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욱 교수(중앙대 사회학과)는 오랫동안 극우 문제를 연구한 사회학자입니다. 지난 6월5일 전남대에서 진행한 ‘한국의 극우주의’ 관련 강연을 시리즈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두 편에 걸쳐 전달해드리겠습니다. 2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돌이켜보면 탄핵에 반대하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준 모든 유권자들을 극우로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부르는 일부 세력과 ‘윤석열 신격화’에 올인하고 있는 극우가 있긴 있겠지만 그들이 한국 보수우파의 전부는 아니다.

신진욱 교수(중앙대 사회학과)는 지난 6월5일 저녁 광주 북구에 위치한 전남대 인문대 1호관 김남주홀에서 강연을 했다. 1시간 넘는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됐는데 ‘한국 정치의 양극화’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한국 거대 양당이 정치적으로 치열하게 경쟁을 하더라도 합의할 때는 합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갈수록 극단적인 대립과 저주만 일삼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 교수는 “뾰족한 해결책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입을 뗐다.
딜레마가 있다. 2가지가 같이 있는 건데 하나는 양극화의 틀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 사회 공존의 전제를 부정하는 문제가 지금 한축으로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극단주의에 대한 전세계적인 학문적 정의에서 공통된 거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가 서로 싸울 수 있다. 양극화로 불려질 정도로 많이 싸울 수 있다. 그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양극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근데 그와 같은 정치적인 이념적인 경쟁과 투쟁의 공동의 기반이 아까 말씀드렸던 일련의 정치적인 원리와 보편적인 사회적 가치들이지 않은가? 자유, 평등과 같은 그런 기반을 공격하는 강력한 극우 세력이 12.3 계엄 이후 부상했을 때 이 문제와 싸우는 것은 정치 양극화 심화로 볼 수는 없다.
서부지법 폭동을 일으킨 문제를 두고 형사처벌이 아닌 그들과의 공존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신 교수는 “미소지니 여성 혐오와 반동성애 혐오 발언을 하는 세력들에게 오케이 너의 생각도 인정해! 나는 거기에 동의를 안 하는 입장”이라며 “이들과 친구가 되자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좌가 됐든 우가 됐든 공동 기반을 해치는 극단적인 세력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걸 우려해서 정치 양극화를 말할 수 없다”고 설파했다.
이런 큰축에서 우리는 정치 양극화를 우려하며 화합과 이해와 통합의 프레임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게 하나의 축이다.
근데 또 다른 축이 있다.
뭐냐 하면 우리가 예를 들면 탄핵에 반대했다. 이번에 국민의힘을 찍었다. 또 개혁신당을 찍었다. 그러면 만약에 나는 김문수나 이준석은 극우 혐오 정치인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사람들에게 투표를 한 유권자들이 그러면 극우 혐오 세력이냐? 아니다. 다양한 동기와 이유와 맥락에 의해서 투표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와 같은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또 하나의 위험이 있다.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 정치론’과도 같다. 프랑스 대혁명 직후 반혁명파로 몰아서 모두를 배제하고 낙인찍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비판적인 시민들을 모조리 극우로 상정할 수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분명히 단순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는 우리가 동의하지 않고 분명히 반대해야 될 지점이 있다.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우리가 대화하면서 서로 이해를 깊게 해가야 될 일이 있다. 이에 대해서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어가야 할 그런 매우 어려운 과제가 우리한테 지금 놓여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 얘기를 했는데 한편으로는 사회적 통합,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의 재건이라고 하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상충될 수 있는 부분을 이뤄가야 되는 어려운 과제가 지금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고민이 생기는 구체적인 배경에 국민의힘이 있다. 100석 넘는 의석을 갖고 있는 제1야당 보수우파 정당이지만, 12.3 계엄 사태 이후 9월인 지금까지 극우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건강한 보수 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하지만 극우와는 선을 그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8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두손을 맞잡고 협치를 약속하기도 했는데 도대체 국민의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내가 큰 불행이라고 생각을 하는 부분이 국민의힘이 12.3 사태를 거치면서 계엄에 분명히 반대하는 쪽으로 당의 입장을 잡았으면 딜레마가 발생하지 않는다. 근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까지 국민의힘의 다수 의원들이 계엄을 굉장히 공격적으로 옹호를 했다. 그래서 계엄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들은 공산주의자야! 이 정도까지 갔다면 굉장히 극우적인 방향으로 간 것인데 김상욱 의원 뿐만이 아니라 상당헌 지지세를 갖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까지좌파로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나가’라는 압박이 거세다. 이 정도까지 가게 되면 한국의 보수를 자처하는 정당이 사실은 보수가 아닌 극우 정당화 되고 있다. 이 문제가 극복이 되면 딜레마가 많은 부분 극복되지 않을까 싶은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