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운동과 사회운동, 이 장애인이 선택한 투트랙

2021.04.23 10:07:43

[평범한미디어 김현 기자]

 

“너는 불가능해. 할 수 없어. 누구를 고생시키려고 그걸 하려고 해?”

 

이 한마디가 그를 움직였습니다. 이런 말을 이겨내기 위해 그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운동’이 투트랙입니다. 스포츠로서의 운동과, 장애인의 권익을 위한 ‘사회운동’.

 

“장애인이 살아가려면 건강해야 해.”, “차별이 가득한 세상, 바꿀 순 없을까?”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소속 육상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배영준 씨. 포환과 원반던지기, 창던지기가 주종목인 영준 씨는 1급 뇌병변장애를 가진 실업팀(세미프로) 운동선수입니다. 기업이 장애인 선수들을 고용하는 형태로, 기업은 장애인 의무고용율을 맞추고 선수들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취업 연계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겁니다.

 

어릴적 비행기 조종사를 꿈꿨던 영준 씨는 “누굴 고생시키려고 해?”라는 말이 가장 싫었습니다. 그 화가 지역사회에서 ‘투쟁’으로 이어졌고, 그걸 계속 이어가려면 건강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으로 영준 씨의 몸은 점점 건강해졌고, 중증장애인 종목인 보치아에서 육상으로 전환해 본격적으로 운동선수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나름의 성과도 거둡니다. 장애인전국체전에서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부문 동메달을 차지한 겁니다. 이제 그는 ‘국가대표’를 꿈꿉니다. 그에게 운동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꿈입니다. 그걸 영준 씨는 “삶의 터전”이라고 표현합니다.

 

“장애인 스포츠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위험하니까. 다치면 누가 책임질거냐. 돈이 되냐? 하지만 저를 통해서 스포츠를 하고 싶다는 분들이 늘어났어요. 남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개인적으로도 직장을 찾게 되고 당당히 운동하면서 대회 나가고 성취감도 얻고 꿈도 욕심도 갖게 됐지요. 저에게는 ‘삶의 터전’입니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장애인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변변치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근력운동이 중요한 선수들이 헬스장에 가야 하는데 “위험하다”는 이유로 등록이 쉽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광주 염주체육관에 장애인국민체육센터가 들어서면서는 그런 걱정을 덜게 됐습니다.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장애 유형별로 맞춤 개조된 운동기구들이 구비돼있는 시설이 들어오면서 기량이 쭉쭉 늘었다고.

 

“속상했죠. 체육회만 있었지,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잖아요. 나도 운동하고 싶은데,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서 못한다...이제는 암컬도 하고, 벤치프레스를 65kg까지 들어요.(웃음) 인프라가 중요하죠. 최근엔 장애인스포츠 인권에 대한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요. 현재는 비장애인 코치가 대부분인데, 장애인 코치가 돼서 장애인스포츠를 선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른 '운동'도 합니다. 삶 자체가 투쟁이라는 장애인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하는 사회운동입니다.

 

일화가 있습니다. 영준 씨가 사는 아파트 입구 바로 앞에는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게 경사로 바로 앞에 위치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제동거리를 막게 된다는 것입니다. 움직일 수 있는 곳은 경사로밖에 없는데, 신경을 조금만 늦추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구조.

 

주차공간 수를 맞췄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설명에도, 영준 씨는 구청을 방문해 항의하고 국회의원까지 찾아가 개선을 요구해 결국 주차자리에 차단봉을 세우고 맙니다. 문제제기를 시작한지 딱 1년만의 일입니다.

 

 

그는 이렇게 '불편한 사람'이 됩니다. 일상 속에서 불편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하나하나 바꿔가고 있는 겁니다.

 

"아...괴롭혀야 바뀌구나. 누구나 인간답게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외치지만 참 어렵구나. 그래서 항상 주변을 살펴요. 내가 편한 세상도 좋지만, 장애인 당사자와 노약자, 임산부까지 모두가 편한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거죠. 바로 우리의 목소리부터 시작됩니다."

 

 

크고 작은 투쟁현장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왔던 영준 씨가 최근에는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활동가로 본격적으로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신체운동과 사회운동 두 운동 모두에 전념해보겠다고 다짐합니다. 4~50대 일색인 시민사회에 20대 청년활동가의 결의가 신선한 바람이 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다"를 보여주는 실천으로서의 신체운동과, 내 주변을 바꿔나가는 행동력, 거기에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아 정책으로 연결시키는 사회운동까지 확장해나가는 그의 '길'을 주목하게 됩니다.

 

김현 pgmhyun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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