 공중에 선로가 지나 신호등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경찰청과 협의 하에 신호등 높이를 2.5m 정도로 낮췄다. 

 

 

고압선로 전파 영향 신호등 고장 우려 탓

 

당시 협의 주체였던 광주경찰청 교통계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고압선로가 있으면 신호등이 빨간불이어야 할 때 초록불이 되기도 하는 등 오류가 생기거나 아예 작동을 안 할 수 있어 높이를 낮추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광주경찰청은 신호등 높이가 낮아 생길 수 있는 시야 방해 등 부작용을 감안해 개선책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여건 상 어려운 점도 언급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월출교차로 차량 통행량이 적었을 때는 이곳을 회전교차로로 바꾸자는 의견이 제개돼 검토가 이뤄진 적 있다”면서 “그러나 작년부터 통행량이 많아져 회전교차로 설치 기준 통행량을 넘어섰다”며 현장 여건 상 가진 한계점을 설명했다.

 

평범한미디어 확인 결과, 광주에서는 송전선로 아래 지나는 신호등은 월출교차로 한 곳 밖에 없다. ‘종형 보행신호등’에 있어서 이곳 신호등이 가장 키작은 신호등으로 파악된다.

 

안전 보행을 위한 ‘LED 바닥신호등’, 어린이보호구역의 ‘특수색(노란색) 보행신호등’ 등 다양한 신호등이 등장하고 있는 요즘이다.

 

송전탑을 이전하거나 교통 여건이 바뀌지 않은 한 월출교차로 신호등은 ‘광주에서 가장 키작은 신호등’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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