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135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유독 다른 종목들에 비해 야구만 시끄러웠다.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서 풀로 프로선수들만 꾸려서 출전한 팀은 대한민국 밖에 없다. 그나마 복병으로 여겨졌던 대만이 4년 전에 비해 전력이 약해져서 손쉽게 이겼는데,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너무나 처참하게 졌다. 결승전에서 ‘곽빈’으로 때려박아서 금메달을 거머쥐긴 했지만 뭔가 갸우뚱해졌다. 팬들도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주요 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해결해왔던 관행을 양해하고 있었지만 이젠 슬슬 ‘딴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날로 병역 혜택을 받아도 되는가?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부진한 경기력 속에서도 병역 혜택을 받는 프로 선수들을 향한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은 어떻게 이런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따서 군대를 안 가느냐는 여론이 있는 것 같다.
최고의 인기 종목 원투 ‘축구와 야구’. 둘 중에서도 프로 리그의 인기로 봤을 땐 야구가 단연 한국 최고의 스포츠다. 박 센터장은 “야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와 인지도가 훨씬 높고 선수들의 면모가 대중에게 친숙한 만큼 그에 걸맞는 압도적인 경기 결과를 보여주길 바라는데 그러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대학생 선수나 아마추어 선수 1명 없는 100% 프로 선수이자 나름 팀의 베스트들이 모인 구성이다. 한국 야구선수들이 모든 스포츠 종목 중에서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그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을 때 대중이 느끼는 실망감과 날로 먹는다는 비판이 커지는 것이다.
그에 반해 일본 대표팀은 엘리트 출신이지만 비프로 실업야구팀 소속 선수들을 중심으로 전력을 꾸렸다. 한국 야구팬들은 오타니와 야마모토가 포함된 풀 전력으로 꾸려진 일본과 붙어서 맥없이 졌더라도 화를 냈을 것이다. 단순히 ‘한국의 사회인 야구와 일본 사회인 야구의 특징’을 몰라서 ‘프로들이면서 사회인 야구선수들한테 지냐’라는 식으로 열을 내는 건 아니다. 야구 좀 안다는 사람들이 일본 사회인 야구의 진면모를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팬들도 알고 있다.
단판 승부의 특성과 히구치 투수의 치밀한 피칭 디자인에 당해서 고전했다. 물론 각기 팀의 팬들도 뛰어난 실력을 갖춘 어린 유망주들이 병역 혜택을 조기에 해결하는 모습을 반기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아시안게임 선수 차출을 이렇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어느 순간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인의 군대 문제가 거론될 때 “BTS도 현역으로 갔다왔다”는 공식으로 모든 이야기가 수렴되고 있다. 젊은 청년들은 징병제 국가에서 누구보다 ‘공정성과 형평성’의 문제에 민감하다. 박 센터장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도 현역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오는 마당에, 신체적·정신적 사유가 아니라면 병역 혜택 자체를 없애고 다같이 다녀와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는 점을 환기했다.
한국 남성들은 군 복무를 ‘당연한 의무’가 아니라 ‘2년 동안 강제로 끌려가서 보는 손해와 불이익’으로 느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이는 조건에서 금메달을 따고 병역을 면제받는 야구선수들을 향해 날이 선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시안게임의 다른 종목들은 그나마 치열한 경쟁이 되는 것 같은 여건이 조성됐는데, 야구는 누가 봐도 ‘누워서 떡먹기’로 여겨졌다. 결과적으로는 일본한테 발목을 잡혀서 하마터면 금메달을 쟁취하지 못할 뻔해서 ‘고진감래 스토리’가 형성됐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너무 못해서 그런 거지 ‘아시안게임 야구’가 날로 먹는 것 같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다. 박 센터장은 “과거 2002년 월드컵 4강이나 2006년 WBC 4강 때처럼 전국민이 공감할만한 고생과 성과가 있었을 때는 병역 특례를 줘도 반발이 적었다”면서 “시대가 변하면서 국위선양이라는 명분이 빛이 바랬고 형평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선수들의 보상 문제까지 나오고 있고 논의가 확장되는 것은 결국 병역 혜택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병역 혜택을 없애면 아시안게임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급격히 식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프로 선수의 참가를 원천 차단하거나 대표팀의 수준을 퓨처스리그 수준이나 대학 선수들로만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차라리 IOC 차원에서 야구에 대해서는 프로 선수의 진입을 막아주거나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우리도 거기에 맞출텐데 이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 징병제 하에서는 몸과 정신이 의학적으로 아프지 않다면 모두가 동일하게 군대에 갔다 와야 한다는 ‘공정의 논리’가 중요하다. 아니면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부족 현상이 심각한 만큼 점진적으로 ‘모병제’로 전환되는 흐름이 가시화 된다면 이런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될 것이다. 유튜브 채널 <스포츠N플러스>에서 관련 주제를 다뤘는데 △대학 선수들 중심으로 발탁 △프로 2군 선수들로 구성 △와일드카드 없애고 25세 미만 미필 선수들로만 구성 등등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그러다가 말미에 진행자가 “군대를 모병제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된다. 모병제로 바꾸면 우리의 모든 고민이 사라진다”면서 “그러면 될텐데 그놈의 군 면제 때문에...”라고 말했는데 뭔가 의미심장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궁극적으로 이번 논란은 단순히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야구선수들의 경기력 부진을 넘어, 병역 제도의 공정성 기준과 프로 스포츠의 국위선양 보상 방식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박 센터장은 “80년대에 도입된 병역 혜택 제도의 취지가 대중의 공감대를 잃어버린 지금, 제도 자체를 전면적으로 손질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