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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방음터널’ 5명 목숨 앗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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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830미터짜리 방음터널이 불길에 휩싸였다. 37명이 부상을 입었고, 5명이 숨졌다. 얼굴에 화상을 입는 등 3명이 중상자로 분류됐다. 경상자들은 급히 터널 반대편으로 탈출해서 겉으로는 별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연기를 흡입했기 때문에 산소 치료를 받고 있다.

 

29일 13시50분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에서 큰 화재가 났다. 불은 16시12분에 진화됐다.

 

 

 

성남에서 안양 방향 차로를 지나고 있던 폐기물 집게 트럭의 엔진룸에서 불이 났고 순식간에 플라스틱 소재(폴리메타크릴산메틸 PMMA)의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었다. 벽에 붙은 불은 천장으로 이동했고 방음터널 전체를 용암 불기둥처럼 휘감았다. 사망자들은 전부 트럭 반대 차로에 있던 차량에서 발견됐는데 천장으로 옮겨붙은 불이 시커먼 연기를 뿜어냈고 반대편 차량들을 삽시간에 집어삼켰던 것으로 보인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 하고 질식사를 당했던 건데 왜 그렇게 피해가 컸던 걸까?

 

보통 방음터널은 철제 H빔으로 뼈대가 만들어진다. H빔 구조에 플리스틱 PMMA을 덮어서 완성하는 건데 해당 방음터널은 2017년 8월에 완공됐다. 역시 비용이 문제였다. PMMA는 인화점이 더 높아 방염 성능이 좋은 PC(폴리카보네이트)에 비해 저렴하다. PC는 인화점이 450도지만 PMMA는 280도에 불과하다. 물론 PMMA 역시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불에 잘 안 타는 방염 소재다. 그러나 이번 화재에서 알 수 있듯이 큰불이 나면 금방 옮겨붙고 유독가스를 배출한다. 이번 화재에서 차량이 무려 45대가 불에 탈 정도였다. 더구나 플라스틱은 녹아서 뚝뚝 떨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방음터널 소재로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방음터널에 대한 규정이 없다. 방음터널은 말 그대로 터널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법률적으로 터널이 아니다. 소방법상 터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옥내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국토안전관리원이 마련한 기준에서도 방음터널이 누락되어 있어서 시설물 안전점검 및 진단의 대상이 아니다.

 

 

H빔 또한 불길에 휩싸이면 휘어져서 피해를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H빔에 또 다른 철근 콘크리트를 입혀서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 터널은 일정한 간격으로 환기팬이 설치돼 있고 그게 화재시 원격 제어에 따라 유독가스를 밖으로 빼내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방음터널의 환기팬은 차량 배기가스만 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

 

그동안 방음터널은 도로와 도시의 위치를 떨어트려놓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우회하기 위해 각광을 받아온 대안이었다. 이번 화재 지점의 인근에도 신축 아파트와 오피스텔 그리고 초등학교까지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도심 속 자동차전용도로의 존재로 인해 소음 문제가 말썽이었다. 그래서 건설사들은 방음터널을 손쉬운 대안으로 제시했고 그 누구도 방음터널의 안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실 과거에도 방음터널 화재가 발생했었다. 그때마다 플라스틱 소재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이번 대형 화재가 날 때까지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주도로 편성된 수사본부는 화재 직후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작동하지 않았던 부분 등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저녁 화재의 시발점이었던 트럭 운전기사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마무리됐는데 아직 정식 입건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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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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