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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 “강제 수사권 없어서 실효성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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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우리희망·박효영 기자] 여야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국조)를 24일부터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국조 기간은 45일로 본회의 의결을 통해 30일씩 연장할 수 있다. 다만 2023년도 예산안 처리(12월2일)를 마친 이후로 본격 개시된다. 국조 특별위원회 구성은 더불어민주당 9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정의당과 기본소득당) 각각 1명 총 18명이다.

 

쟁점이 됐던 국조의 대상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국가위기관리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대검찰청, 경찰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소방청, 서울소방재난본부, 용산소방서, 서울시, 용산구 등으로 대통령실 경호처와 법무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이 포함됐다. 

 

 

23일 16시 즈음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와 같은 합의 사실을 밝혔다. 24일 본회의에서 이대로 의결되면 국조가 시작될 수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경호처를 민주당이 하자고 요구를 했는데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해서 이런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 그래서 경호처를 보자 이런 주장이어서 그것은 저희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마약 수사와 관련해서 혹시 경찰 인력 배치 문제가 (참사 원인과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법무부 대신 대검을 포함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와 검찰 문제를 강하게 지적해왔던 SBS 임찬종 기자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마약 수사 관련해 경찰 인력 배치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알기 위해 왜 대검을 조사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 기자는 “과거에도 경찰의 인력 배치를 검찰이 좌지우지 할 수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후 사건을 송치하거나 영장 신청을 하기 이전 단계에서 검찰이 경찰 수사에 개입할 방법 자체가 없다”면서 “솔직히 왜 대검을 국정조사 대상에 넣었는지 짐작하기 어렵진 않다. 피의자 입장(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에서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다”고 환기했다.

 

야당 입장에서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적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압박이나 항변의 수단으로 쓰는 것은 너무나 지나친 일 아닌가? 애초에 마약 수사와 이태원 참사를 엮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지만 경찰의 마약 수사 관련 인력 배치에 대해 알기 위해 검찰을 조사하면 된다는 주장은 정상적 사고 회로에서 심각하게 이탈한 발상이다. 

 

 

사실 약 2주 전부터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기 위해 공동행동에 돌입한 상태였다. 당초 국민의힘은 경찰 국가수사본부(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만큼 국조가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명분으로 국조 개최를 반대해왔다. 다만 비윤계(윤석열계)인 주 원내대표는 수사 결과를 보고 국조를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국조 자체에 문을 닿아놓지 않는 입장이었다. 물론 친윤계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경찰 조직으로 집중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노골화했던 만큼, 주 원내대표도 선뜻 야권의 국조 요구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조가 시작되면 이 장관에 대한 공세가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 3당이 특위 명단을 짜고 계획서까지 성안해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22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첫 기자회견까지 열자 주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당내 여론을 설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사실상 민주당이 169석의 의석 파워로 본회의 의결을 밀어붙일 수도 있는 형국에서 정의당의 지지까지 받아냈기 때문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걸로 보여진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조를 내주게 됐지만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을 법적 시한 내에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부각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이날 오전 주 원내대표의 입장에 동의 의사를 표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날 저녁 방송된 YTN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국조가) 10월29일 당일 현장에서의 대응만을 놓고 저희가 조사를 하는 것은 아니”라며 “도대체 대한민국이 어떤 상황이었기 때문에 혹은 관련된 기관들이 어떤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지를 참사 이전부터 조사해야 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당연히 성역없이 조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조사가 수사를 방해한다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논리로 여당에서 그렇게 주장하시고 계신 건지 좀 이해하기가 어렵다. 수사를 한다고 해서 국정조사를 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국정조사를 한다고 해서 수사를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특수본의 수사는 특수본의 수사대로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강제 수사가 어렵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은 국정조사와 특수본의 수사는 엄연히 목적이 다르다. 국정조사는 참사 이전부터 시작해서 참사 이후까지 정부의 준비와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중심으로 참사의 원인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고, 특수본의 수사는 구체적인 개인들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조사와 특수본의 수사가 오히려 상호 보완의 작용을 하면 할 수 있지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맹탕 국조를 방지하기 위해 “합의서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수사와 재판을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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