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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도전기①-1] “아나운서로서 색깔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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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최근 경북권 지역 방송사에 아나운서로 합격한 김유진씨는 “아나운서가 됐지만 아직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인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유진씨는 “시사와 뉴스를 하려면 역량들을 계속 갖춰나가야 하는데 그래야 진짜 앵커가 되는 것이고 아나테이너가 되려면 춤이든 재능을 보여줄 수 있어야 진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예능형, 시사뉴스형, 스포츠형 등 다양한 아나운서의 진행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는데 유진씨는 스스로 끼가 많은 아나운서가 되고 싶기 때문에 아나테이너쪽으로 가고 싶지만 아직은 아나운서로서 기본 역량과 경험을 쌓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8월7일 15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모임 공간에서 유진씨와 유지희씨가 만났다. 아나운서라는 공통 키워드로 일종의 연대감을 느꼈고 즐겁게 대화를 했는데 지희씨는 올초 본격적으로 아나운서 준비생(소위 아준생)이 됐다. 최근 KBS 포항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아쉽게도 불합격했다. 유진씨는 1년 반 정도 준비한 끝에 지역 방송사에 입사했다.

 

일단 아나운서가 되어야겠다고 맘먹게 된 계기부터 물었다.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답변이 떠올랐는데 두 사람 모두 아나운서가 꼭 되고 싶다는 간절함과 진정성이 엿보였다.

 

지희씨는 운명처럼 아나운서라는 직업 자체에 확 끌렸다고 한다. 지희씨는 “그냥 정말 멋있어 보여서 하고 싶었다”며 “어떤 상대를 사랑하고 좋아하게 되는 데 이유가 없이 팍 꽂히는 그런 것 있지 않은가. 그렇게 매료됐던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유없이 꽂혔다고 한 지희씨는 대학에서 미디어 관련 학과를 전공한 덕에 아나운서 직무를 간접 경험해볼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좌절감이 컸다. 자신보다 더 예쁘고 뛰어난 사람들이 아나운서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나운서가 꿈이었지만 대학교 미디어학과에 가서 포기를 하고 일반 직장에 들어가서 일했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아나운서를 안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준비하게 된 케이스다.

 

 

유진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마케터로 일했었는데 일반 사무직으로는 자신의 끼와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유진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꾼 사람은 아니었다”면서 “(우연히 나가게 된) 미인대회가 너무 재밌었고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그런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 됐다. 그래서 학교로 돌아와 관련 특강을 찾아 들었고 그 즈음 사무직이 정말 안 맞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때 특강을 한 아나운서가 명함을 주며 아나운서를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그래서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서 (서울에 있는 아나운서) 학원에 갔다. 사실 회사에서 나를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가진 역량은 사무직이 아니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면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이 뭐지? 뭐지? 그건 끼였다. 내가 지금까지 흘러흘러서 방송을 하게 됐지만 사실은 이게 맞는 옷이었는데 늦게 찾은 느낌이었다.

 

유진씨는 끼가 너무 많아 오히려 학원에서 좀 누르라고 했을 정도였다. 유진씨는 “무대에 서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면서 “아나운서 준비생들 상당수는 그랬던 것 같은데 무대에 서는 댄스부, 방송부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흥미를 보였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아나운서라는 직종이 갖는 이미지가 있을텐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다 다를 것이다. 유진씨는 정적이기 보단 동적인 직종으로 보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여겼다.

 

유진씨는 “사무직을 하다가 갔던 사람이기 때문에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아나운서는 책상에 앉아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김민아 기상캐스터나 게임이나 스포츠 아나운서처럼 인기를 끌어야 하는 그런 분들에게 눈이 갔었다”고 덧붙였다.

 

나는 아나테이너가 되고 싶다. 그래서 지금 아나테이너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내 롤모델인) 박소현 아나운서 그분이 끼가 많다. 춤도 잘 추시고 매력이 많다. 모델 활동도 하시고 근데 리딩을 정말 잘 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박소현 아나운서가 정말 멋있었다. 춘천 MBC에서 일하고 있는 박윤미 아나운서도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고 뷰티나 헬스쪽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계시다. 이분도 춤을 잘 추신다.

 

그러나 유진씨는 학원에 가서 좀 다른 것들에 집중하게 됐다. 이를테면 “(학원은) 뉴스를 강조하고 전통적인 시사쪽을 강조해서 그런 걸 공부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다녔던 모든 학원은 뉴스를 계속 시켰다. 끼 보단 기본 실력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렇게 갔다. 토익 800점과 같은 기본 자격조건이 그런 것”이었다는 얘기다. 지희씨도 “기본기가 갖춰져야 하고 거기에 추가적인 재능이 중요하다”면서 공감 의사를 표했다.

 

 

지희씨는 유진씨와는 반대로 뉴스와 시사쪽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지희씨는 “처음 아나운서라는 걸 직접 실물로 접했던 게 저희 교수님 KBS 이규항 아나운서인데 아나운서의 정석이셨다”며 “(내가 보는 아나운서상은)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지적인 이미지였다”고 말했다.

 

나는 시사뉴스 진행을 진짜 해보고 싶긴 한데 아나운서는 보여지는 것으로만 소비되는 것이 크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방송사에서) 스포츠쪽이 더 어울린다고 판단하면 그걸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 뉴스를 말하고 싶은데 내가 하기엔 신뢰감이 떨어진다고 판단될 수 있다. 근데 스포츠쪽과 나의 이미지가 어울려서 하게 된다면 그럴 수밖에 없지만 나는 시사를 해보고 싶다.

 

유진씨는 아나운서 선배로서 지희씨에게 “시사를 하고 싶다면 토론 프로그램을 꾸준히 본다거나 그런 공부들을 계속 쌓아놓은 걸 어필하면 선택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역량을 쌓아놓으면 회사에서도 알아보고 시켜줄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유진씨는 현재 방송사에서 뉴스 앵커 및 대담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유진씨는 아직 예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 해서 아쉽지만 “아나운서도 배우처럼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면서 지희씨에게 “뉴스가 안 어울리는 게 아니니까. 잘 어울리니까 할 수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지희씨는 “(신문과 책을 읽는 걸) 열심히 하고 있는데 MBC 이재은 아나운서를 보고 항상 준비하고 있는데 그분처럼 되고 싶은 맘이 크다”고 답했다.

 

사실 뉴스 진행자는 그냥 대본만 읽는 것이 아니라 손석희 앵커와 김현정 피디처럼 뉴스를 파악하고 전달하는 역량이 정말 중요하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마냥 발음과 발성, 리딩만 잘 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지희씨는 “뉴스를 리딩하고 비디오로 체크를 하는데 그냥 읽는 것과 이해해서 읽는 것의 차이점이 크다. 정말 아나운싱의 뜻 그대로 확실히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유진씨는 “피디나 기자와 달리 아나운서는 중립을 잘 지키고 진행을 잘 해야 한다. 잘 듣고 조율해야 한다. 옳고 그름 보단 잘 조율하는 그런 역할이 크다”고 피력했다. 물론 “(아나운서도 기자처럼) 뉴스를 해석하는 힘이 있긴 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정말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맘을 먹었다면 이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너무 막연할 것 같다. 두 사람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을까? 일단 아나운서 학원에 갈 수밖에 없었을텐데 유진씨는 지희씨와 달리 미디어학과도 아니었던 만큼 사전 정보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무작정 학원으로 갔다.

 

유진씨는 “아예 모르고 시작했해서 학원 상담을 받았는데 키가 작은데 될 수 있을까? 내가 이러이러한데 될 수 있을까? 그런데 학원에서는 데이터를 보니까 충분히 될 수 있다고 해서 학원을 통해 재밌게 준비를 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웃으실 수도 있는데 아나운서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해왔다. 그 믿음은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많은 경험들이나 열정이 방송이라는 것에 맞는 옷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가진 백그라운드가 부족하거나 그래서 안 된다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준비과정은 고단했다. 시작하고 6개월이 넘은 뒤부터 “외모부터 경제적 어려움 등등 삼중고였다”고 한다. 특히 유진씨는 “내가 가진 열정이 너무 많아서 그게 오히려 독이 돼서 슬펐다”고 말했다.

 

내가 스스로 채찍질 할 때가 많은데 고쳐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파악해서 이걸 천천히 고치려고 하기 보단 왜 안 되니 안 되니 학원 선생님들이 하는 걸 스스로 채찍질 하고 있을 때 그게 힘들었다. 그때 의지하는 한 선생님이 자기도 부족한 것이 있지만 아나운서가 됐다. 될 사람은 될 거니까 너무 큰 걱정 말라는 말에 위안이 됐다.

 

 

그래서 유진씨는 “애초에 답이 있는 시험이 아니고 6000명 중에 1명 뽑는 시험”이기 때문에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에 집중”하기로 했다. 방송사마다 선호하는 아나운서상이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인재를 뽑을지에 대해서는 기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유진씨는 “그냥 내 색깔을 보여줄 뿐”이라며 “(면접관들이 봤을 때) 이런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확실한 포인트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틀에 맞추려고 했다. 1년까진 그렇게 한다. 그 이후 내 실력에 자신감이 붙으면 그때부턴 그냥 나를 보여주자. 이렇게 된다. 근데 실력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그때까진 하라는대로 하는 거다.

 

지희씨도 “결국 큰 방송사라고 하더라도 뽑히는 사람은 다 비슷한 것 같다. 각 방송사별 스타일이 달라도 뽑히는 사람들의 완성도는 다 있다”고 했는데 자기 색깔을 보여주는 것은 두 번째이고 첫 번째는 기본 역량이 완성돼 있어야 한다.

 

 

학과에서 체험하고 학원을 통해 준비한지 8개월차가 된 지희씨는 “계속 응시를 할 생각이다. 가리지 않고”라고 공언했다.

 

다들 처음에 학원에 왔을 때는 3사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3사 아나운서에 대한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약간 그런 거다. 고등학교 때 입시하다 보면 처음에는 스카이였는데 점점 내려온다. 사실 작은 방송사라고 하더라도 정말 1명 뽑으면 어렵다.

 

그런데 아나운서 학원을 반드시 다녀야 할까? 지희씨는 “안 다니면 안 된다기 보단 붙은 사람들 중에 안 다녔던 사람이 없었다. 어찌됐든 좀 등록해서 아나운서 직무에 대한 체험을 해보라고 다들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지희씨는 학원비가 너무 비싸다는 점을 토로했다.

 

(아나운서 준비 자체가)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학원비가 너무 비싸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원 수강 기간은 끝났는데 내가 안 다닌 다른 학원들도 수강생을 정말 돈으로 보고 있는 게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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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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