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애끓는 마음으로 ‘딸’이자 ‘여자친구’를 전국민에게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과 남자친구의 심정을 차마 형용할 수가 없다. 그렇게 전국민이 세상을 떠난 故 장미란씨의 얼굴을 보게 됐다. 해당 실종 사건을 담당한 부OO 경장(제주서부경찰서 형사과 실종수사팀)은 형사 경력 5년 차다. 그런데 실종자를 찾기는커녕 전산망에 “본인이 위치 알림을 원치 않는다”는 거짓 사유를 입력하고 접수 2시간30여분 만에 사건을 임의 종결했다. 남자친구에겐 살아 있지만 연락되길 원치 않는다고 둘러대놓고선 ‘실종자 프로파일링 관리 목록’ 시스템에는 종결 처리를 하기 위해 ‘교통사고 사망’으로 기재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그냥 일을 안 할거면 안 하면 되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허위 종결로 초기 골든타임을 놓쳤다. 118대나 되는 CCTV의 저장 기간을 도과해서 장씨가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사인을 알기 어렵게 됐고, 재빨리 대응했다면 살릴 수도 있었던 최소한의 가능성마저 앗아갔다. 장씨는 실종 104일만인 지난 8월24일 마지막 목격 장소에서 불과 400미터 떨어진 카나리아 야자나무가 울거진 곳(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장씨 뿐만이 아니다. 부 경장은 또 다른 60대 남성 실종 사건에서도 허위 종결 처리를 해버렸다. 사실 2025년 3월부터 실종팀에서 근무했던 부 경장이 약 1년 반 동안 맡았던 298건의 실종 사건 대부분 그딴식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만연해진 무사안일주의와 근무 태만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실종 수사에서 현직 형사가 이토록 담대하게 공전자기록을 위작하며 직무를 방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표창원 소장(범죄과학연구소)은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긴 하지만 어쨌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 행위”라며 “범죄자가 경찰에 들어와서 범죄 행위를 경찰의 직위와 권한 시스템을 악용을 해서 범죄 행위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팟빵 소속 김 피디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부 경장이) 어느 정도까지 실종 사건들을 암장했느냐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그것 때문에 부 경장이 범인 아니냐? 범행과 관련이 있지 않는 이상 굳이 이렇게까지? 왜냐면 그냥 두면 되는데 못 찾겠습니다고 하고 두면 되는데 케이스를 종료해버리는 건 한 발 더 나아가는 거기 때문에 왜 이렇게 한 것인지 너무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부 경장 개인의 일탈과 더불어 한국 경찰 조직의 근본적인 한계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여러 요인들이 있을텐데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다. 하나씩 제시해보고 싶은데 첫 번째는 ‘실종 사건 미해결 비율’을 낮추려고 한 통계상의 불이익 문제다. 부 경장 개인이 극단적인 업무 회피와, 관할서의 미제율 및 실적 관리라는 조직적 이해관계가 기형적으로 맞물려서 이런 끔찍한 결과를 양산했을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그냥 경찰이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 그랬다’는 측면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모든 고소·고발장을 원칙적으로 정식 수사 절차에 부치도록 지침이 바뀌면서, 민사성 채권 다툼이나 경미한 이웃간 분쟁까지 전부 형사 인력에게 할당되고 있다. 박중광 변호사(형사 전문)는 “경찰관 1인당 연간 처리 사건 수가 적정 기준 90여건인데 이를 훨씬 초과하는 140~150건에 달하는 등 업무 과부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처리해야 될 사건들이 너무 많으면 수사의 정밀도를 떨어뜨리고 부실 처리를 방치하는 토양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성인 실종을 ‘단순 가출’로 치부하는 관행이다. 현행법상 만 18세 미만 아동이나 치매환자 또는 지적장애의 실종은 관련 법률(실종 아동법)에 따라 즉시 위치 추적과 CCTV 확보 등 강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반면 일반 성인 실종은 법적 근거가 부족해 강력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영장 발부 등 적극적인 수사가 어렵다. 장씨의 사촌 여동생이 서울 노원경찰서에 2차 신고를 접수했을 때 “성인인데 그냥 가출한 거 아니냐”면서 “오히려 소식이 없는 게 좋을 수 있다. 소식이 있다면 범죄를 당해 변사자로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망언을 듣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실종팀이 형사과에 종속되어 있는 현실에서 현장에서 뛰는 형사들은 범죄 혐의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성인 실종을 가볍게 여기는 ‘관행’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마지막 네 번째는 부 경장의 극단적인 근무 태만이 관성으로 자리잡아 아예 만성화된 형태로 굳어졌다는 가설이다. 부 경장이라는 개인이 유별나게 악랄하고 게으른 나쁜놈이었다는 뜻이다. 남자친구가 5월15일 18시43분경 최초로 실종 신고 접수를 함에 따라 당시 관할 파출소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해 초기 수색 및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현장 인력이 수색 및 확인을 진행하고 있던 도중에 부 경장이 “연락이 됐다”고 거짓으로 일종의 초를 치며 상부 보고 및 전산 종결을 감행해 현장 수색을 도중에 중단시켜 버렸는데 이에 대해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부 경장이라는 담당자는 그냥 자기가 멋대로 종결을 했는데 (세간에서 제기되는 본인이 범죄집단과 연루됐다는 식의) 무슨 의도가 있나? 찾고 있는데 뭐야? 찾기 전에 하든. 출동 전에 하든. 한참 전에 다음날 그러든. 사실 생각해보면 이 부 경장이 그날 당직이었다. 당직이라고 해서 24시간 꼬박 밤을 새우는 게 아니고 대충 업무를 정리하고 숙직실에서 잠을 잔다. 대충 21시에서 22시 그 사이에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짜지만 그런 망상으로 일을 처리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전문가들은 부 경장 한 사람에 대한 처벌이나 지휘라인 징계라는 응급 처방을 넘어, 실종 수사 시스템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칭 성인 실종법 제정, 실종자를 찾았다면 무조건 대면 확인을 원칙으로 하고 종결할 수 있도록 강제(기존에는 매뉴얼에 불과)하는 조치, 단독으로 최종 종결을 하지 못하도록 결재라인 확립, 일반 수사과와 전문 실종팀의 분리, 국가 실종국 개설 등등이 거론되고 있다. 32년 형사 경력의 김복준 교수는 “범죄 혐의 위주로 판단하는 강력 형사팀 아래에 실종팀을 두는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종 수사를 강력 사건의 부속 업무가 아닌 독립된 전문 수사 영역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이참에 전국 실종 통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현행 경찰 시스템으로는 제대로 해결되지 못 하는 부분이 있다면 영국 사례를 참고해 ‘국가 실종국’을 만드는 방향까지 고민해볼 수 있다. 표창원 소장은 아래와 같이 설파했다.
여러 나라들이 실종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특히 여러모로 우리랑 많이 비슷한 게 영국이다. 연간 실종 건수도 우리랑 비슷하다. 성인 7만명 정도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2021년부터 성인 실종을 포함한 모든 실종 사건 처리를 위해 국가 실종국이라는 걸 별도로 만들었다. 그래서 실종 사건에 대해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고 각 경찰관서에 실종 전담 경찰관들은 반드시 교육 훈련을 받은 전문 경찰관 자격을 가져야만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이 실종 전담 경찰관들도 직무를 서로 나눠서 서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한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런 시스템들이 각 나라별로 유사하면서도 조금은 차이가 있는 다양한 시스템들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시스템을 만들고 정착시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