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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규의 포부 “반드시 국회로 돌아가겠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24년 총선 이후 원외정당으로 전락한 정의당이 전당대회(9기 전국동시당직선거)를 치르고 있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와는 달리, 정의당이 전당대회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관련 기사 하나 없는 상황에서 당대표와 부대표 모두 출마자가 없어 공고가 연기되기도 했다. 그나마 2025년 6.3 대선에서는 권영국 전 대표가 정의당의 존재를 알리는 차원으로 출마를 감행해서 나름대로 이목을 끌었지만, 딱 1년 후 치러진 6.3 지방선거에서는 마찬가지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존재감이 너무도 부족했다. 정의당의 당세는 갈수록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다.

 

국회에는 민주당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 의석을 확보한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이 있는데 그들이 ‘진보 좌파’를 참칭하며 중앙정치권 이슈들이 생길 때마다 목소리를 내며 정의당의 존재를 더욱더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원외 진보 3당으로 분류되는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이 근래 총선과 대선을 통해 연대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지만 일반 대중과 주요 언론들의 관심을 받기엔 역부족이다. 진보 3당은 이대로 악화일로의 흐름에서 반전을 찾지 못하는 걸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양경규 전 의원이 깃발을 들었다. 양 전 의원이 정의당 9기 당대표 후보로 나서기로 했다. 양경규 당대표 후보는 출사표를 내고 “정치를 시작했던 이유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정의당 국회의원(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으로서 마지막 국회에서 했던 약속을 이제는 내 손으로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던 날, 나는 정의당 국회의원으로 마지막 5분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반드시 돌아오겠다. 정의당이 23대 국회 단상에 다시 한 번 진보 정치의 이름으로 서겠다. 그 말은 한 국회의원의 다짐만은 아니었다. 정의당의 모든 당원이 함께 품었던 약속이었다. 그 약속을 지키는 일에 내가 다시 나서고자 한다. 혼자 돌아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 함께 돌아가자는 것이다. 내가 그 약속의 첫걸음을 떼겠다. 그리고 그 길을 당원 여러분과 함께 걷겠다.

 

 

포부가 당차다. 다시 원내로 진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내 재진입의 의지를 드러냈다. 정의당이 직면한 ‘죽음의 계곡’은 진보의 위기이자 진보정당의 위기와도 같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노동과 불평등, 주거와 돌봄, 기후위기와 차별, 청년의 불안과 삶의 불안정처럼 기존 양당 정치가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는 문제가 넘쳐난다. 그런데 그 요구를 하나의 정치적 방향으로 모으고 실제 사회의 힘으로 만들어낼 독립적인 진보 정치의 주체가 약해졌다. 진보 정치가 필요 없어진 것이 아니다. 진보 정치를 필요로 하는 삶은 그대로인데, 그것을 정치로 만들어낼 힘이 약해진 것이다.

 

한국 정치는 거대 양당체제의 긴 터널을 지나 국민의힘의 극우화 및 쇠퇴기를 거쳐 민주당이 확고한 주류가 된 일극체제로 자리잡았다. 상대 보수정당을 악마화하여 반사이익을 얻는 것에만 혈안이 된 민주당이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서, 한국 사회가 진보하고 진화한 것은 전혀 아니다. 양 후보는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이 탄핵되어도 청년이 라면과 김밥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꾸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광장의 민주주의가 삶의 민주주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광장이 한창 뜨거웠던 때, 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나는 다시 그 청년의 질문을 떠올렸다. 장갑차를 몸으로 막아세웠던 청년을 인터뷰하던 카메라는 어느 김밥집 사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예전에는 청년들이 와서 라면과 김밥을 함께 주문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라면을 먹을지 김밥을 먹을지 한참 고민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장면이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너무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광장은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지켜낸 일상이 청년들에게 과연 어떤 삶을 주고 있는가?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이 탄핵되어도 청년이 라면과 김밥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꾸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광장의 민주주의가 삶의 민주주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나는 바로 이 질문에서 새로운 진보 정치가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당대표가 되겠다고 단독 출마한 양 후보는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의 산증인이다. 조승수, 노회찬, 심상정, 권영길, 백기완과 같은 진보정당 운동을 주창한 1세대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양 후보는 1959년생으로 1984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대한상공회의소에 입사했으나 노조 가입을 이유로 불법 해고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게 됐다. 그 이후 전문기술노조와 공공연맹을 이끌며 민주노조 건설의 거두로 활동했는데,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을 거치며 현장 노동자들을 대변해왔다.

 

정치인으로서의 궤적 역시 선명하다. 양 후보는 1997년 국민승리21 권영길의 대선 캠프에서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2000년 민주노동당 초대 부대표를 맡아 조직의 기틀을 다졌으며,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당시에는 노동정치연대를 이끌었고 진보신당(노동당)에 들어가지 않고 7년간(2008년~2015년) 무소속으로 남았다. 2015년부터 정의당 정치인으로서 활약하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 정의당 중심의 4자 통합(정의당/국민모임/노동정치연대/진보결집더하기)이 성사됐을 때 선도적으로 입당해서 수천명의 노조 활동가를 정의당으로 견인했다. 정의당 내부에서 노동조합 좌파 인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

 

2019년 당대표 선거에서는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진보적 선명성을 내걸고 거물급 진보 정치인으로 군림했던 심상정 후보와 맞대결을 펼쳤다. 16.42%의 표를 얻으며 나름 선전했는데 나경채, 김세균, 권수정, 김윤기, 이현정, 장석준, 손호철 등 좌파 활동가 및 이론가들의 공개 지지를 받았다.

 

양 후보는 당내 세력 기반의 대표자로서도 활동을 이어갔다. 2020년 총선이 끝나고 노동정치연대, 평등사회네트워크 등과 같은 당내 좌파 그룹들을 통합하여 의견그룹 ‘전환’을 결성하고 공동대표를 맡게 된 것이다. 전환은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정의당 내부에서 민주당과의 연합 전략 및 단일화 시도를 모색하는 소위 참여계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고, 독자적인 진보정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설파했다. 장혜영 전 의원은 양 후보를 지지 선언하는 글을 공개하며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2024년 총선에서 마포을 지역구 후보로 뛰며 생각했다. 그 당시 총선 공천의 마지막 순간까지 당은 배진교 당시 정의당 국회의원 지역구의 민주당과의 단일화 협상 카드로 나의 지역구 출마를 저울질했다. 마침내 민주당에서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전해올 때까지, 나를 지지하는 지역의 주민과 당원들에게 내가 당에서 최종적으로 지역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분명히 말할 수 없었다. 단일화가 무산되자 배진교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자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해 이재명 정부의 국민경청비서관이 되었다. 이 모든 부조리를 겪으며 까맣게 타버린 마음을 애써 감춘 채 지역에 출마했다. 독자적 진보정당으로서 거대 양당 모두를 심판하는 다양성의 정치를 외쳤지만, 너무나 비참한 심정이었다. 거대 양당에 종속되지 않은 독자적 진보정당을 외치면서도, 정작 선거 시기만 되면 민주당에 종속된 선거를 치르는 것을 어쩔 수 없거나, 당연하거나, 심지어 영리한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당의 현실이 가시덩굴처럼 선거를 치르는 내내 나의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이제는 ‘독자적 진보 정치’의 이름으로 이런 비참함을 물려주는 일을 끝내야 한다. 말로만 독자적 진보 정치를 부르짖으며 행동으로는 기생적 양당 정치를 되풀이하는 모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양 후보는 2024년 1월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받아 21대 국회 말미 넉 달간 의정 활동을 펼쳤는데 임기 마지막 날까지 노동 투쟁의 현장으로 갔다.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의 투쟁에 연대 의사를 보여준 것인데, 단순히 현장 행보만 밟은 것이 아니라 당시 녹색정의당 총선 공약(외국인투자기업 먹튀 방지를 위한 규제 법안 제정 공약)을 입안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 집행되어야 할 것은 (구미) 공장 철거가 아니라 막대한 국가적 혜택을 입고도 사회적 책임은 회피하는 외투 자본의 의무 이행이다. 한국 노동자들의 세금으로 막대한 해택을 밀어주면서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 위장 폐업과 같은 꼼수에 삶을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가 나설 수 있게 규제 4법을 제안한다.

 

양 후보는 노동 문제에만 천착하지 않았다. 2022년 1월 저서 <이슬람주의 와하비즘에서 탈레반까지>를 출간하고 중동 분쟁의 배경과 역사를 정리했는데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집권 타이밍에 맞춰 중동 정세를 이해하는 가이드와도 같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활동해오며 독서논술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여미애 활동가는 본인 페이스북에서 “7년 전 공중파에 나가 단지 민주적 사회주의만이라도 말해보고 싶다던 양경규 후보”를 거론하며 2019년 당대표 선거에 쓰였던 홍보 영상을 본인의 딸과 함께 만들었는데 지금 다시 그 영상을 공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모두를 위한 과감한 전환 ‘민주적 사회주의’. 소수의 성공을 위해 다수의 슬픔을 필요로 하는 세상에서 자본이 하지 말라는 일. 바로 그 일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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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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