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12.3 계엄 사태 이후 탄핵이 완료되고 반년이 흐른 지금 드디어 대선까지 마무리됐다. 전국민이 예상한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49.42%(1728만7513표)를 얻었다. 과반을 넘기진 못 했고 2등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8%(289만1874표) 차이로 따돌렸다. 어쩌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받은 득표율이 8.34%(291만7523표)라서 대선 이후 이 후보에 대한 사표론 비판이 제기될지도 모르겠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34만4150표)를 받았다. 1%를 넘지 못 했다. 당초 권 후보는 직전 대선(2022년)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획득한 약 80만표 2.3%를 넘기고 싶다는 목표를 피력했지만 성공하지 못 했다. 진보정당 스타 플레이어였던 심상정이 아무리 많은 비판을 받고 쓸쓸하게 퇴장했더라도 전국민에게 각인된 유명 정치인이다. 권 후보가 이렇게 큰 전국 선거에 나섰던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좀 더 선거 경험을 쌓고 인지도를 높인다면 다음을 기약해볼 수 있을 것이다.
권 후보는 전날(3일) 21시25분 이미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시점에 입장문을 냈다. 권 후보는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한 대선이었다”며 “길어진 탄핵 정국, 내란을 청산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절박함 속에서 잃어버린 진보정치의 자리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깊이 고민하며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희가 기대한 것에는 미치지 못 한다. 하지만 너무나 소중한 한 표 한 표가 모여 만들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표가 될까, 그래서 다시 내란세력이 되살아날까 두려워하면서도, 기꺼이 권영국에게, 우리에게, 진보정치에 모아준 한 표이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나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나가야 할지, 정권교체 이후 사회적 약자들, 소수자들, 그리고 노동자와 서민들의 목소리를 누군가는 대변해야 한다는 그 절박함이 최소한의 표심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그 절실함, 그 간절함, 그 애타는 마음, 지지율 1% 남짓 나오는 후보가 아니고선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던 그 배제되고 밀려난 아픈 마음들. 이 마음들의 의미를 잘 헤아리겠다.
아쉬움을 감추지 못 했지만 34만표도 참으로 소중하다는 메시지다. 권 후보는 정의당 당대표 신분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마음들을 저버릴 수 없다. 이 마음을 모아 다시 시작하겠다. 노동자, 농민, 여성, 자영업자,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그리고 기후정의. 우리가 대변해야 할 존재들과 함께 다시 시작하겠다. 진보정치가 더 이상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겠다. 진보정치가 해야 할 일, 진보정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시민 여러분께 분명하게 보여주겠다. 실력과 성과로 다시 평가받겠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사회대개혁이라는 과제가 새 정부에 주어질 것이다. 차별과 불평등을 넘어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앞장서 왔던 진보정치가 앞으로도 가장 선두에 설 것임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우리가 선거기간 동안 들었던 그 모든 말들, 바람들, 고통들, 애환들. 거기에 우리의 길이 있다. 다시 거리로 가겠다. 현장으로 가겠다. 아픔으로 향하겠다. 응원해준 모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일찌감치 권영국 지지 의사를 밝혀온 사회연구자 최성용씨(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크게 실망할 일이 없다”며 “모두가 그렇겠지만 희망을 봤고 그저 허망하거나 좌절스럽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선거운동을 한 모든 분들께 깊은 격려와 애정을 보내고 싶다. 나는 4월4일까지 온몸을 긴장하며 살았다. 만약 언어의 감옥이 덮쳐 오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나는 말하고 쓰는 일을 포기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새기고 새겼다. 언어는 결코 잃을 수 없는 저항의 보루다. 놀랍게도 광장에서 언어들이 넘실거렸고, 나는 그 언어에 실린 마음들을 위해 괴부하가 오더라도 쓰는 일을 포기할 수 없었다. 12.3 이후로 지면에 쓴 글만 따져도 그 양이 적지 않다. 이번 대선에서도 빛나는 언어들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알아볼 사람은 알아보기 마련이다. 이 시대와 마찰하면서 일어나는, 시대의 파열음은 오로지 권영국과 그 지지자들의 것이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말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언어로서 더 멀리 이 세계의 가능성을 넓혔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확한 위로를 전할 수 있었다. 정치의 본령이 그것이라 한다면, 우리는 정말로 진보정치를 했다.
최씨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실망한 진보 유권자들을 다독였다.
세상은 우리의 존재를 분명 필요로 하고, 많은 이들이 걷지 않은 길을 우리는 터벅터벅 걸어간다. 그거면 가슴을 펼 이유로는 충분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고생 많았다.
최씨의 당부 메시지는, 내심 3% 100만표를 넘길 바라며 권영국 집중 보도를 해왔던 평범한미디어 멤버들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 그래도 권영국이라면 경북 지역에서도 10%를 넘겼던 저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전국 유권자 3%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 결과는 냉혹했지만 진보정치의 희망을 품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한편, 권 후보는 신임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당선 축하 인사를 보냈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축하드린다. 내란세력을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여 국정이 안정되기를 염원하는 시민들께서 후보에게 마음을 모아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윤석열의 내란에 단호히 대처하길 바라는 시민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이제 광장 시민들이 외쳤던 내란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의 요구를 지켜달라. 내란세력을 분명하게 청산하고, 사회대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달라. 광장의 열망을 받아 더 큰 민주주의를 펼치는 대통령이 되길 기대한다. 우리 앞에는 냉혹한 경제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막중한 과제가 주어져 있다. 경제 회복과 더불어 불평등 해소의 문제도 소홀히 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또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기후정의 등 내게 모였던 마음도 놓치지 않고 받아안아주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기원한다.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