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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노인 화재’ 80대 노모가 아들에게 마지막 전화 걸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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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그동안 평범한미디어는 노인 주택 화재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기사를 써왔다.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노인이 화재가 나면 대피하지 못 하고 사망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작년 12월25일 새벽 2시14분쯤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에 있는 한 주택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은 주택 1층과 2층 내부를 순식간에 집어삼키고 말았다. 80대 노부부가 살고 있는 집이었는데 먼저 화재를 감지한 할머니 A씨는 곧바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 전화해서 도움을 청했고, 아들은 다급하게 119에 신고했다. 곧바로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불길은 30분만에 진압되었지만 안타깝게도 A씨는 현장에서 사망한채로 발견되었다. 같이 살고 있던 할아버지 B씨 역시 현장에서 질식 상태로 발견되어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 3명도 연기를 마시거나 어깨를 다치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도대체 왜 불이 났던 걸까. 통상 겨울철 노인이 살고 있는 주택에서 불이 나는 것은 대부분 전기장판이나 난로 등 전기 과열로 인한 경우가 많다. 특히 전기장판은 고이 접어 놨다가 겨울철에만 꺼내서 쓰는데 이때 안에서 열선이 망가져 누전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전기장판 위에 두꺼운 솜이불 등을 올려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 과열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가스레인지에 사골 등 오래 끓여야 하는 냄비를 올려놓고 깜빡 잠들어서 불이 나는 사례들도 비일비재하다.

 

현직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성제 겸임 교수(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는 평범한미디어에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엄동설한의 날씨에 홀로 사는 노인들은 전기장판을 애용한다. 그런데 겨울이 아닌 계절에 전기장판을 보관할 때는 장판을 방석처럼 곱게 접어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장판 안에는 열선이 있는데 이렇게 접어서 오랜 시간 동안 보관하게 되면 안의 열선이 망가져 합선이나 누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기장판을 보관할 때는 되도록 접은 상태에서 오래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실 다른 난방기기의 과열 문제나 냄비를 오래 끓이는 문제 등은 본인이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 밖에 없다. 사골국 같은 경우 오랜 시간을 끓여야 한다. 어르신들이 자녀나 지인들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으로 사골국을 오래 끓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깜박 잠들거나 망각하여 변을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장애인과 더불어 노인은 화재 등 재난 약자들 중 대표격이다. 

 

재난 약자는 쉽게 이야기해서 이런 재해가 닥쳤을 때 빨리 대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노인들이 특히 재난에 취약한 것은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어느 나라를 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책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젊은 청년들에 비해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은 아무래도 긴급 상황에서 신속히 대피하지 못 하고 넘어지거나 정신적인 충격에 따라 몸이 더 빨리 굳어버릴 가능성이 배로 높다. 개인의 운동 능력에 따라 편차가 존재하겠지만 반사신경의 측면에서 노인은 젊은 사람에 비해 현저히 저하돼 있다. 게다가 이번 화재처럼 한창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대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대피하기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소방청과 행정안전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당국에서 야간에 발생하는 노인 주택 화재의 유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예방 △대피 △대응 등 3가지의 측면에서 시스템과 매뉴얼을 구축해놔야 한다.

 

무엇보다 노인들은 화재가 나면 무조건 빨리 효과적으로 대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평범한미디어는 관계 당국이 노인 화재 대피를 위한 교육과정을 점검해서 실질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싶다.

 

화재 대처법 중 하나가 (당사자가 스스로) 초기 진화를 하는 것인데 주변에 소화기나 진화 물품을 이용해 불이 더 커지기 전에 초장에 잡아야 한다. 노인이나 어린이 등 재난 약자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다. 초기 진화할 시간에 차라리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 남들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대피하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다. 왜냐면 본인 스스로가 재난 약자이기 때문이다. 일단 인지가 되면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제일 좋다.

 

 

이번에도 입이 닳도록 떠들었던 유케어 시스템의 보편적 확대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A씨가 아들에게 황급히 전화를 했지만 타지에 있는 아들은 119에 신고하는 것 말고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불이 나면 신속한 상황 전파 여부에 따라 생사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다. A씨가 다이렉트로 119에 신고를 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유케어 시스템은 독거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응급안전안심 서비스'로서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거나(심정지) 가스 누출과 화재와 같은 응급 상황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119에 상황 전파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이러한 유케어 시스템은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처럼 명백한 사회적 약자의 조건을 한정해놓고 보급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를테면 △자녀가 타지에 있는 노인 부부 △자녀와 함께 살더라도 집을 자주 비워 노부모만 집에 있는 사례 등등 적어도 노인들만 집에 있는 시간이 일정 정도 이상이라면 최대한 유케어의 손길이 미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 구체적으로 유케어 시스템은 △만 65세 이상 독거노인들 중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증장애인 가정에 해당돼야만 설치 의무 대상에 포함되는데 대상자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유케어 시스템은 보건복지부 관할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식을 대전환해서 유케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확대 보급하길 촉구한다.

 

김 교수는 유케어 시스템에 대해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유케어 시스템은 보건복지부 예산으로 시범 운영 이후 전국적으로 꽤 오래 전부터 추진했던 시스템이다. 그러나 아직 일부 가정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재래식 화재 감지기도 좋지만 유케어 시스템과 비교해서는 좀 부족한 것 같다. 메타버스 시대에 이런 것들을 잘 연동하는 기술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유케어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최대한 확충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말씀이다. 아직 생소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이 시스템에 대한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보급 확대는 아주 당연하다. 또한, 감지 기계의 기술 개발을 통해 연기와 열에 더 잘 반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유케어 시스템의 기능을 개선하여 어르신들의 생체 리듬을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내장하면 좋을 것 같다. 안전 복지 차원에서 이 시스템이 독거노인 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한 젊은 사람들 그리고 이 시스템이 필요한 모든 집에 설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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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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