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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진단③] ‘민식이법, 윤창호법, 뺑소니’ 트리플크라운의 범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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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생을 들이받아 사망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서 그대로 현장을 이탈했다. 교통 범죄에서 가장 악질적으로 여겨지는 3가지(민식이법/윤창호법/음주뺑소니)를 모두 범했는데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이런 사례는 거의 처음 봤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1월11일 17시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민식이법은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라며 “윤창호법과 민식이법 이거 2개로만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해서 발부 받았다. 뺑소니가 빠졌음에도 그랬다. 결과적으로는 뺑소니까지 적용됐기 때문에 교통 범죄자 트리플크라운”이라고 비판했다.

 

 

음주운전 진단 세 번째 기사 여섯 번째 사건의 개요는 아래와 같다.

 

⑥40세 남성 M씨는 2022년 12월2일 17시 즈음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언북초등학교 후문 인근에서 본인 소유의 SUV 차량을 몰고 좌회전을 하다 초등학교 3학년 이동원군을 들이받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당시 M씨는 만취 상태였다. 자택에서 맥주를 조금 마셨다고 주장했는데 혈중알콜농도 0.128%나 나온 것으로 보아 거짓말임이 분명하다. 소주 2병을 안주없이 마시고 2시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원군은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던 중이었는데 멀쩡히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불법 좌회전을 감행한 M씨의 차량에 습격을 당했다. M씨는 집에서 술을 마신 뒤 무슨 볼 일이 있었던 것인지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 930미터 가량 음주운전을 했고 다시 집 주차장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언북초에서 자택까지는 100미터도 채 되지 않는 만큼 매우 가까웠다. 당초 강남경찰서 교통조사계는 하루 만(3일)에 M씨를 구속시키면서도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CCTV, M씨 차량의 블랙박스,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조사해봤을 때 M씨가 동원군을 친 뒤에 자택 주차장까지 21미터 가량 운전해서 이탈했고 이내 주차를 마치고 43초만에 다시 현장으로 달려왔던 만큼 법률적으로 뺑소니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시 돌아온 M씨는 119에 직접 신고하지 않았으나 근처 꽃집 주인에게 신고해달라고 요청했고, ‘사고 후 구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원군 옆에 붙어 안절부절하던 모습으로 서있었다고 한다.

 

 

유족들은 뺑소니 혐의를 적용해서 엄히 처벌해달라는 3000명의 탄원서를 받아 경찰에 제출했고 결국 경찰이 뜻을 굽히고 뺑소니를 추가해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우영)도 M씨의 뺑소니 혐의까지 인정해서 12월27일 구속 기소를 했는데 블랙박스에 녹음된 M씨의 음성 분석, 도로교통공단의 사고 분석 결과 등을 추가 검토한 결과 뺑소니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차량이 동원군을 들이받은 그 순간 차량이 심하게 흔들렸고 M씨가 사이드미러를 통해 충분히 인명사고를 직감할 수 있었다고 봤다. 신속히 구호조치를 해야 하는 위급 상황이란 걸 모를 수가 없었음에도 그대로 동원군을 방치한채로 사망케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M씨는 언북초 인근에 수년간 거주한 운수업체 사장으로서 이런 만행을 저질렀고 그만큼 비난가능성이 아주 높다. 올 1월17일 첫 1심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부장판사 조용래)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M씨가 선임한 변호인은 “어린이보호구역치사(민식이법),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 음주운전은 인정하지만 도주치사 혐의는 부인한다”며 “피고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있고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직접 사고 장면이 녹화된 영상을 재생하고 최초 신고 음성 파일을 청취하는 1차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정 변호사는 이미 방송 인터뷰를 통해 뺑소니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냈는데 “처음에 경찰은 도주한 거리가 짧았다고 했다. 그런데 거리 짧은 이유를 보면 자기 집까지 20미터 밖에 아니었다”며 “만약 현장에서 집까지 2km 였다거나 경기도였다면 더 멀리 도주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에서 즉시 조치를 해야 하는데 현장을 떠난 것이 맞다”며 “나도 뺑소니 의견으로 인터뷰를 했다. 아마 그런 점들을 감안해서 경찰에서 뜻을 굽히고 뺑소니까지 적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M씨가 교통 범죄자 트리플크라운인데 뺑소니 부분은 사실 논란이 될 것 같고 이것까지 뺑소니로 보는지 안 보는지 법원의 판단이 궁금하긴 하다. 20미터 이탈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지, 뺑소니를 범하고 다시 돌아왔으니 자수하는 의미로 보는지.

 

 

정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서는 “40미터까지 뺑소니로 보기도 했다”고 환기했다.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죄와 달리 뺑소니(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상)가 성립하려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걸 넘어 도주까지 이뤄져야 한다.

 

20미터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오면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사고후미조치는 적용될 수 있으나 뺑소니는 도주까지 가는 거니까 별도의 구성요건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내고 차를 댈 때가 없어서 대고 돌아왔다고 하면 도주가 아니다.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사고후미조치는 된다. 교통의 월환한 소통을 위해 차를 대고 왔다고 하면 100미터든 200미터든 뺑소니는 되지 않는다.

 

 

근데 결국 뺑소니가 적용된 것에 대해 정 변호사는 “교통에 방해되는 것도 아닌데 자기 집에 차를 대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이 컸다고 말했다.

 

만약에 다른 차량이 올 수도 있어서 교통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차를 대고 왔다면 뺑소니는 빠졌을 것이다. 그런데 (M씨가) 처음에 한 말이 사고난줄 몰랐다고 했다. 맥주 조금만 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혈중알콜농도 0.1% 넘게 나오니까 뒤늦게 자꾸 추궁을 받으니까 말 바꿔서 사람이 아니라 물체를 친줄 알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려서 놀라서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돌아왔더라도 뺑소니의 고의가 인정되는 맥락으로 해석됐던 것 같다.

 

M씨의 예상 형량에 대해 정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10년 이상이 나와야 하고 12년 이상도 나오는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적극적으로 합의를 시도할 것 같은데 만약 합의가 되면 3~4년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동원군의 부모는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을 것 같다.

 

동원군의 모친(43세)은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험한 환경도 문제였지만 그것 때문에 동원이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본질은 술을 먹은 사람이 잡아서는 안 되는 운전대를 잡고 사고를 냈다는 것”이라며 “(좌회전을) 할 수 없는 곳에서 좌회전을 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원이를 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판례를 찾아보고 주변 법조인들에게 의견을 구해도 높은 형량이 나오기 힘들다고 보더라. 우리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일을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되고 우리 사회에 (음주운전과 뺑소니가) 중대 범죄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 죽음의 대가는 누구도 보상해줄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

 

2월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왜 제자리인가)에 참석한 동원군의 부친은 “아들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시스템적인 인재라고 볼 수 있다”며 “우리 아들은 9년1개월의 짧은 시간 저희 곁에 있다가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 아들의 평소 마음을 고려할 때 동생, 친구, 앞으로 초등학생이 될 후배들을 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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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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