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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가 ‘퇴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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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부터 연재되고 있는 [윤동욱의 불편한 하루] 칼럼 시리즈 14번째 기사입니다. 윤동욱 기자가 일상 속 불편하고 까칠한 감정이 들면 글로 풀어냈던 기획이었는데요. 2024년 3월부턴 영상 칼럼으로 전환해보려고 합니다. 윤동욱 기자와 박효영 기자가 주제를 정해서 대화를 나눈 뒤 텍스트 기사와 유튜브 영상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대담: 윤동욱·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걸그룹 박사 윤동욱 기자에게 트와이스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20대 중반 인생의 풍파로 힘들어할 때 트와이스라는 걸그룹을 소비하며 위안을 얻었고 힘을 내서 더 열심히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윤 기자는 몹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찐팬으로서 트와이스가 퇴물? 한물 갔다? 그런 의견들이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역정을 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트와이스가 짬이 있는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4세대 걸그룹의 화제성과 비교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2015년에 데뷔해서 현재 10년차가 된 만큼 이제는 뉴진스,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여자아이들 등 4세대 최정상 걸그룹보다 더 많은 주목도를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트와이스는 3세대 걸그룹 대표 주자로서 10년간 살아남아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위상을 존중받아야 한다. 물론 2019년에 출시된 미니 7집(타이틀곡: FANCY) 이후에 나왔던 곡들은 과거 명성에 비해 히트곡 반열에 못 오르는 분위기가 있긴 있었다. 2020년부터 2024년 2월에 발매한 미니 13집(타이틀곡: ONE SPARK)까지 반향이 부족했다. 이 기간 동안 네이버에 노출된 여러 게시물들에서는 트와이스가 퇴물이 됐다는 노골적인 악플성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말 트와이스가 에스파와 뉴진스에 밀려 용두사미의 느낌으로 화제성이 현저히 줄었으며 글로벌하게 콘서트로만 간간이 수입을 올리고 있는 걸까? 윤 기자는 “벌써 데뷔가 2015년이니까 지금 10년차다. 그런 걸그룹이 옛날 2015·2016·2017년 그 시기에 그런 화제성하고 비교하는 거는 사실 약간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제 화제성은 아무래도 조금 옛날보다는 덜할 수 있는데 그래도 앨범 판매량이라든지 음원 순위 그러니까 해외 콘서트 수입 등등 이런 걸 다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아이돌 걸그룹을 평가하는 지표들로 종합적으로 봤을 때는 절대 퇴물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해외에서는 여전히 트와이스의 영향력이 굉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나 “해외에선”이라는 단서가 붙는다는 것 자체가 국내에서는 뒤로 밀려났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뭔가 께름칙하다.

 

박효영 기자: 방금 표현들이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여전히? 이런 말들 자체가 국내에서 화제성은 상당히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니까 국내 걸그룹 시장이 워낙 치열하고 이제 탑4(뉴진스/에스파/아이브/여자아이들)가 워낙 두각을 나타내다 보니까 거기 그 사이 그러니까 국내 최정상 위치에 트와이스가 들어가기에는 좀 약간 자리가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 2021년과 2022년도에 열심히 곡을 냈다. 근데 화제성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은) 그건 사실인 것 같다.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그것만으로 퇴물이라고 하긴 그렇고 아직도 여러 가지 돈을 벌어올 수 있는 캐시카우적인 부분이 많다.

 

윤 기자: 분명하게 말하면 아직도 트와이스는 건재하다.

 

 

물론 윤 기자도 마냥 ‘트와이스 바보’가 아니다. 어느정도 현실을 알고 있다. 윤 기자는 트와이스가 주목도에서 많이 내려오게 된 시기에 대해 “2019년이 기점”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팬시 이후로 그때부터 이제 컨셉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생소했을 수도 있는데 기존에 이제 막 상큼하고 깜찍한 노래를 부르던 그때에 비하면 조금...

 

시리즈로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가 그렇듯이 전편에 비해 달라야 하고 변주를 줘야 하는데 걸그룹도 연차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컨셉 변화의 과정에서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윤 기자는 “그렇지 않다”면서 단호했다.

 

나는 근데 그런 컨셉으로의 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고 본다. 걸그룹이라는 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컨셉 변화를 해야 될 시기가 오기도 하고. 트와이스가 컨셉 변화를 시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인기가 훅 떨어진 건 아니었다.

 

차라리 주목도가 줄어드는 타이밍이었던 2020~2021년에 무리하게 국내에서 곡들을 발표하지 말고 좀 더 공들여서 완성도 있는 컨셉으로 컴백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보면 해외 위주로 간다는 것 자체가 국내에서는 약발이 떨어졌단 말이기 때문에 그 떨어지는 약발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곡들을 연달아 내는 것이 무리수가 되진 않았을까?

 

트와이스가 그래도 일본을 아예 씹어먹었다. (트와이스가 카라급 인기였는지?) 물론 카라는 미스터 할 땐 워낙 인기가 최정상이라서 그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톱가수들만 출연하는) 홍백가합전에도 트와이스가 나왔다. 홍백가합전에 나오는 게 사실 톱스타의 지표다. 그러니까 보아도 이제 홍백가합전 나오면서 진짜 보아가 일본에서 스타가 됐다고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뭐냐면 트와이스가 아시아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다. 미국에서도 분명히 대박이 났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해외에서 잘 팔린다는 명제 말고도 트와이스의 건재함을 증명하는 지표들이 좀 있다. 일단 유튜브 구독자수 랭킹이다. 2024년 3월 기준 한국 걸그룹 유튜브 구독자 랭킹은 아래와 같다.

 

1위 - 블랙핑크 9310만명

2위 - 트와이스 1690만

3위 - 잇지 903만명

4위 - 여자아이들 799만명

5위 - 마마무 695만명

6위 - 뉴진스 669만명

7위 - 레드벨벳 542만명

8위 - 에스파 542만명

9위 - 르세라핌 492만명

 

블랙핑크 다음으로 높은 2등이다. 무려 1690만명인데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3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물론 활동 기간이 오래됐기 때문에 누적치가 있을 것이다. 앨범 판매량으로 살펴보면 팬덤 ‘원스’의 응집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2022년 11월 기준 트와이스의 한국 음반 판매량이 1000만장을 돌파했다. 해외 판매량은 제외한 수치다. 이밖에도 CHEER UP과 TT 등 메가 히트곡들이 121차례나 음악방송에서 1등을 차지했다. 한국 걸그룹 역사상 1등이고 아이돌 전체로 봐도 2등이다. 또한 멜론이 발표한 2010년대를 풍미한 베스트 TOP 100 차트에 무려 4곡이나 들어가 있다. 한국 아이돌 그룹 중 가장 많다. 나아가 멜론 총 스트리밍 횟수가 29억을 돌파해서 걸그룹 중 1위다. 2010년대에 발매된 걸그룹 앨범 총 판매 순위 TOP 10에는 무려 9개의 앨범이 랭크돼 있다. 한 마디로 3세대 걸그룹 전성기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12일 드디어 트와이스가 딩고에 나왔는데, 불렀던 19곡 중 무려 13곡이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알려진 히트곡들이었다.

 

OOH-AHH하게(2015)

CHEER UP(2016)

TT(2016)

KNOCK KNOCK(2017)

LIKEY(2017)

Heart shaker(2017)

SIGNAL(2017)

What is love?(2018)

Dance the Night away(2018)

YES or YES(2018)

Feel special(2019)

FANCY(2019)

Alcohol-free(2021)

 

박 기자: 토털 13곡인데 얼마나 많은 거냐면 그러니까 이 정도면 거의 god와 빅뱅급이다. 두 그룹 모두 히트곡이 무지 많은 국민 그룹의 반열인데 트와이스가 한국인들의 귓속에 맴도는 히트곡이 그렇게나 많다. 콘서트 세트리스트 차고 넘친다. 중간에 안 유명한 거 몇곡 끼고 소화하더라도 아주 여유롭다.

 

윤 기자: 딩고에 나오려면 히트곡이 많아야 하는데 불러도 불러도 다 아는 곡이더라.

 

 

결론부터 말하면 2012년에 데뷔해서 얼마전까지 신곡을 내고 활동하고 있는 ‘에이핑크’에 대해 한물 갔다고 잔인하게 평가하지 않는 것처럼, 트와이스는 데뷔 직후부터 5년여간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 행보에 대해 그때에 비해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상대적 비아냥이 나오는 것 같다.

 

트와이스의 음악적 메시지는 주로 사랑을 갈구하는 10~20대 여성의 마음을 대변했다.

 

박 기자: 히트곡들 위주로 그동안 트와이스가 노래에 담는 메시지가 뭐였냐면 썸 단계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10~20대 여성의 감정이더라. 썸을 타거나 썸을 타고 싶다. 또는 이미 썸인데 조금만 더 분발해줘. 내 마음을 얻으려면! 그게 CHEER UP이다. 사실 내가 있잖아. 약간 내숭부릴 수밖에 없는 거 알지? 여자의 마음이 그래. TT류도 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왜 날 안 좋아해주지? 얼마 전에 이제 카리나 연애 논란으로 인해 유사연애 감정 이야기가 나왔는데 트와이스야말로 유사연애 전략의 끝판왕이다.

 

윤 기자: 계속 그 간질간질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박 기자: 그러니까 10~20대 여성의 감정을 표현하다 보니까 오빠 소리를 해줄 수 있는 여성을 누가 좋아하는가? 남자 삼촌팬들이다. 윤 기자처럼 시커먼 아저씨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다.

 

윤 기자: 이제 트와이스는 우리 1990년대생부터 2000년대 초반생까지 해서 중고등학교, 대학교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면 책임진 걸그룹인 것 같기도 하다. 트와이스 뮤비 보면서 과거 청소년기의 추억이 많이 생각나고, 군복무 시절이 떠오른다고 한다. 나도 트와이스가 CHEER UP을 했던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지? 이게 다 선명하게 기억난다.

 

박 기자: 그렇지. 그러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는 다 그런 추억과 함께 저장되는데 윤 기자 개인의 서사로 봤을 때 참 힘들었을 때 트와이스가 치어리딩 해주는 그 복장으로 무대 퍼포먼스를 많이 했다.

 

윤 기자: 아니 근데 그때가 막 암울한 시기라고만 볼 수는 없고 물론 힘들 때 트와이스 노래가 많이 위로가 돼준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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