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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때와는 다른 ‘김현지 실세론’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강훈식 비서실장(청와대)이 잇단 장관급 후보자들의 낙마와 지지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시선은 청와대의 깊숙한 곳을 향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을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경기성남 라인’의 핵심 김현지 제1부속실장(청와대)을 둘러싼 ‘실세론’이 국정의 핵심 내관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김 실장이 직제상 권한을 넘어 대통령실 인사와 국정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정황과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여권 인사의 “인사라인은 김현지”라는 돌출 발언이나, 인사 청탁 문자에 등장하는 이름, 장관급 후보자 사퇴 및 부처 국장급 인사 개입 의혹 등등 공적 검증 시스템이 무력화되었다는 짙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은 9월4일 라이브로 방송된 JTBC <장르만 여의도>에 나와 장관 후보자 논란에 대해 다른 출연자가 인사라인을 거론하자 “인사라인이 있어? 인사라인이 김현지잖아”라고 말했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이 이 발언에 놀라 “지금 (방송) 나가고 있어”라며 주의를 환기했고, 서 소장은 “(방송) 나가고 있어?”라고 되물었다. 이어 서 소장은 “사실 우리 인사수석이 있어요? 없잖아요”라며 “인사수석이 없어서 강훈식 비서실장이 인사수석 역할을 하겠다고 했던 것이고, 모인 사람이 대부분 주요 핵심 멤버 모여서 (인사를) 할 텐데, 그런 얘기를 하는 거죠”라고 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사례로 상징되는 ‘비선 실세’와 김현지 실장처럼 공식 직책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는 본질적으로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청와대 제1부속실은 “대통령의 문지기”(Gatekeeper)로 불리며 “근접 보좌 조직”으로 인식돼왔다. 그래서 1부속실장은 대통령의 일정과 보고체계를 관리하는 공식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를 넘어 인사, 정책 결정, 예산 및 행정에도 손길을 뻗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누가 봐도 최순실이 가장 센 실세였지만 그녀의 손발이 되어준 것은 정호성(제1부속비서관), 안봉근(제2부속비서관 및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총무비서관)의 ‘문고리 3인방’이었다.

 

여기서 핵심은 ‘접근권’이다. 대통령 주변의 공식 참모라고 해도 누구나 대통령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부속실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누가 대통령을 만나느냐, 무엇을 보고하느냐, 언제 보고하느냐 등등 대통령에게 어떤 정보가 들어가는지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부속실은 공식적인 정책 결정 부서는 아니면서도 대통령의 정보와 사람에 대한 접근을 관리하는 실세 부서라고 할 수 있다. ‘문고리 3인방’에 대한 비판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공식 참모가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참모라면 대통령에게 정책적인 의견도 내고, 사람도 추천하고, 보고도 해야 한다. 문제는 ‘비공식적인 영향력’이 확대되어 공식 조직을 우회해서 사실상 인사, 예산, 정책 등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문고리 3인방 중 정호성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는데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가능하게 한 청와대 내부의 연결고리로 밝혀졌다. 특히 정호성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까지 됐다. 공식적인 대통령 비서가 자신들에게 주어진 접근권을 이용해 비공식 인물에게 국정 정보를 전달하고, 대통령과 비선 사이의 통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김현지 실장이 이런 식으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야당과 언론이 지적하는 포인트는 이런 거다. 인사 행정이 집행되는 것을 예로 들어 보자. 현재 이재명 정부의 청와대 공식 인사 담당은 조성주 인사수석이 이끄는 인사수석실이다. 공개된 조직도에도 인사수석과 인사비서관이 별도로 존재하는 만큼 이들이 직접적인 인사를 총괄하고, 민정수석과 상의해서 인사 행정을 조율하고, 상관인 비서실장에게 컨펌을 받고, 여기에 행정을 관장하는 국무총리와의 협업도 필수적인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올라가면 완료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정상적인 지휘계통이다. 이렇게 부속실 소속 비서들은 ‘공식 라인’으로 인사 행정이 원활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런 공식 라인을 무력화시켜서 대통령의 결정이 다이렉트로 집행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2025년 말부터 김현지 실장을 둘러싼 ‘인사 영향력’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문진석 당시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김남국 당시 대통령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의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되면서, 문 의원의 인사 추천과 관련해 김현지 실장에게 전달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김현지 실장이 공식 직책 이상의 인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고 공세를 폈다. 청와대는 김현지 실장이 인사를 담당하는 위치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리고 서두에 밝혔듯이 이번 8.31 개각 실패와 함께 “인사라인이 김현지”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재차 말하지만 김현지 실장은 최순실과 달리 대통령 비서실의 공무원이자 대통령의 공식 참모다. 따라서 그를 ‘비선’이라는 맥락으로 “최순실보다 더 파워가 세다”고 주장하는 것은 야당의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 허나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면서 가장 가까운 제1부속실장이라는 지위가 결합하게 됐을 때 ‘공식 라인’을 우회하여 비공식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와대 조직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출석 요구를 할 수 있는데 관례적으로 비서실장만 나가지 김현지 실장과 같은 정권 실세를 부르는 것도 쉽지 않다. 역대급 “실세 국무총리”로 불렸던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처럼 야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의를 통해 여권을 몰아붙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권 불문 김현지 실장과 같은 ‘측근형 실세’에 대한 뒷말이 끊임 없이 나오는 것이다. 국회의 직접적인 견제나 감시를 받지 않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김현지 실장이 ①인사수석실과 비서실장의 공식 라인을 우회해서 인사 정책이 집행되도록 했는지 ②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정보와 만날 사람을 독점적으로 통제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이와 관련 여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강훈식 실장 뿐 아니라 인사라인에 있는 분들에 대한 조치는 필요해 보인다”면서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강 실장이 인사위원장이니 책임지고 총대를 멘다라고는 하지만 인사 검증하는 다른 어떤 부속 부서들이 있지 않느냐. 민정도 있고 인사도 있고. 성남 라인이라고 불리지 않느냐. 그런데 아무 책임을 안 진다? 이건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지율 하강 국면에서 인사와 관련해 심각하게 문제가 생긴 것이니 조금 강도 높은 조치를 하고 김현지 실장에 대해서는 정무적으로 청와대 내부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부속실장 자리에 두는 게 맞는지, 보직 이동을 하는 게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지 ‘우리 편이니까 억울한데’ 이렇게 갈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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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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