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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인간관계의 ‘온도’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인간관계에도, 인맥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면 피곤해지고, 친한 친구들의 범위가 넓으면 난처해질 수 있다. 심리학자 이헌주 교수(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연구교수)는 “사실 마음에도 배터리가 있다”며 “인간관계 다이어트라고 하던데 내 마음의 용량을 넘어서는 관계는 좋은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의 형세가 인간관계의 자극이 낮았다기보다는 굉장히 높다. 어딜 가도 사람이 넘치고 카톡에 보면 온갖 단체 톡방 2개 이상 다 들어가 있다. 인간관계가 많은 사람들이 꼭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치유가 된다거나 혹은 외향향이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사실 인간관계도 너무 많으면 스트레스일 수 있다.

 

 

지난 2월26일 방송된 KBS 라디오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에서는 이 교수가 출연해서 현대인들의 인간관계 맺기와 적절한 거리감에 대해 풀어냈다.

 

요즘 안 그래도 소위 ‘자발적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교수는 이들에 대해 “심리적 경제인”이라고 묘사했다.

 

자발적 아웃사이더들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불협화음이라든지 아니면 그 안에서 비교 과정들이 있는데, 자랑하고 비하하는 그런 인간관계의 군상에서 오는 피로감들을 일찍 알아차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거기에 붙어서 막 싸운다기보다 거리를 둔다. 그러니까 즐겁게 얘기하다가 이건 좀 내가 감당이 어려울 것 같은데 하면 자기 공간으로 탁 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그리고 혼자 노는 걸 정말 잘하는 사람들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들을 두고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왕성하게 맺지 못한다고 평가절하 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이 교수는 “자존감이 되게 높은 사람일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이 그렇다고 관계성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얇고 넓은 관계라기보다는 깊은 관계를 훨씬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로빈 던바(옥스퍼드대 진화심리학 명예교수)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한 15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근데 이 자발적 아웃사이더들은 150명을 다 관리하려고 하기보다는 핵심적인 사람들과 조금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훨씬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넓게가 아니라 좁지만 깊게 진국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렇다면 외향과 내향 즉 MBTI I인지 E인지에 따라 이런 인간관계 맺기의 스타일이 나뉠까?

 

내향적인 사람은 배터리가 좀 적은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서 컵이라고 한 번 생각을 해보면 금방 물이 넘친다. 그런 사람들은 인간관계가 아무리 좋은 것처럼 보여도 저녁 모임을 했는데 1시간 정도 지나면 힘들어 한다. 언제 집에 가지? 혹시 2차 간다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그리고 외향적인 사람들도 솔직히 하루종일 막 여기저기서 시달리게 되면 배터리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친다. 외향형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람 만나는 게 좋은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E 성향을 갖고 있는 A씨가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을 저녁에 만나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4시간 이상 놀았다고 쳐보자. 그러면 아무리 E 성향이라고 해도 기가 빨리고 지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오늘 밤에 중요한 서류 처리를 급하게 해줘야 해서 지금 가볼게”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가려는데 친구 B씨가 “아 나도 가봐야 하는데 우리 집이랑 같은 방향이니까 데려다 줄까?”라고 B씨 나름의 친절을 베풀 수 있다. A씨는 정말 곤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인간관계를 맺는 성향과 방식도 생애주기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20대 때는 좀 에너지가 있어서 더 넓게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나이 들면서 좀 뜸하게 되고 좁게 만나는 게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환기했다.

 

영화 명대사 중에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가 있다. 근데 원래 사랑은 변한다. 사람도 원래 변한다. 젊었을 때는 인맥이 수백명이 되어야 직성이 풀렸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막 단톡방 알림 소리가 반갑기보다는 조금 뭔가 숙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원래 발달 심리학적으로 보면 아이는 부모가 되게 중요하고. 청소년기는 부모와 친구 모두가 중요하고. 청년기는 심지어 아예 친밀감이 발달 과업이다. 중년기의 특성을 아주 일찍 해석해보면 이제 35살부터라고 하는데 이 중년기에 조금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친밀감이 아니라 생산성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옛날에는 막 친구들과 밤새도록 놀았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서 40살이 넘으면 23시 넘으면 내일 할 거 많은데? 약간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 그런 생각이 이게 정상이다.

 

그리고 ‘친구가 별로 없다’는 것이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인간의 핵심 욕구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소속감이다. 또 하나가 자율성이다. 그러니까 소속감과 자율성이라고 하는 건 약간 어떻게 보면 2개는 약간 상반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왜 아무리 맛있는 뷔폐집을 가도 다섯 접시 정도 먹으면 배부르고 맛도 떨어진다. 근데 또 하루 지나면 또 배고프다. 그러니까 인간관계에서의 소속감을 느끼는 건 되게 중요하지만 그 소속감이 영원하냐? 그렇지 않다. 있다 보면 지치는 게 원래 태생적인 어떤 특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내 관계의 적정 온도를 찾는 것”이다. 이 교수는 “누군가와 있는데 너무 뜨겁고 괴롭다. 그러면 버티지 말고 집에 들어갈 시간”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너무 차갑고 외롭다. 그러면 버티기보다는 그럴 때는 조금 더 연결성을 가지고 연락해 보는 것이다. 너무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관계에서의 적정 온도가 과식도 아니고 영양 실조도 아닌 적절한 수준의 인간관계일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원래 인간관계라는 게 약간 고슴도치와의 관계와 좀 비슷해서 혼자 있으면 외롭다. 근데 또 외로워서 만나면 또 괴롭다. 그래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너무 과한 자극도 싫어하고, 너무 적은 자극도 싫어하는 그런 생리적인 특징이 있다. 여기에는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지점이 있다. 난로가 있다고 하면 그 난로와의 거리가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만약에 외향이라 하더라도 무한하게 자극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나는 아무리 추위를 많이 타서 난로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난로를 껴안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러니까 외향이어도 사람을 계속 만난다 그러면 거기에는 좀 적정 온도가 아닐 수 있다.

 

즉 자신만의 인간관계 ‘온도’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인간관계를 맺고 끊을 때 주체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상황에 따라 끌려다니면 안 된다. 이 교수는 “혼자 있는 이유의 맥락이 되게 중요한 것 같은 게 혼자 있는 게 내가 진짜 좋아서 혼자 있는 것은 독립적이자 자율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근데 단순히 뭔가 사람이 두려워서 접촉을 차단하고 배달 음식이 오는 것만으로도 막 긴장된다. 이거는 독립이 아니라 오히려 고립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사람은 ‘함께’ 살아가야 하면서도 ‘혼자’ 살아간다. 누구나 혼자와 함께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

 

난 개인적으로 인간관계가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굉장히 또 높은 치유라고도 생각된다. 그래서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독립만 하고 있는 사람은 없고, 우리는 모두 상호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따로도 있을 수 있으면서 또 누구하고도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는 것. 이 2가지의 양축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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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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