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如如)한 삶에 관하여

  • 등록 2025.05.02 19: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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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여여(如如)한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어떤 전시회의 제목이 여여한 삶이기 때문이다. 여(如)의 한자 뜻을 풀이하니 ‘같을 여’자이다. 대략 의미를 알아보니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꼿꼿한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수행자들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아니 이렇게 강제수행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사진전이 열렸다. 이들은 바로 장애인, 노인, 그 가족들, 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 전시회의 제목은 <여여한 삶>이다. 현 시점으로는 시간이 이미 지나버린 지난 4월 2일부터 20일까지 전시회가 열렸었다.

 

 

전시회가 열렸던 장소는 광주 시민사회의 총본산인 전일빌딩이였다. 이 전시는 부산, 광주, 서울, 이 세 도시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열렸다. 광주 전시는 9일부터 13일이었다. 그래서 4월 9일 14시에 이곳을 방문해 전시를 관람했다.

 

관람하기에 앞서 개회식이 먼저 열렸었다. 이 전시회는 동국대학교 인구와사회협동연구소에서 주최한 것이다. 연구소장 김정석 교수는 스케줄이 있어 아쉽게 불참했는데 대신 다른 분이 개회사를 대독했다.

 

김 교수는 먼저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말로 운을 띄웠다. 이후 전시의 취지와 내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전시는 조금 특별하다. 노화와 장애의 일상 속 기쁨과 슬픔이 참여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이 보고 말하는 세상의 풍경과 느낌이 우리 사회의 따뜻한 울림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또한 오늘 우리가 함께 나아갈 길을 조용히 묻고 싶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 통합 돌봄에 대해 성장의 목소리와 정책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 대화가 마음에서 시작되는 변화의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광주지역에서 전시를 공동주관한 광주광역시남구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한 다른 협력단체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이후 사회자가 이 전시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 나갔다. 사회자는 “일반 사진 전시회

와는 감상 기조가 다르다“고 말하며 이 전시회를 설명할 수 있는 숫자가 있다고 전했다.

 

이 전시회를 설명할 수 있는 숫자가 네 가지 있다. 4, 22, 80, 318이다. 우리는 4개의 그룹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년의 지체장애인 남녀분들을 인터뷰를 했다. 두 번째로 발달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 여섯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세 번째 섹션으로는 70대 이상의 어르신 분들의 일상과 현재, 그리고 죽음에 대한 성찰을 정리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노인 장기요양보험에서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돌봄 기록을 우리가 담았다. 이분들을 다 합하면 22명이 된다. 이분들의 인터뷰 횟수를 기록해보니 80회 정도를 진행했었다. 그리고 기획부터 전시까지 총 318일 정도가 걸렸다.

 

그 다음 활동 과정에 대해 말했다.

 

 

이 사진들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1대 1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 분들이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다 같이 모여서 우리 사회에서 장애와 돌봄에 관한 중요한 이슈와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도 나누었다.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우리가 주제를 준다. 가령 예를 들어 ‘나에게 죽음이란?’, ‘나에게 장애인 자녀란?’같은 질문들이다. 그러면 각자 핸드폰으로 그에 맞는 피사체를 찍어서 우리 연구자들에게 전송해준다. 그러면 우리는 그것을 정리한다. 각자의 방식대로 폰으로 촬영했기 때문에 프레임이 약간씩 다 다르다. 그리고 우리는 전시와 함께 책도 발간했으니 많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개회식을 끝으로 <지역사회 속 통합돌봄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서도 포럼이 이어졌다. 이 포럼에서는 각 복지관 관장들과 교수들이 의견들을 주고 받았다.

 

이후 본격적으로 사진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진과 함께 쓰여진 글들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인상 깊었던 몇 개에 대해 말해보자면 이렇다.

 

 

우리 평범한미디어에 많은 도움을 주신 박성준 센터장님이 올린 사진이 있었는데 어떤 행사장을 찍은 사진이었다. 글에 보면 펜스가 쳐져 있는 것을 말했는데 이 펜스는 장애인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시야와 활동을 제한하기도 한다. 여기서 나는 머리에 큰 충격을 맞은 듯 했다. 당연히 펜스는 장애인들을 보호한다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제약을 준다는 것을 많이 생각하지 못했다.

 

이처럼 이 전시는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던 편견을 없애 주었다. 어떤 휠체어 장애인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있는 사진이 있었는데. 제목이 <짐꾼일 때 나는 좋구나>이다. 전동 휠체어에 앉아 있으니 표면적이 넓어져 비장애인보다 짐을 더 많이 나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전동이기 때문에 훨씬 힘도 덜 들이고 옮길 수 있다. 사실 편견적인 시선에 비추어 봤을 때 오히려 비장애인이 짐을 들어줘야 할 거 같은데 장애인이 더 짐을 많이 옮길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다.

 

 

이외에도 <반려견처럼 집에만 있어야 안전한 사람>이라는 사진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부연 글을 읽어보면 너무 안타까운데 이웃이 바라볼 때 자신은 그저 “집에 있어야 안전하고 안심되는 사람”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다니는 것도 우려스럽게 봐서 물어보는 사람도 있고 마트를 가도 직원이 “혼자 오셨나요?”하고 물어본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사진의 주인공은 “활동 지원사도 쉬는 날이 있다”고 씁쓸하게 답한다.

 

 

다 큰 엄연한 성인이 반려견이나 어린아이처럼 취급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악의를 가지고 한다기보다는 걱정스러워서 하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비장애인이라면 안 들었을 소리가 아닌가? 장애인도 그냥 목적 없이 밖에 나와 바람을 쐬고 싶을 때가 당연히 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장애인 혼자 마음대로 돌아다니기에는 사회적 인식이나 물리적 장치, 제도가 부실한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많은 사진들을 보며 그들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획과 전시가 많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과 좀 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동욱 endend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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