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는 일’에 감정을 담지 않는 법

  • 등록 2026.07.16 15: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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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일상에서 불쑥 들이닥치는 짜증 나는 상황들에 매번 감정을 쏟아붓다 보면 결국 가장 먼저 방전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외부적인 환경 요인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나 다름 없다. 인생은 이런 변수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물론 즐거운 일들도 많다. 하지만 빡치는 일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크다. 그래서 빡치는 일들에 너무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그럴 수 있어야 한다. 허지웅 작가는 저서 <버티는 삶에 관하여>에서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버티는 삶이란 웅크리고 침묵하는 삶이 아니다.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지금 처해 있는 현실과 나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짜증이 날 때 그 감정에 함몰되어 무작정 화를 내거나 반대로 참기만 하는 것은 버티는 것이 아니다. 허지웅 작가의 어드바이스처럼 나를 자극하는 상황과 나의 상태를 제3자의 눈으로 ‘냉정하게 판단하는 훈련’을 해서 익숙해져야 한다. 요즘 많이 쓰이는 ‘메타인지’라는 표현을 상기하자. 자기객관화를 잘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방어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사실 20대 중반 군복무 시절 너무나 고통스러웠을 때 허 작가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를 읽고 큰 힘을 얻었다. 무턱대고 힐링을 말하는 어설픈 자기계발서들과 달리 허 작가의 메시지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이었다. 허 작가는 “아무튼 산다는 건 액정보호필름을 붙이는 일과 비슷한 것”이라며 “떼어내어 다시 붙이려다가는 못쓰게 된다”고 역설했다.

 

먼지가 들어갔으면 들어간 대로, 기포가 남았으면 남은 대로 결과물을 인내하고 상기할 수밖에 없다.

 

삶은 예측불가능의 연속이다.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불가항력적인 재난이 닥칠 수도 있고, 타인은 언제나 내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을 한다. 극심한 짜증이 유발될 수밖에 없는데 허 작가의 표현대로 “먼지가 들어가면 들어간 대로 기포가 남으면 남은 대로 결과물”을 받아들이고 “먼지가 좀 들어갔네”라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좋은 멘탈이 필요하다. 그래야 감정 소모를 막을 수 있다. 감정 소모를 막기 위한 4가지 원리를 들여다보자.

 

①인지적 재구성: 감정과 사건 사이에 ‘완충지대’ 만들기

②감정적 거리두기: ‘나’를 관찰자로 포지셔닝하기

③에너지 총량 법칙: 내 감정의 ‘기회비용’ 계산하기

④신체 기반 역발상: 몸을 움직여 ‘뇌를 속이기’

 

먼저 인지적 재구성인데 미국의 심리학자 알버트 엘리스는 “우리를 자극하는 사건(A)이 곧바로 감정적 결과(C)를 낳는 것이 아니”라며 “그 사이에 작동하는 우리의 신념과 해석(B)이 감정을 결정한다”고 설파했다. 일명 ‘ABC 모델’이다. 우리는 흔히 “저 사람이 무례하게 행동해서(A) 내가 짜증이 났다(C)”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사이에 “저 사람은 나를 무시하는 게 분명해”라는 해석(B)이 끼어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엘리스는 이 해석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순간 마음 속으로 딱 3초만 세보고 물리적인 호흡을 가다듬어 보자. 그리고 상대의 행동에 ‘나와 무관한 외적 요인’이라고 규정해보자.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옆차가 난폭 운전을 하네? 나를 위협하는 건가? 이게 아니라 똥이 진짜 급한가 보다.

 

웃기지만 이렇게 해보는 것이다. 일종의 정신승리법이다. 유독 퉁명스러운 동료 직원을 보며 “아침에 부부싸움을 크게 하고 나와서 예민한가보다”라고 넘기자. 내 감정과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는 ‘가짜 핑계’를 스스로 제시하는 순간 빌런의 원인을 가정할 수 있게 되어 감정의 온도가 뚝 떨어진다.

 

두 번째는 서두에 언급한 감정적 거리두기다. 나 자신을 관찰자로 인식하는 것이다. 짜증 속에 갇혀 있을 때는 시야가 극도로 좁아진다. 이때 나를 1인칭에서 3인칭으로 인위적 전환을 시도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일명 ‘CCTV 시점’을 도입해서 위에서 내려다보며 튀어오른 감정들에 네이밍을 하는 것이다.

 

와와!! 김지훈(본인 이름) 네가 지금 부장님의 잔소리 때문에 우클릭으로 짜증 게이지가 70% 정도 차오르고 있네?

 

미국의 심리학자 에단 크로스는 “단순히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3인칭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편도체(불안과 분노 관장)의 흥분이 가라앉고 전두엽(이성 관장)이 활성화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에너지 총량 법칙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인간이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의지력과 감정적 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이라면서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면 정작 중요한 일에 쓸 힘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아주 당연하고 상식적인 말인데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망각하기 쉽다.

 

우리가 무례한 타인이나 사소한 해프닝에 감정을 낭비하는 것은, 내 소중한 지갑에서 길바닥에 돈을 뿌리는 것과 같다.

 

바우마이스터가 고안한 에너지 총량 법칙은 인간의 의지력과 자기 통제력이 무한하지 않고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총량이 정해진 제한된 자원이라는 뜻인데, ‘자아 고갈’ 이론으로도 불린다. 근육이나 배터리처럼 쓰면 소모되고 고갈되면 충동을 제어하기 어려워진다는 개념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이 차오르는 ‘마음의 기한’을 설정해보길 권하고 싶다. ‘5-5 법칙’을 제안하고 싶은데 지금 나를 짜증 나게 하는 이 일이 “5년 뒤에도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칠 일인가?”를 자문자답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십중팔구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리게 될 것이다. 아니면 ‘감정 세금’을 내는 것이라고 여겨보는 건 어떨까? 피할 수 없는 세상의 잡음과 마주했을 때 “오늘도 무사하기 위한 통행세 냈다고 치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훌훌 털어버리자. 쉽게 말해 ‘액뗌’했다고 치자는 거다. 온갖 안 좋은 일들이 내 발목을 잡을 때마다 쿨하게 가상의 세금으로 처리해버리고 언제나 삶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용’으로 계산하면 간단하다. 국가 예산안이 그러하듯 내 인생의 예산안에도 급하게 지출될 수 있는 감정의 비용을 별도로 책정해두자. 그래야 빡칠 때마다 덜 억울할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신체 기반 역발상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몸의 움직임과 상태는 뇌의 생각과 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마음이 몸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몸이 마음을 강제로 조율할 수도 있다고 봤다. 즉 “머리로 짜증 내지 말아야지”라고 백번 다짐하는 것보다 신체 반응을 만드는 물리적 움직임이 훨씬 효과가 좋다. 인간은 짜증 나면 무의식적으로 어깨가 으쓱 올라가고 목덜미와 턱관절에 힘이 들어간다. 이런 신체 신호가 뇌에 “지금 비상사태”라고 보고하는 것이다. 그래서 짜증이 날 때 의도적으로 숨을 깊게 내쉬며 어깨를 툭 떨어뜨리고 꽉 다문 치아 사이를 살짝 벌려 얼굴 근육을 이완시킬 필요가 있다. 때에 맞는 물리적 동작으로 신체를 이완시키면 뇌는 “어? 별일 아니구나”라고 속아 넘어가며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빡치는 일들과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짜증들. 여기에 소중한 에너지를 다 털어넣기엔 나의 하루가 너무 아깝다. 심리학자들은 짜증을 ‘안 내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 대신 짜증 나는 상황에 ‘나의 감정을 담지 않는 기술’을 습득해서 짜증을 최소화시키라고 입을 모았다. 위에 나열한 팁들 말고 영혼의 평화를 지키는 현실적인 나만의 ‘감정 다이어트’ 방법들을 탐구해보길 바란다. 허 작가는 “마음 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티자”면서 아래와 같이 읊조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 남 보기에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말자. 그러면 된다.

 

일상의 자잘한 짜증과 소음에 영혼을 갉아먹히지 않으려면 내 중심을 잡아줄 ‘나만의 닻’이 필요하다. 내 감정의 주권을 남에게 넘겨주지 않는 단단한 삶을 살아야 좋지 않을까? 엄혹하고 치열한 현실에서 감정을 낭비하지 않고 하루하루 온전히 버텨내기 위하여 지금 당장 나만의 ‘좌우명’과 ‘문장’을 찾아보자.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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