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6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파리 첫 날이었다. 아침 8시30분 보베 공항 활주로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머릿속 파리지앵의 이미지에 부응하려 새벽부터 공들인 메이크업과 고데기한 머리는 시작부터 망가졌다. 위축된 상태로 파리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가방에서 캡모자를 꺼내 쓰며 망가진 머리도 애써 가려보았다. 하지만 2시간 후 파리 <샤를 드골 에투알역>에 내렸을 때 내가 본 진짜 파리지앵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백팩을 맨 채 우산도 없이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렇게 나는 의도치않게 파리에 완벽히 스며들어 있었다. 평범한 뒷골목에 숨겨진 작은 비스트로에서 첫 끼니를 먹었다. 1년간의 오스트리아 생활로 돈이 얼마 남지 않은 내가 유명 맛집들을 제외하고 택한 곳이었다. 구글맵으로 파리 중심가와 떨어진 지역들을 줌인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네이버 인기 웹툰 <송곳>을 아주 재밌게 읽었고 동명의 jtbc 드라마도 정주행을 했다. 노동조합 내부의 이야기는 물론 대한민국의 노동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외국계 대형마트가 직원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시도하는 것에 맞서는 내용인데 그 과정에서 노동상담소 소장 구고신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구고신 소장의 모델로 알려진 인물이 하종강 교수(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다. 하 교수는 <송곳> 모델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해명하기 바쁘다”며 구고신 캐릭터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다른 인물들도 많이 참고해서 창작한 복합적인 캐릭터라고 손사레를 쳤다. 지난 6월20일 저녁 7시 광주 서구에 있는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하 교수의 강연에 참석했다. 시작하자마자 하 교수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보여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고 발언했다. 자본주의의 끝판왕으로 알려져있는 미국에서도 노동조합 나아가 노동에 대한 혐오가 한국 만큼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만큼만 읽다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쉬는 날 넷플릭스에서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봤다. 2022년에 새롭게 리메이크 됐는데 원작은 1929년 레마르크 작가가 집필한 반전 소설이고 이번 포함 세 차례나 영화화됐다. 원래 전쟁 영화 매니아라 꼭 보고 싶었는데 대성공이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참혹한 전쟁터를 보여준다. 시신이 된 병사들이 불태워졌으며 이들이 착용한 군복과 군화 등 용품들은 모두 빨래 공장으로 보내져 세탁 후 재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관을 불태우는 사람들, 세탁 공장의 직원들은 모두 무덤덤한 표정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그야말로 ‘죽음이 일상화’된 공동체다. 수 십명 수준이 아니다. 수 만명씩 사람이 죽어나가다보니 점점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세탁물에서 어마어마한 핏물이 나와도 감정의 동요없이 빨래를 하고 있을 뿐이다. 다른 공간에서는 환희와 국뽕에 들뜬 독일 청년들이 등장한다. 인정 욕구는 오직 군인다움과 참전으로만 충족된다. 파울(펠릭스 카머러 배우)은 친구들과 동반 입대를 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