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일본전(10일)이 끝나고 그 다음날(11일) 하루 종일 멘붕 상태였다.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였다. 가족과 지인, SNS, 유튜브 등으로 내내 관련 코멘트를 접하고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는지 고민하느라 몰두해 있었다. 오랫동안 축구와 야구를 좋아했던 팬으로서 이번 WBC를 기다려왔다. 사실 월드컵보다 WBC를 더 손꼽아 기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고향 광주에서 기아타이거즈를 응원하며 야구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그냥 글을 안 쓰고 싶었는데 이내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일본전에서 패색이 완연해진 7회가 됐음에도 KBS 박찬호 해설위원은 목소리 톤 하나 변하지 않고 여전히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계 화면에는 도쿄돔 관중석의 0.1%에 불과한 한국 응원단이 끝까지 목청껏 응원을 하고 있었다. 박 위원은 한국이 일본한테 4대 13으로 참패를 당한 직후 KBS 스포츠 유튜브 채널 후토크에서 “참혹한 경기 속에 끝까지 응원해주는 한국 응원단에 정말 고마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에 거주하며 유튜브 채널 ‘JM’을 운영하고 있는 유제민씨는 이날 직관을 갔다. 유씨는 정가 16만원짜리 티켓을 암표로 구입했는데 무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 48번째 사연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와. Cis-AB형과 B형 부모 사이에서 O형 자식이 나온 경우라. 이거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오랜만이네. 고등학교 통합 과학에서까지는 이걸 배웠는데 솔직히 살면서 희귀 혈액형 가진 사람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 그래서 잊고 살았지. 그런데 그걸 다시 기억나게 만들다니 이거 대체 뭐냐. 과학 시간에도 이거 배울 때 이 문제로 혹시 애가 바뀐 건 아니냐, 내 자식이 아닌 건 아니냐 하면서 옥신각신하다가 친자검사 해서 친자인 거 맞다고 밝혀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이런 경우를 수업시간 말고 듣는 건 처음이네. 하긴 당신 혈액형이 전세계 인구 중 0.001%만 소유하고 있다고 하니까 내가 이런 경우를 수업시간 외의 일로 듣기는 처음인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희귀 혈액형이지만 한국과 일본에는 제법 있다고 하니 의료업에 종사한다면 들을 기회가 있겠지만 나는 의료업 종사자는 아니니 말이야. 각설하고, 나는 당신 남편 입장도 이해는 돼. 아무리 머리로는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도 사람이라는 게 자기 일로 직접 닥치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법이거든.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권일용 겸임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는 강연을 다닐 때마다 “유영철이 그렇게 진짜 말을 잘 하는가? 강호순이 잘 생겼는가? 목소리는 어때?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런 질문을 받고 권 교수는 “그걸 우리가 왜 궁금해야 하는가. 우리가 기억해야 될 것은 지금도 끊임없이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라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5월24일 15시 전남 함평군 함평읍에 위치한 함평엑스포공원 주제영상관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28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했던 권 교수는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누구냐면 형사가 아니”라고 운을 뗐다. 그 대신 이날 강연장에 사람들이 모인 것처럼 범죄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여서 고민하는 장면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게 권 교수의 생각이다. 그 자들은 경찰에 잡히면 그냥 운이 없어서, 이번에 실수해서 잡힌 것이라고 생각하지 잘못을 저질러서 당연히 법의 처벌을 받기 위해 잡혔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1명도 없다. 그런데 그 범죄자들은 마석도 같은 형사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여기에 앉아 있는 선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 장면을 제일 두려워한다. 억지로 지어낸 말이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리 할머니가 생전에 자주 쓰던 표현이 하나 있어. 우리 할머니는 자기 남편이나 자기 부인 욕하는 사람들을 두고 항상 그러셨거든. “결국은 다 지 얼굴에 침 뱉는 거여.” 당장은 다른 사람들이 맞장구를 쳐주고, 같이 욕해줄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저 사람은 왜 고작 그런 걸로 남편을 욕하냐, 부인을 욕하냐, 그렇게 같이 살기 싫으면 갈라서면 되지. 왜 굳이 같이 살면서 항상 욕하느라 바쁘냐. 이렇게 그 사람에 대한 입방아를 찧어대기 마련이라고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지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고민 상담을 해준다더니 왜 자기 할머니 얘기나 하나 싶고 말이야. 그런데 우리 할머니의 그 말에 이번 상담에 대한 내용이 다 들어있어서 말야. 당신 지금 당신 얼굴에 침 뱉고 있다고. 알아? 며칠 전 남친 부모님 안 계신 틈에 남친 집에 놀러갔다. 남친이 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지는 몰라도 빨래를 돌려놨더라. 빨래 꺼내는데 여동생, 엄마 속옷도 있는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손으로 집는 모습을 보고 좀 충격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당연하게 오빠나 아빠가 언니, 엄마, 내 속옷 못 만지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배워왔고 보통 집들도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와. 드디어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가 30회째네! 다들 축하 안 해줘? 흠, 나 서운하려 그러네. 30회나 고민을 상담해줬는데 축하도 못 받다니. 뭐? 박수라도 쳐주면 되냐고? 아냐 아냐. 그냥 해본 말이야. 홧김에 서방질 한다더니 진짜 무슨 말을 못 하겠다. 대신, 오늘은 당신들의 고민을 상담해달라고 하지 말고 내 이야기를 좀 들어줬으면 해. 별 건 아니고 그냥 편하게 앉아서 들어달라고. 다들 궁금하지 않아? 고민을 상담해주는 사람은 어디 가서 누구에게 고민을 상담하는지, 또 대체 무슨 고민이 있는지. 나도 당신들과 똑같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 하겠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겠고 또 내가 정말 잘 버텨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등등. 물론 연애 고민도 없을 수는 없지. 나도 사람이고. 그동안 꽤 오래 별별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다 만나며 속앓이도 해왔고, 또 내가 정말 좋아하게 된 누군가는 대놓고 “나는 너에게 아직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아”라고 했지. 지금 그 사람이 내 애인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지만 말야. 각설하고 나는 요즘 내 애인 때문에 골때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 아니 당
#2021년 6월부터 연재되고 있는 [불편한 하루] 칼럼 시리즈 14번째 기사입니다. 윤동욱 기자가 일상 속 불편하고 까칠한 감정이 들면 글로 풀어냈던 기획이었는데요. 2024년 3월부턴 영상 칼럼으로 전환해보려고 합니다. 윤동욱 기자와 박효영 기자가 주제를 정해서 대화를 나눈 뒤 텍스트 기사와 유튜브 영상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대담: 윤동욱·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걸그룹 박사 윤동욱 기자에게 트와이스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20대 중반 인생의 풍파로 힘들어할 때 트와이스라는 걸그룹을 소비하며 위안을 얻었고 힘을 내서 더 열심히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윤 기자는 몹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찐팬으로서 트와이스가 퇴물? 한물 갔다? 그런 의견들이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역정을 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트와이스가 짬이 있는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4세대 걸그룹의 화제성과 비교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2015년에 데뷔해서 현재 10년차가 된 만큼 이제는 뉴진스,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여자아이들 등 4세대 최정상 걸그룹보다 더 많은 주목도를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트와이스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 전국결집(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영주 공동대표는 인터뷰를 넘어 ‘노동권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많은 것들을 물었는데 질문마다 긴 답변이 불가피했다. 8년 전 박근혜 정부의 노동 후퇴에 저항하기 위해 민중총궐기 집회를 기획했다는 이유만으로 2년 넘게 수배 생활을 하다 구속까지 된 이 대표였다. 역대급 반노동 기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집권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12월28일 15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 가서 이 대표와 만났다. 사전에 이 대표와 식사를 했는데 본 인터뷰를 위한 빌드업이 됐던 것 같다. 이 대표는 교사 출신이라 그런지 노동조합 등 노동 문제에 대해서 알기 쉽게 풀어서 이야기를 들려줬고 이내 넋을 놓고 듣게 됐다. 인터뷰 말미에는 노동운동가로서의 삶이 아닌 교육자로서의 이 대표가 갖고 있는 교육 철학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먼저 현재 주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물어보았다. 원래 교사였는데 지금은 해고된 상태다. 주로 하고 있는 일을 말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청소노동자가 청소차에 탑승해서 작업을 하다가 전복 사고를 당해 숨졌다. 안전벨트 미착용 및 안전 관리 문제에 대해서 조사를 해야 할 것 같다. 14일 아침 8시20분 즈음 서울 강북구에 있는 모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청소노동자 71세 남성 A씨가 청소차를 운행하며 청소를 하다가 경사로 전복 사고를 당했다. A씨는 기둥과 청소차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었는데 손쓸새 없이 비극을 맞게 됐다. 이례적으로 A씨가 속한 곳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됐는데 공동주택관리 전문회사 ‘아주관리’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아주관리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해있고 2003년 김창현 회장이 설립한 기업으로 청소·경비 용역 및 주차관리 사업을 하고 있다. 직원 수는 740여명이다.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이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작년 6월에도 서울 성북구에 있는 모 아파트에서, 아주관리 소속 노동자가 사다리를 통해 올라가서 전구를 교체하다 추락사를 당한 적이 있다. 일단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은 이번 사고 현장으로 근로감독관을 급파해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이내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기 위
#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57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정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1>에서 조석봉 일병으로 출연해 대중들에게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조현철 배우는 생각이 남다른 예술가다. 문학과 영화연출을 전공했던 만큼 영화감독으로서 피력하고 싶은 메시지들이 많다. 첫 연출작은 2010년에 공개한 17분짜리 단편 영화 <척추측만>이다. 여섯 번째 작품 <너와 나>는 장편 영화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7년 동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음주운전 차량으로 인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린 두 딸을 두고 있는 40대 남성 G씨는 코로나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직장을 퇴근하고 대리운전 기사로 투잡을 뛰고 있었는데 그날 새벽 음주운전 살인마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전남 영광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던 전역 4개월 남은 20대 청년 병장 H씨 역시 음주운전자의 살인 행위로 황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작년 하반기에 일어났던 중대한 음주운전 이슈들 중에는 안타까운 사망사고들이 많았다. 평범한미디어는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와 하나씩 짚어보기 위해 지난 1월11일 17시 서울 서초구 사무실로 갔다. 두 번째 기사에서 가장 먼저 다룰 세 번째 사건은 G씨의 목숨을 앗아간 37세 남성 I씨의 음주운전 범행이다. ③아내와 어린 두 딸을 키우기 위해 투잡을 뛰고 있던 45세 대리운전 기사 G씨는, 2022년 11월8일 새벽 3시반 즈음 광주 광산구 흑석사거리 횡단보도 앞 보행섬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I씨의 습격을 받아 숨졌다. 가해자 I씨는 지인과 과음한 뒤 만취 상태로 전북에 있는 자택까지 직접 운전해서 가기 위해 운전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