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지난 3일 MBC에서 경악스러운 뉴스를 보았다. 국가대표 남자 핸드볼 정재완 선수는 3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다. 정 선수는 엘리트 체육인이지만 병역 혜택 기준(아시안게임 금메달/올림픽 동메달 이상)을 충족하지 못 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해야 했고 입대했는데 육군훈련소에서 다리 부상을 당했다. 지난 5월 정 선수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운동을 하다 왼쪽 아킬레스건과 인대가 파열됐다. 정 선수는 허가를 받은 뒤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돌아왔지만 훈련소 의무대에는 소독약조차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부상 부위는 괴사 상태에 이으렀다고 한다. 거의 선수생명이 끝날 위기에 놓일 정도였다. 이런 어이없는 일이 다 있는가? 훈련병 시기에는 행군 등 고된 훈련을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성이 상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소독약 하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훈련소는 치료를 받고 있는 정 선수에게 꾀병 취급을 하며 빨리 복귀하라고 눈치를 준 정황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도유망한 엘리트 체육인도 이런 수준인데 일반 청년들은 오죽할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대한민국 군대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인간은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언어에 둘러싸여 삽니다. 언어는 우리가 사용하는 주요 의사소통 수단인데요. 우리는 언어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무언가를 설명하고, 누군가를 설득합니다. 그런데 언어는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현실을 창조하고 변화를 불러오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11번째 칼럼에서는 언어의 힘을 연구한 20세기 철학자 오스틴(John Langshaw Austin)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현실을 구성하는 언어 전통적으로 철학에서 언어는 진리를 전달할 때만 의미있는 것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언어는 세계를 설명하거나 기술하는 것이고 우리는 이에 대한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오스틴은 이런 가정이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세계에 대한 설명이라고 생각했던 언어가 다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죠. 오스틴은 참과 거짓을 가를 수 있는 문장을 진술문(statement)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날씨가 맑다", "나는 오늘 점심에 유부초밥을 먹었다", "4학년 1학기 성적 평균은 4.5점이다" 등은 참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는 명제입니다. 그런데 진술문처럼 보이지만 참과 거짓을 따지는 게 의미없는 경우도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지난 26일 평범한미디어 최은혜 기자는 청소년 인권과 관련하여 아수나로의 규탄 기자회견을 보도(학생답다? '라떼 꼰대' 이제 그만 "아직도 두발규제 심해")한 바 있다. 나 역시 기사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 했다. 2021년이다. 21세기가 시작된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런데 아직도 두발규제? 복장규제? 하등 쓸모없는 규제를 하는 학교들이 여전하다는 것에 놀랐다. 90년대 초반 출생 라떼에만 그런 인권침해 규제들이 존재했지 이제는 다 사라진줄 알았다. 나는 시골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아무래도 시골이다 보니 도시보다는 좀 더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개별 교사들의 인품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두발과 복장에 대해서 만큼은 엄격했다. 사회적 사고가 발달하지 않은 그때에도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소심한 학생이라 문제의식을 가지면서도 이의제기나 반항을 하지는 못 했다. 당시 고등학교에서 '3無 운동'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학생에게 △술 △폭력 △이성 교제 등 3가지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미성년자니까 술 마시면 안 되고 누군가를 때리면 안 된다는 것은 백번 공감한다. 당연하다. 그러나 이성 교제는 왜 금지하는지? 또 금지가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기대와 우려 속에 도쿄 올림픽이 개막했다. 방송사들이 앞다퉈 개회식을 중계했는데 MBC가 욕을 먹고 있다.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해당 국가의 소개 자막을 굉장히 부적절하게 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엄청난 논란을 불렀다. 본지 기자도 MBC 중계 화면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23일 방송된 개회식 중계에서 MBC는 노르웨이 선수들이 입장할 때 연어 사진을 넣었다. 일국의 문화를 너무 단순화시킨 것 아닐까? 비판하고 싶은 지점이 있었지만 여기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센스있게 소개하기 위해 연어가 유명한 노르웨이라 이 사진을 넣었다고 양해해줄 수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등을 소개할 때였다.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사진을 삽입했다. 체르노빌 사고는 20세기 최악의 참사라 불리는 원자력발전소 참사다. 과거 소련의 위성국가 우크라이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들어올 때 이처럼 비극적인 사진을 삽입한 것은 굉장히 무례한 짓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비유하더라. 대한민국을 소개하면서 삼풍백화점 붕괴 또는 세월호 참사 사진을 오버랩시키면 퍽이나 유쾌하겠다. 심지어 아이티 소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잘 모르는 사람과 술자리를 갖게 되면 눈치 게임이 시작됩니다. 처음엔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나이, 직업, 성별 등을 고려하면서 대화를 이어가죠. 그러다보면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술자리 뿐 아니라 전학을 간다거나 다른 팀으로 발령을 간다거나 하는 상황이 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배우게 됩니다. 일상 속 상호작용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 하는 나름의 규칙이 있는데요. 상황마다 요구되는 행동방식이 다릅니다. 인문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강의에 들어가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있을 때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강의실에서는 평소 잘 언급하지 않는 지식들을 수업 형식에 맞춰 풀어내죠. 마찬가지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있을 때에는 학생들에게 강의하듯 가르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각각의 상황마다 행동방식은 다 다릅니다. 모든 상황은 그 나름의 논리가 있고 그 논리는 개인에게 일종의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이런 일상의 상호작용을 주목한 학자입니다. 행동의 기준이 되는 ‘상황 정의’ 고프먼은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연극에 비유합니다. 개인은 각각 상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잦은 현대중공업에서 또 1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하청업체 소속 40대 남성 정씨가 추락사를 당했다. 정씨는 지난 12일 새벽 5시30분 즈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공장 지붕 위에 올라가 철제 슬레이트 교체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슬레이트를 연결하는 노후 볼트가 터지면서 25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안전 로프'라는 생명줄이 있긴 했지만 추락 당시 강판 모서리에 긁혀 끊어져버려 무소용이었다. 현장에는 추락 방지망조차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은지 불과 2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벌어진 명백한 산재 사망 사고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산재 사망 사고가 유독 잦다. 5월 천연가스선 파이프라인 작업자가 질식사했으며, 2월 조립공장에서 일하던 작업자가 철판에 부딪혀 숨졌다. 임금 체불과 불법 파견에 이어 잦은 산재 사망까지. 글로벌 조선 기업 현대중공업은 불명예 3관왕을 탈피하지 못 하고 있다. 비단 현대중공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21년째 OECD 산재 사망률 1위 국가다. 매년 2000여명이 일하다가 죽는다. 올초 산재의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고 내년 본격 시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칼 막스의 시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두 그룹으로 나뉘었던 계급이 현대로 들어와 세분화됐다. 일부 기업의 '노사 편가르기'는 치밀해져가고 노동조합의 목소리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노동자가 악덕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투쟁과 단결도 있지만 '법'이 중요하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마저도 배반당하기 일쑤다. 특히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더욱 야박하다. 올초 사업주로부터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중재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사실상 맹점 투성이다. 당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명명됐었지만 기업이 빠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재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의 범위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중재법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그저 사업체와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이 확대됐다는 기대 뿐이다. 그래서 중재법 체제 이후에도 산재로 인한 노동자 사망 사건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최근 일류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도 청소 노동자가 사망했다. 15일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재해예방TF팀을 구성하고 현장을 방문해 내년부터 적용될 중재법 시행령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그것만으로 중대 재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지난 6월11일 이준석 대표가 보수정당 국민의힘의 당권을 잡았습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 이상인 상황에서 만 36세의 나이로 100석 이상의 큰 정당의 당대표가 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 컸다는 뜻이겠죠. 청년세대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흐름에 발맞춰 청와대는 만 25세의 박성민 청년비서관을 발탁했습니다. 파격적인 인사죠. 두 사람은 정치에 새로운 시각과 논리를 가져올 인물로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명의 청년 정치인이 두각을 나타내는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붙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경우 평소 신념으로 갖고 있던 ‘능력주의’(Meritocracy)가 공정하지 않은 기준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박성민 비서관은 만 25세의 나이에 1급 공무원이 됐다는 점이 다른 공무원에 비해 불공정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제가 네 번째 칼럼(‘공정성’에 대한 고민)에서 정치를 ‘한정된 재화를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는데요. 물리적 재화 뿐 아니라 유무형의 가치도 분배의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최근 몇 개월간 스포츠계를 넘어 연예계 전반으로 학교폭력 논란이 번지고 있다. 학폭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더 이상 그저 어렸을 때의 실수나 객기로 정당화될 수 없다. 사실 그동안 학교에서는 “너네 둘이 얼른 화해해”라는 식으로 대충 처리하려고 했었다. 학창시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엄청난 마음의 상처이자 평생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청소년기에 당한 학폭 피해는 성인이 된 뒤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특히 어느 순간 청소년들의 학폭 수위는 잔혹한 성인 범죄 이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두의 고민과 주의가 필요하다. 절대 단순히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문제는 어렵고도 복잡한 학폭 문제를 탁상공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이다.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난 2014년 모 중학교에서 '멈춰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도입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한 친구가 괴롭힘이나 폭력을 당하고 있을 때 주변 친구들이 일제히 "멈춰!!!"라고 경고성 멘트를 외쳐주는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대구교육청에서 2012년 학폭 근절의 일환으로 도입됐는데 놀랍게도 관내 학교들에서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폭이 많이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집 근처 모 고등학교를 지나치면서 무수한 글귀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3년만 고생하면 90년이 편하다.” 과연 그럴까? 내가 많은 세월을 산 것은 아니지만 이 말이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고개를 계속해서 갸우뚱 하게 만들었다. 정말 무책임한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정말 다양하고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길다. 한 학생이 3년 동안 놀지도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가정했을 때 그 학생이 노환으로 사망할 때까지 안락한 인생을 살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대표적으로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 했던 의사들이나 변호사들을 살펴보자. 물론 안락하게 돈 많이 벌면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모든 전문직들이 마냥 편하게만 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적성에 안 맞아 방황하고 생각보다 과도한 업무환경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개업했던 사무실 또는 병원이 생각보다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내가 알고 있는 모 신경외과 전문 병원 원장만 하더라도 뼈를 깎는 수술을 하느라 맨날 온몸이 쑤신다고 푸념을 한다. 혹시 “공부 열심히 해도 힘들다면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