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스타워즈>를 보면 이런 장면이 있다. 주인공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 배우)는 애인이 되는 파드메 의원(나탈리 포트만 배우)에게 이런 말을 한다. 누군가 현명한 자가 나타나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통합했으면 좋겠다. 그 말을 들은 파드메는 “그건 독재를 의미하는 것 같다”며 웃으며 넘기려 하지만 아나킨은 “그렇게 해서라도 잘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파드메는 얼굴이 굳는다. 순식간에 똥씹은 표정이 된 파드메의 반응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시사하는 바가 크다. 꼭 ‘아나킨’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우리는 “현명하고 똑똑하고 이타적인” 지도자가 모든 결정권을 갖고 리드하는 체제를 원하고 신봉하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게 현실에서든 온라인에서든 말이다. 언젠가는 메시아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이 썩어빠진 한국 정치와 한국 사회를 바꿔주길 원한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의 최대 수혜를 받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건 유니콘 같은 것이다. 2300년 전 플라톤도 ‘철인 정치’를 내세웠다. 여기서 말하는 철인은 철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24년 12월3일 22시49분. 평범한미디어 크루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30분 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전국민이 얼떨떨한 상태에서 뉴스 라이브를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도 지금 깜짝 놀라서 전화하는 건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지금 그러니까 각료들에 대한 잦은 탄핵 소추와, 이번 예산 삭감 공세에 비상계엄으로 맞받아친 거 맞는가? 쉽게 말하면 과연 이 상황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까? 박 센터장은 근래 연말 정국에서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과 개별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소추하고 △특활비 등 정부 예산안을 대거 삭감해서 윤 대통령이 격분했다면 계엄 카드를 꺼낼 게 아니라 비판 성명을 내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기소와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와 검사를 탄핵 소추한 것이 문제라면 검찰총장과 대법원장이 먼저 나서서 긴급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이 액션을 취하는 모양새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단순히 북한 도발이 있다고 해도 계엄 안 한다. 일반적으로 미사일 정도가 서울에 떨어졌거나 최소한 서해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사실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별로 본 기억이 없다. 나름 영화광인데 유독 홍 감독의 영화만 제대로 감상하지 못 했던 것 같다.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출시된 영화들의 제목 정도는 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등. 이제 좀 감상해보려고 할 타이밍에 모두가 다 아는 김민희 배우와의 불륜으로 인해 더욱더 찾아보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故 김기덕 감독도 마찬가지인데 홍 감독도 스캔들 이후 그동안 만들어왔던 영화들의 메시지가 결국 본인의 불륜을 합리화하는 것 아닌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홍 감독이 신작을 갖고 돌아온다. 작년 11월 출시된 영화 <탑> 이후 5개월만이다. 신작의 제목은 <물 안에서>이며 29번째 장편영화다. 그런데 장편영화 치고는 러닝타임이 짧은 편이다. 딱 1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냈을지 궁금한데 오는 12일 개봉한다. 역시 이번에도 홍 감독은 <물 안에서>로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사실 홍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의 단골이기 때문에 그리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사실 오래전부터 정치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로서 현장을 지켜봤을 때도 뼈져리게 깨달았다.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보는 권력구조 개헌과, 승자독식 단순다수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선거제도 개혁 이 2가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무지 어렵다. 개헌도 어렵고, 선거제도 개혁도 어렵다. 거대 양당은 1표만 더 받아도 모든 걸 가져가는 선거 시스템과 선거 문화 속에서 너무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었고, 그 기득권을 한뼘도 내놓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위성정당의 부작용이 뼈아프지만 2019년 12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패스트트랙까지 태워가면서 겨우 도입했다. 이제는 개헌을 해서 대통령제에 손을 대야 한다. 조금이라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국회의 의사를 반영해서 총리를 두도록 규정한 ‘분권형 대통령제’도 좋고, 프랑스처럼 ‘이원집정부제’로 갈 수도 있고, 이참에 폭력적인 대통령제 자체를 폐지하고 ‘의원내각제’로 가자는 주장도 나쁘지 않지만 너무나 커다란 목표를 세우다가 개헌 담론 자체가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양당의 엄청난 이해
[평범한미디어 →현장 취재: 윤동욱·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우연히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조국 대표(조국혁신당)가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적대적 양당체제 비판론자’인 만큼 딱히 가고 싶진 않았지만 혹시라도 기사로 쓸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아 방문했다. 솔직히 네임드인 건 사실이기 때문에 비판적으로라도 다루고 싶었다. 성장배경, 대학 교수가 된 과정, 정치를 하게 된 이유, 윤석열 정부 저주 등등은 지난 4.10 총선 전후로 조 대표가 수없이 방송에 나와 되풀이했던 이야기라 굳이 다룰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기성 언론들은 조 대표의 호남 행보에 대해 재보궐 선거(10월16일 전남 영광군수와 곡성군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해야 하는 조국혁신당의 전략 차원에서 보도했다. 평범한미디어 ‘크루’로 합류하게 된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도 아래와 같이 해석했다. 조국 대표의 민주당 텃밭 공략이 시작된 것 같다. 총선과 지방선거는 결이 다르다. 충돌할 수밖에 없다. 혁신당의 진짜 실력은 지방선거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조 대표도 군수 선거에서 민주당과의 단일화 문제를 묻는 기자들에게 “군수 선거는 대선이 아니”라며 경쟁 의지를 드러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선거제도개혁연대 김찬휘 대표는 선거법 전문가로서 두 가지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 거대 양당이 지배하고 있는 21대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위적으로 비례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 김찬휘의 선거법 체크 두 번째 시간에는, 현재 돌아가는 상황에 근거해서 김 대표가 가장 유력하게 예측하고 있는 최종 선거법 모델은 과연 무엇일지 짚어볼 것이다. 3월말부터 4월 중순까지 약 2주간 열렸던 국회 전원위원회는 국민의힘의 아무말 대잔치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가이드라인이 소속 의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고 이에 따라 비례대표제를 축소 또는 폐지하자는 말과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말이 난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속으로 웃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6일 21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이 결국 국민의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민주당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민주당으로서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사실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원위도 양당의 요식행위나 다름없었는데 그 이
※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22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또 다시 새학기가 다가오고 있다. 나는 두 대학 두 전공 석박사 과정(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박사과정과 성균관대 법학 석박사통합과정)을 밟고 있다가 2024년 2학기에 휴학을 했고 이번에는 세종대만 복학하기로 했다. 초중고 시절부터 대학원에 다니는 지금까지 새학기를 맞이할 때면 늘 설렘과 기대감이 있다. 동시에 걱정도 앞섰다. 이번 학기는 의미가 깊다. 2025년 한해 동안 두 학기를 정상적으로 이수하고 2026년 1학기만 마치면 박사과정을 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새학기가 시작되면 온전히 학업에 집중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 했는데 이번 학기 안에 확정해보려고 한다. 나아가 학위 논문을 제출하기 위한 학술 논문 게재도 의무사항이라서 올해 안에 준비과정에 돌입해야 한다. 해야 할 일들이 많다. 1학기 때도 그렇고 2학기 때도 그렇고 참으로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복학을 앞두고 자취방도 옮겼다. 이사를 갔는데 그야말로 신상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대학원 생활을 하기 위해 서울로 이주해온지 벌써 2년이 흘렀는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평생 대도시에서만 살았다. 스스로 “도시 여자”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코로나가 막 시작할 즈음 제주도로 내려와서 살고 있다.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요이씨는 22일 15시 전남대 제1학생마루 3층 소강당에서 개최된 <기후위기 시대 여성들의 바다와 땅 이야기>에 참석해 “도시 여자로만 살았던 것이 현실이다. 처음 제주로 이주했을 때는 사실 수영하는 법도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내 수영을 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그냥 멀리서만 소비자로서 다들 한 번씩 관광지로 가는 것으로만 알고 그런 인상으로 (제주도를 인식하고) 살았던 것이 사실인데. (제주도로 와서) 매일 이제 바다 바로 옆에서 지내면서 마주하다 보니까 정말 자연스럽게 헤엄치는 법을 바다에서 터득한다. 그래서 그 순간부터 어떻게 보면 내 몸과 물과의 관계가 다시 이렇게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다. 요이씨는 제주도 동쪽(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웃들은 전부 해녀다. 일과시간 요이씨가 바다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마다 해녀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을 보게 된다. 어떻게 보면 정말 멀리서만 봤던, 미디어에서만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현재까지 헌법재판소는 형법 41조 1호에 규정되어 있는 사형에 대해 합헌 판정을 내렸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는 아직까지 사형제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김동규씨는 사형제는 곧 폐지될 것이며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낙태죄도 결국 헌재에서 여러 차례 심사를 거친 끝에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사형제 역시 헌재에서 여러 번 논의되다 보면 위헌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그의 확신이 있다. 그런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헌재는 1996년(합헌 7 : 위헌 2)과 2010년(합헌 5 : 위헌4) 두 번에 걸쳐 사형제에 대한 심사 결과를 내놨다. 둘 다 합헌 판정이었지만 6명이 위헌표로 돌아서면 위헌으로 확정되는데 무려 4명의 헌법재판관이 위헌이라고 의견을 낸 만큼 세 번째 위헌 심사에서는 위헌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씨의 판단이다. 13년 전 조대현·김희옥·김종대·목영준 전 헌법재판관들은 아래와 같은 근거를 들어 사형제의 합법성을 부정했다. ①사형의 범죄예방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②집행하지 않는 사형제의 의미가 상실됐다. ③영화 <집행자>에서 자세히 묘사된 것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2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칼럼니스트] 비엔나는 한 나라의 수도이지만 서울보다 느리게 흘러간다. 두 도시 모두 규정 속도는 시속 50km로 같지만 서울에서 그 속도를 지키다가는 뒷 차량의 짜증스러운 경적을 들을 수밖에 없다. 금방 추월당하기도 한다. 비엔나에서는 모두가 신기하게도 규정 속도를 준수한다. 조금 느리지만 엑셀 페달을 세게 밟지 않는다. 식당에서도 애가 탄다. 얼른 계산하고 다음 일정으로 빨리 넘어가고 싶더라도 직원을 부르거나 재촉할 수 없다. 기다림 끝에 계산을 마치고 분주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친구로부터 don't need to be rush. Take your time. 이런 말을 듣기 일쑤다. 비엔나는 내 몸에 자연스럽게 베어 있는 빠른 속도감과 긴장감을 내려놔도 되는 곳이다. 비엔나 시민들은 남에게 관심도 많다. 다들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