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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톤 ‘어망통’ 스쿨존 굴러내려와 초등학생 목숨 앗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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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관리 소홀 지적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상투적인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1.5톤에 달하는 ‘어망통’이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와서 주변을 걷고 있던 행인들을 그대로 덮쳐버렸다. 끔찍한 사고였는데 너무나 안타깝게도 10세 초등학생 A양이 목숨을 잃었다.

 

28일 아침 8시30분 즈음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의 한 스쿨존 인근이었다. 길은 가파른 경사로였는데 별안간 하얀 거대한 물체가 빠른 속도로 굴러오기 시작했다. CCTV 영상을 보면 가속도가 붙어 너무나도 공포스러운데 정말 만화 속 눈덩이가 굴러내려오는 것만 같았다. 교통정리 봉사를 하고 있던 시민도 가까스로 피했는데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릴 손쓸새도 없었다.

 

사람들 비명 소리 '아' 소리만 들리고, 뒤로 '어' 하는 순간 그게 바로 굴러 와서 일단 벽면 치고, 애들을 치고, 애들은 땅에 쓰러졌고...

 

 

거대한 어망통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됐는데 160미터나 굴러떨어졌다. 이로 인해 자녀의 등교를 위해 같이 걸어가고 있던 학부모 30대 여성 1명(부상)과, 다른 초등학생 3명(1명 사망+2명 부상)이 습격을 당했다. 어망통은 사람들을 덮친 뒤에도 좌우측의 인도 펜스를 연달아 들이받은 뒤에야 가까스로 멈췄다. 펜스는 완전히 파손됐다. 만약 멈추지 않고 계속 굴러갔다면 더 큰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었다. A양은 이미 심정지 상태가 되어 병원으로 황급히 옮겨졌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 했다. 다른 피해자들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사고는 유독 비극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우선 등교시간이었기 때문에 초등학생들과 학부모 등 사람들이 인도에 많이 있었다.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했을 수도 있었다. 자재가 매우 무겁고 원통형이라 오르막길에서 굴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 비극적이었는데 1.5톤의 물체가 가속에 더해 내려오고 있는 상태를 막거나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건장한 남성이라도 해당 어망통과 맨몸으로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냥 자살행위다. 그래서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어망통은 어디서부터 굴러 내려온 것일까? 스쿨존 경사로 위쪽으로 올라가면 사거리가 있고 부근에 공장들이 여러 곳 위치해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청학삼삼공공업단지’가 조성돼 있어 어업 관련 물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많았다. 당연히 공장을 출입하는 덤프트럭들도 즐비했다. 여러 업체들 중 한 곳이 지게차를 이용해서 어망통을 내리는 하역 작업을 하다가 놓쳐서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해당 업체가 100% 책임져야 하는 대형 인재가 아닐 수 없다.

 

위치 자체도 문제였다. 스쿨존 근처에 공장이 있고 화물트럭과 지게차 등 중장비 이동수단들이 아침 등교시간에 왔다갔다 하는 매우 위험한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와 영도구 등 당국의 안전 조치나 관리감독이 부실했고 업체들은 경각심이 너무 없었다. 학부모들도 등하교 스쿨존의 안전 문제를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 예방 대책이 딱히 없었다. 말만 스쿨존이었고 무늬만 어린이보호구역이었던 셈이다. 불법 주정차 자체가 금지되는 곳이 스쿨존이다. 그런데 중장비 차량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며 작업을 위한 주정차를 일삼았던 그런 스쿨존이었던 셈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해당 업체는 일단 내리막길이 있는 곳에서는 하역 작업을 자제하는 것이 맞다. 평지에서 하역 작업을 하더라도 △신호수를 배치하고 △작업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과 안전 펜스를 설치했어야 했다. 내리막길 아래 쪽에도 안전 전담 직원을 1명 이상 별도로 배치해서 어린이 보행자들이 안심하고 통행할 수 있도록 통제를 했어야 했다. 혹시 모를 위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직원이 신속히 큰소리로 대피하라고 전파했다면 A양이 숨을 거두지 않을 수도 있었다. 무려 160미터나 굴러내려오는 동안 5~10초 가량 시간이 있었을텐데 도대체 무엇을 한 걸까?

 

 

향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지게차로 들어올리다가 놓친 건지, 대형 컨테이너 트레일러의 문을 열어놨다가 알아서 굴러내려온 건지 진상규명을 낱낱이 해서 실행 책임자들의 과실 범죄 혐의를 명확히 가려야 할 것 같다. 

 

한편,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 중재법 2조 3호와 6호, 10조 1항에 따르면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사망자가 1명 이상이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제조물이란 “제조되거나 가공된 동산”을 말한다. 즉 1.5톤의 어망통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인명사고를 냈으니, 형법 268조 업무상과실치사상 외에도 별도로 중재법까지 적용되어 처벌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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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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