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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청년이 ‘무등산’에서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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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등산은 정말 좋은 취미활동이자 운동이다. 산을 천천히 오르며 자연경관을 감상하면 지쳤던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다. 답답한 사무실이나 책상에만 앉아 있다가 산에 올라 맑은 공기를 쐬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풀리는 기분이다. 운동 효과는 덤이다. 적절한 등산 활동은 건강에 매우 좋다. 또한, 사람들과 같이 등산을 하며 친목도 다질 수 있다. 등산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등산도 독이 될 수 있어 등산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평소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무리하게 등산해서는 안 된다.

 

지난 10월28일 정오 즈음 광주 동구 무등산 새인봉 인근 등산로에서 30대 남성 등산객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소방당국은 소방헬기 1대와 산악구조대 16명을 투입해 심정지 상태인 A씨를 인근 대학 병원으로 이송했다.

 

 

새인봉(512미터)은 무등산 전체 높이(1187미터)의 절반 지점인데 통상 입석대(1017미터)나 서석대(1100미터)까지 올라가야 무등산을 정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A씨는 무등산의 절반도 오르지 못 하고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꼈고 미처 손 쓰기도 전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주변에 있던 등산객들의 신고로 신속히 구조 헬기에 태워졌으나 A씨는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 했다.

 

현재 광주동부소방서과 동부경찰서는 A씨의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보통 등산은 해가 지면 어려워지기 때문에 새벽이나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A씨 역시 최소한 아침에 출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3시간이면 정상까지 도달할 무등산 코스의 절반도 못 갔는데 정오가 됐다는 것은 상당히 느리게 산행했던 걸로 보여진다.

 

A씨는 어쩌다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일까?

 

현재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심정지 상태가 된 여러 배경들을 추측해볼 수밖에 없다.갑자기 산에서 실족을 당해 바위 같은 것에 부딪쳐 쇼크로 심정지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A씨가 실족을 당했다는 소식은 없다. 그렇다면 평소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지병 등 기저질환에 따라 심장에 무리가 왔을 수 있다.

 

 

이렇게 등산 도중 갑자기 심정지로 사망하는 비극은 종종 있었다. 2020년 10월에도 북한산 정상 부근에서 60대 B씨가 갑자기 심정지로 쓰러져 구급 헬기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숨졌다. 한라산 등반을 하다 심정지로 숨진 사례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 국립공원관리공단 조사 결과 지난 2010년에서 2014년 약 5년 동안 국립공원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 124건 가운데 48%를 차지하는 60건이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정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심각한 문제다. 연령대로 보면 대부분 5~60대 나아가 80대 노인이 산행 도중 심정지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피해자는 비교적 젊은 30대 남성이었다. A씨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은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젊은 나이라고 해서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나이가 젊다고 해서 다 건강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고령자에 비해 심정지 확률이나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것이지 절대 안 걸리는 게 아니다. 30대라도 충분히 고혈압, 당뇨 등 각종 성인병과 심혈관계 질환을 갖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산행을 주의해야 하는데 등산 자체가 심장에 무리를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산행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체력 소모를 동반한다.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호흡이 가빠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혈압도 올라가고 심장도 평소보다 빨리 뛰게 된다. 평소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산을 무리하게 오르면 위험성은 배가 된다. 급격한 체온 변화도 심정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하여 갑자기 심정지가 올 수 있다. 특히 등산을 하면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외투를 벗게 된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땀이 식어 증발하게 되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때 혈관이 쪼그라들며 심정지가 올 수 있다.

 

그래서 요즘과 같이 초겨울이 올 것만 같은 쌀쌀한 날씨에는 심정지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여름철 물놀이 사고들을 빼면 거의 대부분 10~11월 즈음에 심정지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특히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산행할 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산에서 심정지 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준비운동을 해야 하고 오늘 내가 등산을 할 수 있는 몸 상태인지 충분히 살펴야 한다. 김정완 주임(충남소방본부 구급상황관리팀)은 “평소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가 있으신 분들은 등산 전에 혈당 체크나 혈압 체크를 꼭 하고 본인 체력에 맞는 등산코스를 정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너무 빨리 올라가려 하지 말고 최대한 천천히 여유있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전문 산악인들도 악산(험준하고 높은 산)을 오를 때는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숨을 크게 쉬면서 천천히 올라간다. 괜한 자존심 또는 허세 때문에 무리해서 산행을 할 필요가 없다.

 

내가 너무 운동 부족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유명한 산을 가려고 하지 말고 동네에 뒷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힘들다면 일단 동네 공원에서부터 운동을 시작해 차근차근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한다. 혼자 산행하는 것도 좋지만 일행과 같이 산행하면 더 좋다. 위급 상황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는 ‘니트로글리세린’이라는 알약을 구비하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앓았던 분들 이런 분들한테는 니트로글리세린이 필수다. 먹는 방법은 혀 밑에 넣어서 녹여 먹거나 스프레이 제제를 뿌리면 된다. 이 약은 속효성이라서 약효가 빨리 작용한다.

 

니트로글리세린은 쉽게 말하면 ‘혈관확장제’다. 일시적으로 혈관을 확 넓혀줘 급성 심정지를 막을 수 있다. 폭약에 들어가는 물질 이름과도 같다. 폭발적으로 혈관을 확장시켜 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이 약을 먹고 나아졌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이 약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으로 시간을 벌어주는 용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일단 이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바로 산행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밖에도 이태원 참사로 그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는 심폐소생술과 심쿵이 사용법을 완벽하게 숙지해 놓으면 정말 좋다. 전국 22곳 국립공원에 약 300여개의 심쿵이가 설치돼 있다.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4분에 불과하다. 그래서 무엇보다 신속한 대처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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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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