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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 내린 윤석열 정부 “안전운임제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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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양주열 기자] 화물연대(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6일째 되는 29일, 윤석열 정부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14조에 따라 사상 최초로 시멘트업계 화물운송 차주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화물연대에 “명분없는 요구를 계속하면 모든 방안으로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동안 화물연대는 3년 뒤 폐지되는 안전운임제를 법제화하고 적용 대상(가루 시멘트 운반 화물차와 대형 컨테이너 운반 화물차 딱 두 종류에만 적용)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3년간 안전운임제를 연장하겠다는 일몰제로는 화물업계의 목숨을 건 위험 운전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며 부산항과 평택 등 주요 물류시설 주변에서 파업 홍보물을 배부하는 등 선전전을 계속해왔다. 그 과정에서 비조합원들에 대한 운송 방해나 물류기지 출입구 봉쇄 등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피해를 입혀 요구조건을 관철시키는 것이 특징인 파업의 본질적인 특성상, 전국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20~40 %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파업의 장기화로 산업 현장에도 공장 가동 중단 등 심각한 타격이 확산되고 있다.

 

국무회의 직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시멘트 출고량이 평시에 견줘 약 90~95% 감소하면서 전국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공사 중단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공기 지연, 지체상금 부담 등 건설업 피해가 누적되면 건설원가와 금융 비용 증가로 산업 전반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는 건설산업발 국가 경제 전반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 탓에 과로 과적 과속위험에 내몰리는 화물운송 기사의 근로 여건을 개선해 교통사고를 줄인다는 취지로 지난 2020년 ‘3년 일몰제(2020년 1월1일~2022년 12월31일)’로 도입된 제도다. 한국도로공사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고속도로 화물차 사고의 주요 원인 1·2·3위는 졸음 42%, 주시 태만 34%, 과속 8% 등이다. 화물연대는 “낮은 운송료가 강요하는 장시간 노동과 야간 운행, 과로와 과적이 도로의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을 결정하고 공표하는 제도다. 마치 최저임금처럼. 화물 노동자의 권리와 도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적정 운송료(화주와 운수사업자들의 일방적인 운임 결정과 갑질을 막기 위해 화물기사·화주·운수사업자·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되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운송 원가와 운임 결정)를 법으로 정해둔 것이다. 운송료가 낮을수록 화물 노동자는 위험 운행으로 내몰리게 된다. 유류비, 차량 할부금 등 화물 운송에 필수적인 비용을 다 지출하고도 생활비를 남기려면 최대한 오래 일하고, 빨리 달리고, 한 번에 많이 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물가인상률보다 오히려 하락한 화물 운송료 때문에 화물 노동자들은 하루 13시간이 넘는 과로와 위험한 과적, 과속을 강요받아왔다.

 

앞서 지난 6월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조건으로 내걸고 한 차례 총파업에 나선 바 있다. 그때 윤석열 정부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3년 더 연장(2025년 말)하는 방안으로 합의했고 그렇게 총파업이 마무리됐다. 이미 그때부터 국토부와 화물연대 양측 모두 “반쪽짜리 합의”라는 불만이 컸던 터라 이번 총파업 사태는 충분히 예고됐었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주장과는 달리 2년간 안전운임제가 시행됐다고 해서 화물차의 교통사고 등 안전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달 경찰청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화물차 사망사고 비율은 64.8%로 전년 대비 11% 가량 증가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지정 차로 위반, 안전띠 미착용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 수칙 미준수와 과적, 과속을 목적으로 한 차량 불법 개조와 차량 노후화 등으로 분석됐다. 즉 안전운임제를 본격 도입한다고 해서 화물차 관련 교통 안전 문제가 완벽하게 개선된다고 볼 순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운임제를 즉시 폐지하는 것이 옳은 걸까? 

 

한국교통연구원이 올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컨테이너 차주 월 순수입은 373만원으로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인 2019년 300만원에 비해 24.3% 올랐고, 시멘트 차주의 월 순수입은 424만원으로 같은 기간 2배 이상 더 높아졌다. 월 근로시간은 5~1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최저임금에 웃도는 시급을 받았던 차주의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전했다.

 

안전운임제는 운송기사의 삶의 질 향상과 운송료 안정화의 측면에선 분명 고무적이다. 그러나 시행 취지인 교통 안전 개선의 실효성은 입증됐다고 보기 힘들다. 그래서 일단 안전운임제를 일몰하지 않고 법 제도화 관철만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입장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하게만 대응하려고 하는 정부의 입장, 양쪽 모두 한 발 물러나서 근본적인 상생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화물업계 모든 주체들이 모여 원탁회의라도 구성해서 당장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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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열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양주열 기자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국내 주요 경제 현안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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