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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경채 “정의당은 반민주당 노선까지도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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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최근 들어 정의당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그러나 정의당은 20대 국회(2016~2020년)에서 전성기였다. 故 노회찬 의원이 타계하기 전부터 지지율 10%를 달성했고, 민주평화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정국을 주도한 적도 있다. 심상정 의원은 2019년 초부터 군소정당 시대를 탈피해서 유력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유력정당론’을 밀었다.

 

쉐보르스키라는 유명한 정치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군소정당과 유력정당은 큰 차이가 아니다. 유력정당이 진짜 정당이고 군소정당은 시민단체라고 말했다. 내가 20년간 진보정당을 하면서 가장 매달리고 있는 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은 2019년 조국 사태, 2020년 총선 위성정당 사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 등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나경채 전 정의당 공동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진보정당의 대표 주자로서 존립에 대한 문제가... 거론될 정도의 사태”라며 “한 마디로 망했다고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당명 개정을 안 하는 것 보다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명 개정 정도의 문제의식이 아니”라고 전제했다.

 

당을 말 그대로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된다. 재창당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의당을 완전히 해산하고 당을 완전히 다시 만들자고 하는 정도까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 정도의 사태다.

 

6월23일 19시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모 북카페에서 <정의당 지방선거 참패의 진단과 모색을 위한 집담회>가 열렸다. 정의당 성북구위원회가 주최한 행사인데 이날 나 전 대표는 발제자로 참석했다. 나 전 대표는 집담회가 끝나고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정의당 해산까지도 고려해야 할 심각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지금 당장 정의당을 해산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하자는 게 아니라 그 정도의 인식이 필요하다”는 차원이다.

 

 

안철수 의원과 김동연 경기지사가 제3지대 포지션에 있었지만 이내 거대 양당으로 흡수됐다. 그러나 여전히 두 당 어느 곳에도 마음을 두지 않는 국민들이 있다. 제3의 공간은 충분히 존재한다.

 

나 전 대표는 “1당과 2당이 매우 유사해졌고 소위 말하는 제3정당, 제3지대의 맹주 역할을 하는 안철수도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버렸다”면서 “그러면 남아 있는 진보정당들이나 정의당이 제3지대의 맹주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전혀 그렇지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양대 정당이 대변하지 못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표할 제3정당의 필요라고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있다. 정의당이 제3정당으로서의 입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중요한데 그걸 어떻게 실현해낼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그게 당명 개정으로 가능한 건지? 혹은 재창당하는 과정에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정의당을 완전히 없애고 제3지대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지? 등등 모든 것들에 대한 검토가 모두 필요하다.

 

현재 정의당은 이은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다. 9월 당직선거 때까지 ‘관리형 비대위’ 역할을 수행하게 됐는데 나 전 대표는 ‘혁신 비대위’가 들어서는 것이 적합했다고 주장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무제한적인 토론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 전 대표는 “(관리형 비대위 체제 하에서도 토론이 이뤄지겠지만) 끝나는 기간을 이미 설정을 해놓고 토론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해진 기간 안에 소정의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필요한 얘기를 충분히 끌어내고 과제를 정리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기간 안에 마무리를 해야 하는 토론”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당대표 선거 때 나올 후보들에게 (당의 위기 수습책 마련을) 넘기는 방식이어서 나는 그런 방식으로는 상당히 필요한 얘기를 하는 것이 곤란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편이다.

 

 

현재 정의당 내에서 대표적인 친민주당계 ‘새로운진보’ 등은 비례대표 의원단의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진보는 6월8일 7대 요구안을 내고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책임을 지고 비례대표들의 총사퇴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 명분은 아래와 같다.

 

50.9%였던 지선 투표율에서 보듯이 수많은 시민들이 전 집권여당 민주당에 대한 분노로 투표를 포기했다. 그러나 왜 이들은 정의당을 대안으로 선택하지 않았나. 민주당에 실망하기 전에 정의당에 먼저 실망했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시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비호감 지적질 페미 정당이라는 인식이 정의당의 현주소이다. 게다가 실패한 대선과 지선 사이에 당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정의당은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정권으로 상징되는 보수 특권 세력의 부활을 우려하는 시민들을 대변하며 우회전하는 민주당을 견인하는 정치력을 보여주기보다 양당 모두까기를 하며 장외 정당의 길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나 전 대표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지금 5명 비례대표 의원들의 정치활동과 의정활동에 대해 일정하게 비판을 하고 지적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면서도 “그게 당이 위기를 겪는 원인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당 위기의 한 양상이자 현상들에 불과하다. 지금 문제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물러나서 후순위 후보들이 올라온다고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 당 위기를 초래했던 소위 2중대론의 인식이 더 심각한 분들이 많다. 지금 있는 분들의 책임 문제도 있지만 후순위 비례대표 후보들이 승계했을 때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고 덧붙였다.

 

현 비례대표 5명 류호정·장혜영·강은미·배진교·이은주 의원이 사퇴하면 다음 순번이었던 박창진·배복주·양경규·이자스민·한창민 등이 승계를 받게 된다. 박창진·한창민 전 부대표는 대표적인 친민주당계 인사이자 새로운진보 소속이다.

 

나 전 대표는 “정의당이 민주당의 2중대 아니냐?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뼈아픈 이야기”라며 “민주당 유사품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런 현상이 표현의 문제라기 보단 정의당이 자신의 존재 의의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 했다는 지적이기 때문에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이걸(민주당 2중대였다는 사실) 부인하거나 그 표현까지 문제삼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정신 못 차린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민주당 2중대론을 극복하기 위해 나 전 대표는 “반민주당 노선까지도 검토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30일 한석호 정의당 비대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은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운동과 진보정치는 양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타당할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한 비대위원은 ①반국민의힘 친민주당 ②반국민의힘 비민주당 ③반국민의힘 반민주당 ④비국민의힘 비민주당 ⑤비국민의힘 반민주당 등 5가지의 노선을 상정한 뒤 “4번까지는 선택 지점으로 그러려니 할 것 같은데 5번은 아마 다들 황당해 할 것”이라고 환기했다.

 

그런데 조국 사태 이후 그래야 한다는 의견이 소수지만 있다. 점점 세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진보로 인식되면서 진보의 가치를 망치고 있는 민주당이 진보 가치 확산의 관점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논리다. 아무튼 현 시점에서의 내 고민은 4번에 있다. 물론 바뀔 수 있다.

 

나 전 대표는 3번 또는 4번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인데 무엇보다 “정의당의 독자적인 자기 정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젠다를 만들고, 비전을 수립하고, 세부 정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의당의 좌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다 강조하고 부각할 필요가 있다. 현행 6공화국 헌법체제가 만들어낸 이 정치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뭐랄까 문제제기 집단으로서 자신을 정체화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이들을 정치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캠페인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못 하는 거고. 이 둘이 못 한다고 해서 정의당이 가만히 있으면 되는가? 정의당은 각고의 노력 끝에 이런 대중 캠페인이라든지 정치화를 시도해야 된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끝으로 8월에 예정된 당직선거에서 출마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는데 나 전 대표는 “여러 가지 얘기들을 듣고 있고 제3지대 진보정당을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는 각오로 정의당을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필요하다면 날 포함해서 그런 사람을 찾아내고 선거운동을 하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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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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