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죄인’으로 몰아붙이고 싶지 않다

  • 등록 2026.08.06 15: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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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비의 다른 은비] 32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요즘 심리상담의 대화 주제는 ‘죄의식’이다. 나는 다양한 이유로 나 자신을 ‘죄인’으로 만드는 게 익숙하다. 이 지독한 습관을 다시 상담 주제로 다루기 시작한 건 최근 고객과의 일화에서부터였다. 고객은 내 서비스에 불만족했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 그 가격에 대해 자세하게 공지하지 않은 나의 책임이 있었다. 나는 이 경험에 대해 ‘고객의 가족을 농락했다’고 상담 선생님에게 말했다.

 

상담 선생님은 왜 가격에 대해 미리 고지를 하지 않은 일이 ‘고객의 가족을 농락한’ 씻을 수 없는 죄가 되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그러면 먼저 가격을 묻지 않고 작업을 허락한 고객도 똑같은 죄인이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은비씨. 이렇게 극단적으로 자기 자신을 몰아세우는 거. 너무 익숙하지 않아요? 자기를 고문하고 있잖아요. 이럼 은비가 너무 억울할 것 같은데요?

 

고문이라. 자연스럽게 5년을 만났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가 떠올랐다. 상상 속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그와 만났던 카페의 2층 소파 자리로 수 백번, 수 천번 나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어깨를 꽉 눌러 나를 그 자리에 앉혔다. 양손으로 얼굴을 꽉 잡고 그를 향해 돌렸다. 그렇게 마주보기 싫은 그 얼굴을 다시 마주보게 했다.

 

자. 차갑고 냉소적이고 무례한 그의 말을 듣고, 너는 어떤 행동과 말을 했어야 할까? 맞춰봐.

 

답은 없었다. A, B, C, D... Z까지 나는 여러 답을 내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애초에 내가 원하는 정답은 없었다. 나는 그가 떠난 죄를 나에게 물으며 나를 고문하고 싶었던 것이니까.

 

은비씨 자신을 용서하고 싶긴 한가요?

 

나는 죄목이 많은 사람이다. 피부에 뾰루지가 나면 내 피부를 관리하지 못한 죄를 내게 물으며 괴로워했다. 살이 쪄서 바지가 답답해지면 자기관리를 하지 못한 죄. 고객이 불만족스러운 리뷰를 쓰게 한 죄. 내게 상처를 주는 저런 사람과 친구가 된 죄. 나를 힘들게 하는 그런 사람을 사랑한 죄. 몸이 아파서 돈을 쓴 죄. 죄목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래서 사는 게 죄수의 복역 기간 같았다. 상담이 끝난 후 같은 자영업을 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내게 한 영상을 보내주었다. 영화 <오디세이> 홍보차 내한한 배우 앤 해서웨이와 톰 홀랜드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인터뷰어인 MC 재재는 “요즘 한국 여성들이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할 때 자기 비난을 하고 성공을 하면 행운 때문이라 생각한다. 당신은 어떤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해서웨이는 “나도 비슷한 이유로 의사와 상담을 받았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렇게 시작한 앤해서웨이의 답변이 흥미로웠다. 의사는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어릴 적 사진을 준비하게 한다. 그리고 그 사진을 뒤집어 놓고, 그녀에게 지금 자신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다 말하게 한다. 그리고 방금 한 말을 사진을 다시 뒤집어 사진 속 아이에게 똑같이 말해보라고 한다. 그녀는 할 수 없었다. 그 아이는 그런 가혹한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MC는 이 방법을 ‘포토 테라피’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핸드폰 사진첩을 가장 위로 올리면 보이는 다섯 살 은비의 생일파티 사진. 나는 그 아이에게 나 자신에게 붙이는 숱한 죄목들을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었다. 나를 용서하고 다정해지고 싶다. 그렇게 5살의 은비를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평범한 자기계발서 속 문장처럼. 나 자신에게 다정해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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