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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 성범죄 처벌법 꼭 있어야 “통과될 때까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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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최근 들어 정액 테러 성범죄자들이 언론 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방적인 구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보복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 멋대로 성적 대상화를 하다 그런 짓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범행은 바바리맨의 음란행위와는 달리 대부분 자기 정액을 피해자의 소지품에 묻히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저질러진다. 누구나 구역질 나는 성범죄라고 생각하지만 현행법상 처벌할 법률이 없다.

 

범죄의 끔찍함에 비해 처벌이 매우 가벼운데 오직 ‘재물손괴죄’로만 의율되기 때문이다. 이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액 테러를 처벌할 수 있는 별도의 법안을 마련했다.

 

 

백 의원은 4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사람이 아닌 물건에 가해지는 이른바 체액 테러도 형사처벌이 가능한 성범죄에 해당하도록 개정안(성폭력범죄특례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일명 ‘체액 테러 방지법’이다.

 

체액 테러 방지법의 초안을 설계한 백혜련 의원실 관계자 A씨는 5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의원께 이 법안을 보여줬더니) 정말 재물손괴죄는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저희 의원께서 모든 보좌진을 불러놓고 집요하게 통과될 때까지 이끌어보자고 했다. 올해는 그걸 목표로 열심히 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정액 성범죄를 마땅히 처벌할 수 없는 배경에 대해 백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기 때문”이라며 “현행법상 형사처벌이 가능한 성범죄는 신체 접촉을 수반한 추행이나 강간, 디지털 성폭력에 한정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백 의원은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상대방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한 경우에도 명백한 성범죄로 인식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면서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백 의원이 주목한 것은 “전형적이지 않은 성범죄”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성범죄 양태로 인정되어 만들어진 ‘스토킹법’과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률’ 등만 보더라도 구체적인 구성요건을 성안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체액 테러 방지법도 마찬가지다.

 

A씨는 “처음에는 체액으로 한정했다. 체액에는 정액과 땀 등이 들어가는데 너무 체액으로만 한정하면 지나치게 구체적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물론 성폭력범죄특례법은 구체적으로 명시해놔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액 대신 물건을 쓴 이유는 물건 안에 체액이 포함될 수 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제실에 검토해보니 물건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게 됐다”면서 “공동발의를 받는 과정에서도 물건이 체액을 포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른 의원실) 보좌진들이 많이 물어봤는데 다들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백 의원도 “우리 법률이 (전형적이지 않은 성범죄의 발생) 속도와 다양성을 따라가지 못 하거나 담아내지 못 하고 있다. 범죄로부터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성범죄에 대한 폭넓은 인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사실 정액 성범죄는 단순 성추행의 비난가능성을 뛰어넘을 만큼 악랄하다.

 

예를 들어 3년간 독서실에 다니며 취업 준비를 해오던 여성 B씨는 지난 1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놔두고 다니는 담요”에 정액 테러가 가해졌다고 호소했다. 독서실 총무가 옷 속에 담요를 숨기고 화장실로 가져가 자위행위를 해서 정액을 묻힌 뒤 그걸 B씨의 원래 자리로 가져다놨는데 이런 짓이 수차례 반복됐다고 한다. B씨는 5개월 전 총무를 고소했음에도 약식기소에 벌금형으로 결론이 나 절망했다. B씨는 “표현할 수 없는 억울함과 무력감, 분노, 자괴감 등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다 겪었다”며 “사적인 대화를 전혀 나눈 적도 없고 2년 가까이 거의 매일 본 사람이 뒤에서는 날 갖고 이상한 상상을 하고 내 물건으로 음란행위를 했다”고 묘사했다.

 

2018년 부산교육대와 2019년 동국대에서는 가방과 학습지, 신발 등에 정액이 뿌려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작년 경남 김해에서 어떤 남성은 연유와 계란을 섞은 ‘가짜 정액’을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20대 여성에게 투척했다. 이때는 사람을 향한 투척이었기 때문에 재물손괴가 아닌 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됐다. 서울 강북구청 소속 7급 공무원 C씨는 작년 1월부터 반년간 여섯 차례에 걸쳐 동료 여직원의 텀블러를 몰래 화장실로 가져가 정액을 넣어서 제자리에 놔뒀다. 심지어는 텀블러 속 물에 성기를 직접 넣어 담그기까지 했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이 사건을 약식기소로 처리했지만 서울북부지방법원이 공식 재판으로 회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C씨는 직위해제를 당해 현재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2018년에 부산 모 대학의 대학원생 남성은, 짝사랑하던 동료 여성 대학원생이 고백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10개월간 커피에 정액, 변비약, 최음제, 가래침 등을 타서 건네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지르다 발각돼 2심 결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감옥으로 갔다. 허나 이 경우 피해자의 태블릿PC를 무단으로 사용해서 개인 사진을 빼내 자위행위를 하는 등 수많은 경합 범죄들(통신비밀보호법 위반/절도/방실침입/폭행/상해미수/재물손괴)이 따라붙은 결과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액 테러 사례들과는 결이 다르다.

 

 

형법 298조 강제추행죄의 양형은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다. 위와 같은 정신나간 짓들에 대한 처벌 입법을 성안할 때 참고가 됐을 것 같은데 A씨는 “성범죄처벌특례법 13조의 양형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성범죄처벌특례법 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등”을 전송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정액 테러는 정말 심하고 피해자에게 극단적인 혐오감을 안겨주지만 아무래도 신체적 접촉 또는 폭력과 협박이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2년 이하로 정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안 완성하고 보도자료를 내기 하루 전에 스터디 카페에서 담요에 정액 테러를 당한 사건을 접했다. 진짜 필요한 법안을 잘 만들었다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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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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