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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앙금’과 조희대의 ‘오기’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단순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원장이라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분명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감정적인 앙금’이 있다. 2025년 5월1일 조 대법원장은 21대 대선(6월3일)을 한 달 앞두고 이례적으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피고인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과 달리 파기환송 결정을 했다. 대법관 12명 중 다수인 10명(조희대·오석준·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노경필·박영재·이숙연·마용주)이 이 대통령에게 선거법상 허위사실을 유포한 죄가 있다고 봤는데 그 다수설을 이끌었던 인물이 바로 조 대법원장이다.

 

(김문기 골프 발언에 대해)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2심이 판단한 것과 같이 다의적인 의미로 해석되지 않으며 피고인 이재명은 김문기 등과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 (백현동 국토부 발언에 대해서도) 성남시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용도 지역 상향을 추진하였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가 성남시를 압박하거나 피고인 이재명 또는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는 협박’을 한 적이 없으며 (마치 국토부가 혁신도시법 3조 6항 의무조항을 들먹이며 압박했다고 발언을 한 것은) 구체적인 사실을 포함하는 진술로서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며 허위사실공표라고 할 수 있다.

 

 

2심까지 무죄가 나왔던 상황에서 무난하게 사법 리스크의 일부가 해소될 것이라고 봤던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 달 안에 파기환송심까지 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희박하지만 조 대법원장이 무리수를 둬서 자신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만큼,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혹시라도 대권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대선 개입”이라며 맹공을 했던 것이다. 원래부터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세력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 차포를 다 떼버리곤 했던 곳이 바로 민주당이다. 검찰이 대표적이다. 자신들을 수사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드는 것은 물론 통제가 되지 않는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고 해체시켜버렸다. 그리고 이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참칭했다. 여기에 조 대법원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으니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법왜곡죄, 재판 소원, 대법관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다. 안 그래도 보수 성향인 조 대법원장이 탐탁치 않았었는데 이렇게까지 당했으니 가만히 둘리 없다.

 

조 대법원장도 분명 이 대통령이 대권을 거머쥐는 걸 막고 싶었던 내심을 품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조 대법원장은 △2심까지 무죄가 나왔던 걸 뒤집기 위해 △직권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결정했고(2025년 4월22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자마자 9일만에 선고를 해버렸다. 내재적 접근법이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대선 정국에 ‘이재명 유죄 딱지’를 공인해서 유권자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는 걸 못마땅하게 여겼더라도 굳이 그렇게 신속하게 판결을 내릴 필요가 없었다. 대법원에서 재판 받길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느림보 거북이’로 일관했으면서 왜 이 사건만 그렇게 빨리 결론을 내버렸는지 조 대법원장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법연감 통계 기준으로 봤을 때 상고를 하고 대법원에서 선고가 나오기까지는 평균 5개월에서 8개월이 소요된다.

 

이러한 배경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법관 제청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104조 2항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그러니까 대법원장이 제시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국회는 동의권을 갖고 있고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 즉 다시 말해 삼권 분립에 따라 입법, 행정, 사법 중 어느 한쪽이라도 반기를 들면 대법관이 될 수 없는 구조가 우리 헌법의 원칙이다. 통상 대법관이 되는 패턴이 있다. 먼저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목록에서 한 명을 정해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제청하고, 제청을 받은 대통령이 국회로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고, 국회는 인사청문회와 표결 절차를 거쳐서 가결이 된다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한다. 보통 대법원과 청와대가 사전에 협의를 거쳐 누구를 후임 대법관으로 정할지 결정하는 것이 관례인데 위에서 서술했듯이 두 기관의 수장 간에 축적된 감정이 상당하다. 그래서 청와대는 대법원이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법관 후보를 추천했다면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대법원은 사전 협의를 하려고 시도했으나 청와대가 응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청을 하게 됐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런 대법관 제청 갈등이 2025년 11월부터 불붙기 시작했고 올해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하자 더욱더 격화됐다. 이 대통령은 김민기 판사를 원했고, 조 대법원장은 윤성식 판사를 원했다고 하는데 사실 곁가지다. 현직 오영준 헌법재판관이 김민기 판사의 남편이기 때문에 ‘이해충돌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부분도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노 전 대법관에 이어 이흥구 전 대법관까지 9월에 퇴임을 하자 조 대법원장은 7개월만에 새로운 대법관 후보 2명을 이 대통령에게 제청했는데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치킨 게임’이 끝날 리 없다. 결과적으로 김성수 판사(서울고등법원)가 이흥구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최종 절차를 거쳐 대법관이 되었는데,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조 대법원장이 점찍어둔 손봉기 부장판사(대구지법)는 이 대통령의 임명 거부로 지금의 교착 상태에 이르렀다.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은 계속해서 ‘재제청’을 두고 요청하고 거부하는 핑퐁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윤석열의 몰락을 따라간다”면서 소위 내란몰이를 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대법원 항의 방문과 특검 및 국정조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내 재판을 할 판사를 고르겠다는 오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조희대 지키기’로 맞서고 있다.

 

결국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공소 취소’ 플랜을 가동하는 것에 방해가 될까봐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 의도에 따라 갈등 국면을 끌고가려고 하는 것인데 진중권 교수(동양대)는 페이스북에서 “(대법관 제청 문제도) 결국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재판을 할 판사를 내가 뽑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적 욕심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며 “이 역시 공소 취소에 실패해 재판이 재개되는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단순히 대법관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임기 중에 임명해야 할 대법관이 여러 명이다. 이번에 그걸 허용하면 나머지도 다 대법원장 제치고 대통령이 셀프 제청도 하고 임명도 하는 게 예외가 아니라 상시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재판은 총 5개다.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재판이 중지되긴 했으나 임기 후에 언제든 재개되어 감옥으로 갈 수도 있는 가능성이 살아 있다.

 

①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사건(서울고법 파기환송심)

②대장동·백현동 관련 사건(서울중앙지법 1심)

③위증교사 사건(서울고법 2심)

④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수원지법 1심)

⑤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사건(수원지법 1심)

 

임찬종 기자(SBS 법조 담당)와 박상용 검사(인천지방검)에 따르면 여권이 가동시킬 수 있는 공소 취소 플랜은 3가지다.

 

플랜A: 조작기소특검법에 공소 취소권 부여

플랜B: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플랜C: 법원에서의 공소 기각

 

진 교수는 최근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플랜A를 포기한 것처럼 말했지만 아직 플랜B와 플랜C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공소 취소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해 또 다른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으려는 것인데 이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조희대 대법원장이다. 그래서 집권 여당 대표가 전국에 ‘조희대 사퇴’ 플래카드를 내걸라는, 미친 짓을 했던 것이다. 이번 대법관 제청 건도 결국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재판을 할 판사를 내가 뽑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적 욕심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이 역시 공소 취소에 실패해 재판이 재개되는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다.

 

한 마디로 이 대통령에게 조 대법원장은 파기환송을 결정한 ‘원수’이자 공소 취소를 방해할 ‘걸림돌’이다. 문제는 조 대법원장 역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스탠스에 전혀 협조적이지 않고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의 실질적 협의 관례를 스킵한 채 서면으로 제청을 단행해서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었는데 여권에게 공격당할 명분을 제공해버렸다. 사법부의 독립과 헌법적으로 재제청 요구를 수용할 근거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대법관 공석이 200일 넘게 장기화되는 비상 상황에서 원활한 타협을 이끌어내려는 정치적 수용성이나 유연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야말로 서로 고집을 부리며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는 ‘치킨 게임’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대법관 한 자리가 장기간 공석으로 남게 되면서 대법원의 재판 심리는 더욱더 지연될 것이고 그 피해는 오롯이 신속하게 재판 받을 권리가 있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일단 조 대법원장도, 이 대통령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 여권은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라는 사적인 동기로 인해 조 대법원장을 거대 ‘악’으로 둔갑시켜 굴복시키려고 하지 말아야 하고, 조 대법원장도 헌법적 명분 뒤에 숨어 자존심 싸움을 벌이며 계속해서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는 행위도, 사법부가 행정부와의 정치적 싸움에 몰두하는 것도 모두 비합리적이다. 앙금과 오기, 사적 이해관계가 뒤얽힌 헌정 사상 최악의 치킨 게임이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두 권력 당사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헌정 질서와 국민 전체가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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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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