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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더라구요”

※ 지난 7월30일 14시반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모임공간 ‘토즈’에서 아나운서 지망생 이승민씨를 만났습니다. 4년 전 2022년 ‘아나운서 도전기’ 기획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재개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하는 청년 준비생들의 고민과 노력을 조명하는 ‘아나운서 도전기’ 4번째 인터뷰 주인공 이승민씨 편은 두 편에 걸쳐 출고합니다. 이번 기사는 2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현장 인터뷰: 정회민 크루+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화려한 조명 아래 정제된 언어로 뉴스를 전달하는 아나운서. 그러나 그 무대에 오르기까지 예비 아나운서들이 겪는 과정은 낭만보다 치열한 현실에 가깝다. 아나운서 지망생 이승민씨와의 인터뷰 기사 2부에서는 아나운서 롤모델, 대학 시절의 독특한 경험, 그리고 각종 여담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처음 아나운서 준비에 발을 들였을 때, 승민씨는 역시 대중이 가진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문과 최고 직업군’ 중 하나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서 직면한 현실은 냉정했다.

 

아나운서 시험을 처음 준비할 때 정보가 너무 없어서 무작정 학원 한 곳만 상담받고 시작했어요. 지역 케이블 채널이나 리포터의 존재도 잘 몰랐고 그저 학원에서 ‘뉴스는 평조로 읽어라’, ‘얼굴 살 빼라’, ‘성형해라’와 같은 조언을 들으며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과도한 성형 권유를 듣고 흘려버릴 만큼 자기 주관이 뚜렷했다. 화려한 외형에 치중하기보다 본연의 전달력과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승민씨가 처음 롤모델로 삼은 인물은 MBC 김수지 아나운서다. 지성과 미모를 갖추고 뉴스를 신뢰감 있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걸그룹 노래의 작사가로 활동할 정도로 다방면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모습에 매료됐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그야말로 롤모델이었다. 아나운서 준비생으로 열심히 시간을 보내면서 높은 방송국의 벽을 실감했고 시야를 넓힐 수밖에 없었다. 평소 ‘롤’을 정말 좋아하는 만큼 LCK(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1군 리그)에서 중심을 잡고 활약하는 윤수빈 아나운서를 또 다른 롤모델로 정했다. 승민씨는 “뉴스 무대만 바라보기보다 제가 정말 즐길 수 있는 e스포츠 현장에서 리포팅을 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아나운서가 되는 것도 큰 목표 중 하나에요”라고 밝혔다.

 

김수지 아나운서가 너무 멋있다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뉴스만 있는 게 아니구나를 알고 나서 저변을 좀 넓혀본 게 제가 롤을 진짜 좋아해요. LCK 윤수빈 아나운서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게임업계에서 사실 거의 여자 아나운서가 딱 중심 잡고 가는 건 윤수빈 아나운서가 거의 시초급이어 가지고. 나도 LCK 들어가고 싶다.... 어차피 나는 보도국에서 뉴스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고. 스카이도 안 나왔고 엄청 예쁜 것도 아니고. 나는 어렵다 생각하고 LCK를 꿈으로 생각하고 이쪽으로 가고 싶다. 게임업계로 가는 것도 너무 괜찮더라고요. 게임도 이제 스포츠 아나운서 못지 않게 인정받는 분위기니까요.

 

아주대 재학 시절 승민씨는 단순히 시험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학점 3점 중반대를 유지하면서 영상 동아리 활동과 학교의 ‘파란학기제(학생 주도형 프로젝트)’를 통해 한 학기 내내 직접 연출·작가·연기·촬영을 맡아 드라마와 영화를 만드는 데 몰두했다. 비록 아나운서 면접에서 이 경험이 직접적인 가산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그녀만의 표현력을 만들어내는 자양분이 됐다.

 

저는 대학 생활 할 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했어요. 영상 동아리를 꽤 오래 했거든요. (파란학기를 활용해서) 한 학기 내내 드라마를 찍었습니다. 학교에서 지원금을 주니까 6명이서 연출, 연기, 작가, 촬영을 다 맡아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고 공모전에 출품했어요. 다니는 내내 매 학기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빠져 있었습니다. 어딘가에 올려두긴 했는데 공개하고 싶진 않아요. 근데 이런 경험이 아나운서 직종에서는 사실 하등 쓸데가 없더라고요. 일반 기업 준비는 안 해봐서 어떻게 살려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발성이나 연기 요소가 아나운서 직군에서 아예 도움이 안 되진 않았을텐데) 도움은 되는데 면접에서 좋게 보진 않더라고요.

 

아나운서 준비도 일종의 언론고시에 포함된다. 승민씨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한데 스터디 그룹을 통해 매일 무작위 주제로 5분간 카메라를 보며 원고 없이 즉석 브리핑을 하고, 신문 기사 분석과, 뉴스 멘트 연습을 한다고 한다.

 

다 내가 남한테 가르치듯이 설명을 해보는 건데 왜냐하면 면접 가면은 특히 보도 채널 같은 경우에는 진짜 그냥 단어를 주고 속보를 해보세요! 이렇게 하더라고요. 그런 거는 기본 상식이 없으면 어려운데 (앵커 멘트도 직접 써야 하기 때문에) 작문을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신문은 진짜 거의 무조건 보는 것 같고요. 지상파 3사 메인 뉴스는 기본적으로 싹 다 보고 그냥 글로 된 칼럼이나 오피니언들도 최대한 많이 읽으려고 해요.

 

월드컵이 끝났는데 최근에 축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승민씨. 메시가 속해 있는 인터 마이애미 경기를 비롯 주요 유럽 클럽 몇 곳을 정해 ‘해축’ 위주로 풀 경기를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낀다. 야알못이지만 야구에도 발을 들여보려고 하는데 고향이 창원이니 만큼 NC 다이노스 직관을 가본 경험이 한 번 있다. 평범한미디어 멤버들의 고향이 광주인데 승민씨는 기회가 된다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광주로 가서 기아 타이거즈 홈 경기를 직관해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월드컵 전에 그냥 갑자기 인생에 스포츠 한 번은 좋아해봐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무적으로 해축을 몇 번 봤어요. 근데 재밌었어요. 제가 또 감스트를 좋아해가지고. 감스트 방송에 나오는 거 그냥 막 봤거든요. 그냥 막 보고 감스트가 리뷰한 거 보고 하다 보니까 관심이 이어졌어요.

 

 

승민씨는 예전에는 직설적이고 솔직한 게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언어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타인을 배려하는 균형감을 배워가고 있다. 승민씨는 본인만의 유튜브 채널 <아준생 승민씨>을 운영하고 있다. 온갖 실패담과 감정의 변화를 솔직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일상을 기록하던 소중한 채널이었는데, 요즘 유튜브도 그렇고 실제 삶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조금 ‘관점’이 바뀌었다.

 

저도 (평생 수도권에서 살았지만) 약간 경상도 피가 흐르고 남들이 가끔 세게 말하는 거에 막 상처는 조금 받지만 땡큐 땡큐 좋아 좋아 땡큐. 이렇게 하는 스타일이어 가지고. 솔직하면 다 좋은줄 알았는데. 또 그게 아니구나. 그런 걸 느껴가고 있어요. 6월부터 약간 스탠스를 바꿨고 유튜브는 그냥 가식적으로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렇게 할 그게 안 돼가지고 그냥 그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에 대한 솔직함과 타인에 대한 솔직한 평가는 가려야 하는 건데?) 그거를 잘 몰랐어요. 내가 속 편하자고 너무 말을 이렇게 하지 않았나? 이 생각을 한 번 5~6월 정도에 많이 했고 확 전환이 됐어요.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상처를 받았다고 많이 그랬어요. 그래서 저도 사과를 많이 했는데. 근데 다들 저도 그런 말에 상처를 안 받는 사람인 걸 아니까 그런 말을 들어도 쿨하게 풀고 그런 스타일이긴 한데 그래도 앞으로는 좀 조심하려구요.

 

→이승민씨 인터뷰 기사는 2부에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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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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