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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용이 말한 ‘마음 단속’과 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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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점점 현금 자체가 필요없는 시대로 가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걸 할 수 있다. 삼성페이와 애플페이가 일상적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이고, 교통비도 앱을 깔아놓으면 된다. 모바일 신분증이란 게 있어서 물리적인 신분증도 안 들고다녀도 된다. 코인노래방이나 코인빨래방도 계좌이체 또는 충전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범죄의 양태도 달라지고 있다. 일단 주거침입죄의 목적은 대부분 성범죄 또는 지인관계에서 다툼이 벌어질 때로 한정된다. 현금이나 귀중품을 훔치기 위해 타인의 주거에 침입하는 사례는 거의 전무해졌다. 마찬가지로 현금을 빼앗기 위한 강도 사건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대신 보이스피싱이 무지 늘었고 아무리 예방책이 부각되더라도 줄지 않고 있다.

 

 

권일용 겸임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는 지난 10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 “요즘 강도 사건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CCTV나 블랙박스도 있지만 더 결정적인 건 우리 주머니에 돈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대학생들은 휴대폰만 가지고 다닌다. 강도가 얻는 게 없으니 범죄가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권 교수는 “범죄 예방을 위해 조심하고 잃어버리지 않고 문단속을 하는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디지털상의 범죄로 진화했기 때문에 마음 단속을 잘 해야 한다”며 “정서적으로 힘드니까 배려도 어렵고 남의 마음도 보살피기도 힘들지 않는가. 이 사이의 틈바구니로 아이들을 파고들어서 가스라이팅이나 그루밍을 해서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강조했다.

 

보이스피싱범들은 범죄 타겟에 대한 각종 개인정보를 파악해서 계획을 세우는데 꼭 주소, 주민번호, 전화번호 등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권 교수는 “예방 방법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개인정보가 뭐냐고 물으면 초등학생도 다 안다. 이름, 주민번호, 집 주소 등등 하지만 범죄자들은 이런 걸 수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색, 음식, 친구 이름 이런 사적인 것들을 파악한다. 그걸 털리고 나면 그걸로 보이스피싱 등 모든 범죄에 쓰이게 된다. 우리 문화를 보면 지하철 이동할 때 세 정거장만 가도 두 집안의 사정 파악이 가능하다. (흔히 중년 여성끼리 대화를 하다보면) 친구에게 그런 사소한 것도 말해야 한다는 문화가 있다. 애들이 그걸 배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도 무심코 지나치게 세세한 정보들을 입 밖으로 꺼내게 되다 보면, 보이싱피싱범의 레이더에 들어오기 십상이다. 디테일한 접근법이 사용되면 그 누구도 쉽게 안 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예컨대 범죄 타겟이 군인이라면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 강원경찰청 박승율 수사관(보이스피싱범죄수사대)은 15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해서 “강원도 쪽에 있는 군인들이 피해를 많이 당한다”며 “전화를 해서 휴가 중에 불법 성매매 업소에 갔냐고 묻는다. 억울한 군인이 아니라고 부인해도 증거가 있다고 압박한다”고 말했다.

 

(성매매 업소에 가지 않았더라도 혹시) 군인 신분으로 범죄에 연루될까봐 두려워 시키는대로 한다. 문화상품권 결제, 핀 번호 촬영 등을 요구한다.

 

2021년 기준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은 총 7700억원이었는데 작년(2022년)엔 30% 정도 줄어 5400억원이라고 한다. 가장 큰 액수를 피해본 사례는 무려 한 사람이 41억원을 뜯긴 경우다. 그만큼 보이스피싱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피해액을 다시 돌려받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해외 계좌로 옮기는 등 십중팔구 돈 세탁을 빠르게 진행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수사관은 “예방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피싱범은 잡아서 처벌할 수 있지만 피해자들은 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보이스피싱이 부주의한 사람만 당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당할 수 있다. 경찰관이나 변호사, 판사와 검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돈을 요구하는 노골적인 상황에서만 조심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경각심을 갖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MC 서장훈씨는 “별다른 예방법을 얘기해주기 보단 기본적으로 이걸 보는 모든 시청자들도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아래와 같이 설파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도 믿지 않으면 된다. 가족도 믿지마. 엄마 아빠도 믿지마. 안 믿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나는 정상적으로 문자 링크가 와도 절대 안 누른다. 눌러야 되는데도 그냥 삭제한다. (너무 팍팍하게 사는 것 아닌가?) 그게 아니다. 나는 은행에서 직접 사인 못 할 경우 직원과 통화해서 하는 일들도 종종 있는데 내가 아는 직원에게 연락해서 (담당자가) 그 사람이 맞다고 하면 그때 통화를 한다. (갈수록 보이스피싱 범죄는)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모든 걸 자잘한 것까지 다 막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무 것도 누르지 않고 아무도 안 믿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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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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