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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당선이 ‘불편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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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사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맹공이 부각돼서 그렇지 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진보적인 청년 정치인들의 공통 정서였다. 안티페미니즘과 능력주의로 표상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단점이 그 어떤 장점보다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를 이끌고 있는 류기환 대표는 11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청년들이) 이준석 대표에 호응하는 것들이 없진 않다고 본다”면서도 “정말 실질적으로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갈등을 고조시키는 방식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등 사실 청년 입장에서 구조적인 부분을 바꾸는데 써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갈등을 하는 데에 써야 한다”고 비평했다.

 

류 대표는 진보당(구 민중당) 소속으로 활동한 바 있다. 

 

류 대표는 “그런 식으로 분노가 계속 대변되다 보니 청년들 입장에서 본인들이 등판해서 이야기할 기회를 잃게 된다. (이 대표에 대한 청년들의) 요구나 호응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청년들의 구조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런 식의 뉘앙스는 당선 축하 메시지를 낸 수많은 진보적 청년 정치인들의 글 속에 녹아 있다. 1985년생 37세의 나이로 100석이 넘는 큰 정당의 당대표로 선출된 것 자체에는 한껏 축하와 덕담을 보내준다. 그러나 언중유골의 조소와 빈정거림이 엿보인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당선을 축하한다. 30대 청년 당대표의 탄생은 나이가 정치에 있어 본질적 제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줬다”면서도 “이준석 대표는 시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중략) 이준석 대표의 시험지가 온몸으로 구조적 불평등을 겪고 있는 이 모든 운동장 밖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지 진심으로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강민진 청년 정의당 대표는 “당선을 축하한다. 나는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견해와 행보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가 해낸 일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며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투명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시리라 믿는다. 우리는 그 상대편에서 사회를 만들겠다.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다르게 보상하는 경쟁은 시장의 원리일지 모르지만 사회를 운용하는 정치의 원리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수많은 방송에서 공동 패널로 출연했던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페북 게시물의 첫줄부터 우려를 표했다.

 

신 대표는 “이준석 당대표의 당선을 축하해야 마땅하지만 마음 편히 축하의 글만 쓰기가 어렵다”며 “여성혐오와 차별적 언동을 행하는 인물이 제1야당 대표가 되는 건 우리 사회 소수자와 약자들에게는 달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대표가 차별과 혐오를 극복해서 국민의힘을 운영해주길 바라고 싶지만)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신다.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는 시기에 강남역 여성살해 추모는커녕 여성혐오 자체를 부정하는 이준석 대표가 반페미 정서를 심화시키지 않을까. 능력주의와 무한경쟁을 긍정하는 이준석 대표가 불평등한 구조를 심화시키는데 일조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며 “위의 우려가 그저 기우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돌이켜보면 ‘이준석 현상’의 시작점은 4.7 보궐선거 당시 청년들을 단상으로 불러 마이크를 쥐어주던 그때부터였다. 이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의 일원으로서 보통 청년들을 소환했고 그들의 언어로 문재인 정부의 오만을 비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또한 이 대표는 여성단체들의 질의서에 “답정너”로 답변을 하고 싶지 않다며 수신 거부로 응수했는데 이것이 선거 직후 진 전 교수와의 떠들썩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진 전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젠더 편향 정책이 20~30대 남성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켜 오 시장이 승리했다는 이 대표의 가설을 철저히 부정했다.

 

류 대표도 “사실 이준석 대표가 젊은층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켰다고 얘기를 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승리도 20대 남성들이 지지했기 때문이고 자기가 몇년간 싸워왔던 성과라고 자평을 하던데”라며 “20대 남성들이 정말 젠더 갈등이나 이런 문제로 국민의힘을 지지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이준석 돌풍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반사효과 덕이다.

 

류 대표는 “1차적으로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약속한 것들과 기대한 것들에 대해 지난 임기간 지켜봤을 때 너무 큰 배신감이 있었다. 형식적인 공정은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안 지켜졌다. 그런 것들에 대한 분노라고 생각한다”며 “오세훈 시장에 대한 지지인지 민주당에 대한 심판표인지 봤을 때 후자라고 봤고 이준석 지지가 숫자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기세와 분위기가 언론의 조명을 타고 (당대표로) 당선이 됐다”고 정리했다.

 

 

분명 국민의힘이 반사효과를 누리는 분위기 속에서 이 대표가 돌풍의 수혜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수혜자가 이 대표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보진영 청년 정치인들의 자체 진단이 필요하다.

 

이도영 청년 정의당 서울시당 학생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 대표와 달리 정의당은 “매력이 없다”며 “거울을 보자. 우리가 하는 말은 매력적인가? 예를 들어 정의당은 착한 사람 같은 정당이고 정의당이 하는 말은 다 옳은 말이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힘이 없으니 어떤 정책을 내도 언론도 시민도 관심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 옳은 말로 승부하게 된다는 소리”라고 자성했다.

 

이어 “옳은 말을 하는 정당은 필요하지만 착한 사람이 옳은 말을 하는 것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맞는 말이지 또는 저런 말도 필요하지 정도”라며 “그것의 귀결은 선거에서 누군가 찍어줬으면 좋겠지만 굳이 내가 찍을 동인은 없음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정의당이 하는 다양한 실천 사업들과 캠페인들은 꼭 필요한 일이고 좋은 일이지만 옳은 말 이상을 벗어나지 못 한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자기 의제에서 적군이 되는 타겟을 제대로 설정했고 이는 효과적이었다.

 

이 위원장도 “옳은 소리 하면서 가만히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제에 있어 적이 될 집단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전선을 확정해야만 한다”며 “아무리 생산력이 증대해도 자본주의가 자동 붕괴하지 않는 것처럼 역사는 가만히 둔다고 진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동환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 당선 경험도 한번 없는 30대 남성이 제1야당의 당대표 자리를 어떤 사회적 배려도 없는 깡투표로 붙어서 승리한 후 차지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대단한 것”이라며 “우리는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한다. 착각하지 말자. 그 말이 다수결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이 사회에서는 옳은 정치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정치인이 결국 승리한다”고 피력했다.

 

 

사회학자 오찬호 작가의 저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가 발간된 시기는 2013년이다. 2020년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얼마전 고려대 세종캠퍼스 논란 등에서 다수 청년들이 보여준 태도는 오래전부터 이미 감지돼왔던 것이었다. 오 작가는 그런 2030세대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오 작가는 “(20대 청년들은) 시간을 나처럼 보내지 않은 사람을 결코 나와 같은 급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 같은 노동자라고? 큰일 날 소리다. 나보다 덜 노력한 사람은 그만큼 덜 대우받아야 한다”고 묘사했다.

 

진보진영에서 이러한 청년들의 성향을 구조론으로만 가져가며 뭔가 잘 모르는 바보 취급하고 욕하기 바쁠 때 이 대표는 그들의 목마름에 손을 내밀었다. 그게 포퓰리즘이든 갈라치기든 무엇이 됐든 이 대표는 자기 세대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류 대표는 진보진영 청년 정치인들이 ‘이준석 비난’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의 현실을 겸허하게 바라보고 그들에게 맞는 실질적인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류 대표는 “청년들의 현실에 대해 겸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수정당들은 겸손한 편인데 민주당은 안 그렇다. 인국공 논란이 터졌을 때 김두관 의원이 청년들을 매도하듯이 얘기를 했다”며 “청년들이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태어났을 때부터 그렇게 자라온 환경과 맥락이 있고 그것은 이미 기성세대가 만들었다. 맥락적 이해와 반성이 수반돼야 하고 기성세대는 특히나 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는 그런 부분에 대해 괴리 지점을 잘 뚫고 들어갔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만 그게 생산적이지 않다”며 “이 대표 뿐만이 아니라 청년들을 대변하겠다고 하는 정치인과 언론들이 많은데 사실 청년세대를 뭉뜽그려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청년들이 실제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와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목소리들이 모인다면 혐오의 정치를 깨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류 대표는 단체 차원에서 ‘나우히얼 대안 토론회’를 기획해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청년들이 직접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기성 언론과 정당을 통해 간접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데 이걸 같이 모여서 깨보자는 취지였다”며 “(청년들은) 지금까지 생산적인 토론을 해볼 기회가 없었다. 토론과 합의를 해가는 과정들이 필요하고 그래야 기성정당들이 얘기하는 청년 담론이 맞는지 그른지 판단을 해볼 수가 있다. (앞으로도 청년들이) 토론, 합의, 직접 정치를 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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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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