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친동생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틀간 장례를 하면서 사실 저희 형이, 저는 친동생이니까 계속 같이 살아왔잖아요. 그렇죠? 팬분들이 너무 슬퍼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한 말씀드리고 싶어서 말씀을 드립니다.
월요일(10일) 저녁 느닷없이 듣게 된 가수 휘성의 죽음. 너무 갑작스럽게 맞게 된 슬픈 이별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수많은 이슈들로 시끄럽다. 하지만 가족, 팬, 동료 가수, 지인 등등 휘성의 부재가 믿기지 않는 사람들은 애통하기 그지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요일(16일) 이른 오전 시간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과 영결식이 엄수됐다. 영결식이 마무리될 즈음 휘성이 2003년 발매한 2집 수록곡 ‘다시 만난 날’과 함께 생전 활동 영상이 재생됐다. 그러자 산발적으로 터져나오던 참석자들의 울부짖음이 더 크게 울려퍼졌다. 슬픈 발라드곡의 멜로디와 함께 환하게 웃는 휘성의 얼굴이 보이는데, 사람들은 하나같이 통곡하고 있다. 마치 슬픈 멜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휘성의 1집 데뷔 앨범 타이틀도 ‘Like a movie’다. 노래와 영상이 끝나고 친동생 최혁성씨가 앞으로 나와 예정에 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앞에서 듣는데 울음소리가 너무 슬퍼가지고 제가 예정에 없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겁니다. 지금 뭔가 준비가 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는 것 같아서 제가 잠깐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여러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제가 저희 형 꼭 오래오래 살게 하겠습니다.
혁성씨의 말은 힘이 있었다. 누구보다 가까운 친족관계로서 너무 슬프지만 강한 내면의 힘으로 친형의 죽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형은 사실 집 안에서는 굉장히 무뚝뚝한 형이었어요. 조용하고. 밖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방송으로만 형을 접하지 방송 외적인 형은 그냥 저희 형이었거든요. 가끔 형이랑 집에서 TV를 보다가 TV에서 형이 나오면 너무 신기했어요. 왜 TV에 나오는 사람이 내 옆에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냥 저희 형은 어떻게 보면 일적인 부분에서의 형과 현실적인 삶에서의 형은 좀 다른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겉으론 무뚝뚝해 보여도 사실 휘성은 다정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근데 문자로는 굉장히 살갑습니다. 항상 문자로는 혁성아 사랑해. 엄마 사랑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이런 말을 굉장히 서슴없이 하지만 막상 만나면 형 좀 피곤한데 잠깐 혼자 있어도 될까라고 자기 곁을 잘 내주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저는 형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조문 받으면서 형 동료분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거든요. 근데 하나같이 똑같이 너무 자상했어요. 너무 따뜻했어요. 이렇게 친절할 수가 없어요라고 저한테 얘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대체 내가 아는 형은 어떤 사람이었을까라는 생각을 이번에 조문을 받으면서 많이 해봤습니다.
혁성씨가 내린 결론은 “저희 형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항상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었어요. 저희 가족들도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고 굉장히 궁금했고 정말 도와주고 싶었어요. 근데 그거는 정말 타인의 노력으로 안 되는 어떤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걸 저희 형을 탓할 수도 없고, 저희 가족과 팬분들을 탓할 수도 없어요. 자책하는 동료들도 굉장히 많았고 더 슬퍼하는 팬분들도 굉장히 많았어요. 조금 더 잘 해줄걸. 내가 왜 못 해줬지. 근데 정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거를 인정을 하셔야 됩니다.
받아들여야 된다. 그리고 살아가야 한다. 휘성의 아픔은 누군가의 도움과 개입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가 정신과 의사는 아니지만 정신과 의사 친구한테도 굉장히 자문을 많이 구하고 많이 물어봤어요. 이번에 저희 형을 진료해주셨던 정신과 원장님이 오셔서 한 동안 휘성님을 진료했던 정신과 원장 누굽니다라고 말씀하셨고 이렇게 돼서 유감입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병이라는 건 그래요. (2018년 5월)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그렇고 저희 형이 이렇게 됐을 때도 그렇고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어떤 부분이 있습니다. 그걸 다 할 수 있으면 사실 인간의 삶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도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저희가, 형과 제가 아버지를 살리려고 했을 때도 그렇고 어머니와 제가 형을 살리려고 했을 때도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 한 일이다. 혁성씨 뿐만 아니라, 비극 직전 음악 작업 계약차 휘성과 중국에 다녀온 친한 동생도 너무나 갑작스럽고 혼란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혁성씨 역시 “솔직히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었어요. 저한테는 똑같은 월요일이었고 여러분들한테도 똑같은 월요일이었어요”라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거고. 우리가 앞으로 이제 할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해봐야 되느냐를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까도 짧게 얘기했지만 인간 최희성의 육신의 삶은 이제 멈췄다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팬분들이 너무 많이 슬퍼하셔서 제가 계속 똑같이 반복적으로 했던 얘기가 있어요. 형이 남겼던 작품과 음악과 노래는 어쩌면 계속 남아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저희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먹고 영정 사진 속의 형보다 더 나이가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돼도 저희 형의 노력은 계속 남아 있고 오히려 어찌보면 저희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팬들도 삶과 죽음이 인간이 맞이할 운명이자 순리라는 점을 다시 되새기고, 휘성이 여전히 우리 곁에 목소리와 음악으로 남아 있다고 여기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휘성의 음악을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같이 듣고 이야기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넌지시 권해준다면 더 좋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사실 저희 형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잖아요. 그렇죠. 가끔 공연하면 보고. 저야 뭐 자주 마음먹으면 볼 수 있었지만. 그런 것처럼 그냥 어딘가에서 잘 자고 쉬고 뭔가를 하고 있거니라고 생각하시고 또 그냥 가끔은 관심을 살짝 꺼주시면서 일상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형의 노래는 계속 남아 있을 거예요. 언제든 원하면 들을 수 있고 계속 여러분 곁에 있을 겁니다. 지금부터 저희가 해야 될 일은 저희 형이 잊혀지지 않게 지금 저희 세대에서 끝나는 가수 휘성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가수 휘성이, 그 다음 세대에도 가수 휘성이 또 회자되고 불릴 수 있도록 제가 팬분들한테 그랬어요. 부부 팬들 아기 데리고 온 팬들 많았는데 애기한테도 저희 형 노래를 들려주세요라고 얘기했어요. 아시죠? 저희 형 노래 듣고 무조건 팬 되는 거. 그렇기 때문에 그 아기도 듣고 자라다 보면 With me를 흥얼거리고 있겠죠. 그렇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계속 들려주라고 했습니다. 또 들려주고 또 들려주고 그럼 그 친구가 흥얼거리고 있으면 옆에 애들도 따라 부르겠죠.

사실 돌이켜보면 유족들은 주체할 수 없는 비극에 장례식 절차를 진행하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그래서 공개 빈소를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휘성과 절친했던 가수 케이윌과 여타 동료들의 설득으로 장례식을 마련했다고 한다. 혁성씨는 “처음에는 장례식장을 열기도 힘들 정도의 많은 슬픔과 괴로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팬분들과 그리고 열심히 살아온 저희 형에 대한 마지막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장례식장을 열어서 추도와 애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고 설명했다.
지난 이틀 동안 장례식장을 열심히 쉬지 않고 찾아주신 팬분들과 저희 형의 동료 분들을 보면서. 저희 형은 정말 많이 사랑을 받았고 또 사랑을 많이 주는 좋은 사람이라고 제가 조언을 받으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저희 형이 주었던 행복한 기억들 그 모든 것들은 그분들께 영원히 남아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애도의 기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다시 털고 덤덤하게 일상을 살아가며 휘성의 음악을 잊지 않고 들어야 한다.
그렇게 형은 계속 저희 곁에서 살아가는 겁니다. 저희보다 더 오래 살 겁니다.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계속 저희와 함께 살아갈 거고 어떻게 해서든 제가 여러분들보다 저희 형을 더 오래 살게 할 거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