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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년정의당 정채연 “전업 정치인 없고 3명이 7000명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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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지방선거에서 폭삭 주저앉은 정의당.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들이 넘쳐나고 있는 가운데 정채연 위원장(청년정의당 대표 직무대행 겸 정신건강위원장)의 글에 눈이 갔다. 정 위원장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대변하고자 했던 청년들의 선택을 받지 못 했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며 “청년정의당의 지난 1년을 돌아보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청년정의당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독립적인 예산과 인사권을 보장 받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 예산 수입이 청년 당원 당비의 50%”라며 “청년 당원이 줄어들면 예산도 줄어들고 그 안에서 인건비도 지출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의당은 일정 수준에 따라 보장되는 티오(인사 정원)가 있는데 청년정의당은 없다. 고용이 불안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2일 17시 경기도 수원 권선구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마주한 정 위원장은 “예산 자체가 적으니까 광역시도당에도 전업 정치인이 없다”면서 “중앙의 역할이 시작부터 너무나 중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전업정치인이 대표 한 명 뿐”이었다고 전제했다.

 

갑질 논란으로 지방선거 직후 불명예 사퇴한 강민진 전 대표에 대해 정 위원장은 “청년정의당이란 조직을 운영함에 있어서 역할이 미흡했고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사무총국에 근무하는 인원이 1~2명 많으면 3~4명 뿐인데 초창기에 출범할 때 청년정의당 당원들이 7000명 정도였다. 3~4명이 7000명을 운영하는 말도 안 되는 구조였다.

 

특히 정 위원장은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에게 청년정의당이 매력적인 조직으로 비춰지지 못 했다는 점에서 “제일 뼈아팠다”면서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청년들이 정당을 선택할 때 정치적 효능감을 바라고 하는 것일텐데 청년정의당이 청년들에게 그런 효능감을 실현시켜줄 실력있는 집단으로 비춰지지 못 했다. 페미니즘과 노동 등 진보적 의제들에 목소리를 내긴 하지만 항상 얘기를 하면 뭐 하는가.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들이 많다. 양당 구도가 강화되긴 했지만 그 전에도 우리가 뭔가 뾰족하게 부각됐거나 소기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었다면, 정의당이 하락세를 타는 와중에도 청년정의당은 훨씬 더 탄탄해졌다는 이런 것이라도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 위원장은 “(청년정의당을 위한 전업 당직자) 티오라도 보장을 해줬으면 좋겠다. 중앙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위원장은 정신과에서 근무하는 임상심리사인데 “(인터뷰 당일 개최된) 전국위(전국위원회)에 가지 못 한 것도 직업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자리가 자리인지라 참여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지 못 해서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굉장히 가슴 아팠던 것이 사실 당내 토론 문화가 이렇게 활성화된 당이 많지 않다. 다들 어느정도 실력도 있는 좋은 후보들이 현실 정치를 경험해보지 못 하는 것이 가장 아쉽고 슬펐다. 이렇게 역량있는 사람들이 결국 현실 정치를 뚫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 리더십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 위원장이 지방선거 끝나고 3일 뒤에 작성한 페북 글에서 “이제 사람들은 마련되어있는 시스템을 이용하기 보다는 공론화를 하는 것이 더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고 표현했다.

 

어떤 의미인지 그 배경을 물었는데 정 위원장은 2018년 미투 정국 이후 성폭력 피해자 개인이 공론화의 길로 가는 것을 우리 사회가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취지로 입을 뗐다. 단순히 미투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떠밀린 것”이고 “공론화 이후의 후폭풍을 피해자가 온전히 감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기 때문에 시스템 안에서 해결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한 마디로 미투를 하지 않고도 객관적인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하고 그 결과 가해자에 대한 제재가 집행돼야 하는데 그 시스템이 부실하기 때문에 미투로 떠밀려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띄었던 대목은 “당의 시스템과 정체성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부분인데 정 위원장은 “시스템 재구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의 정체성”이라며 “기존에 우리당이 계속 비교 잣대가 민주당에 두고 있었다. 민주당 2중대! 2중대가 아니다! 왜 항상 그 기준점이 민주당이었는지 정의당만의 독자적인 노선이 있고 차별성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고 역설했다.

 

결국 이런 당의 노선을 결정하는 것은 당내 의사결정 시스템인데 그래서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물론 당대회가 있고, 당대표가 있지만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거의 다 전국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 전국위에서의 의사결정이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결정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그런 것들을 토론해봐야 한다. 그래서 전국위를 해체할 수도 있는 거고 정말 비대위에서 한계가 없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논의를 해봐야 한다.

 

말 나온 김에 ‘민주당 2중대’라는 키워드에 좀 더 주목해보자. 정의당에는 소위 민주대연합을 중시하는 국민참여당계, 민주당에 매우 비판적인 좌파그룹 등이 비등비등하게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도저도 아닌 의사결정이 반복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비례대표 국회의원 총사퇴를 주장하는 세력과 이를 비판하는 세력간의 여론 지형도 마찬가지다. 정 위원장은 “정의당만의 독자 노선”을 거론했던 만큼 참여당계에 비판적일 것으로 예상됐는데 다른 이야기를 했다.

 

 

정 위원장은 “물론 이제 한쪽이 우위를 점하면 효율적이긴 할 것 같다”면서도 “당을 운영하는 관점에서 보면 두 진영이 비등해보일 수 있다고 보지만 사실 80%는 회색지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회 구성이 다양하다고 해서 의미있는 안을 도출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니듯이 정의당 내에) 다양한 진영들이 있다고 해서 어떤 의미있는 안을 도출하지 못 해낸다면 그게 정치적인 무능인 거고,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그걸 받아들이지 못 하는 태도 역시 무능이다. 사실 근본적으로는 그 둘이 그렇게 이질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민주당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들도 사실 민주당의 집권을 바라는 것은 아닐 거다. 이론적으로는. 그게 아니라면 이미 민주당으로 가셨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정의당을 택해서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동욱 기자: 문팬들이나 안티페미 세력들이 “정의당을 페미당”이라며 손가락질하는 맥락만이 아니라, 정의당과 진보진영의 가르치려드는 옳음의 정치, 경직된 피씨주의가 답답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 위원장: 나는 정의당에 대한 그런 평가가 경직된 피씨주의라고 전파하는 분들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 같다. 사실 피씨가 처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고 혹시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았는지 약간 포용적인 취지에서 시작이 됐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의 피씨가 이런 건 하면 안 돼! 그런 건 하면 안 돼!

 

윤 기자: 어떤 분들은 자기검열의 기제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정 위원장: 맞다. 그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게 내 언행이 맞나? 당연한가? 이런 물음은 하긴 해야 하는데 사실은 그런 성찰이 매우 어렵고 세심히 다뤄야 한다. 왜냐면 인간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지 진보를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익숙한 걸 좋아하지. 너 계속 문제 있어. 이러면 누가 좋아하겠나. 이건 인간의 당연한 경향성이다. 그걸 전제로 놓고 우리가 세심하게 다뤄야 하는 문제다. 한국에서는 특히 독재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것이 검열로 여겨질 수 있다. 근데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너무 손쉽게 너 그렇게 하면 안 돼. 쉽게 혐오주의자의 딱지를 붙이는 것들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반발심만 일으키고 있다.

 

윤 기자: 커뮤니티들에서 피씨주의를 무조건 혐오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 많이 우려된다. 피씨충이라고.

 

정 위원장: 그렇다. 정치인이라면 더욱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내가 이 정치적 올바름을 통해서 뭘 실현할 것인지. 이걸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다. 급진적인 노동운동가가 집에 가서 밥상 뒤엎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한테 당신의 노동은 올바르지만 성평등 의식은 문제다. 그런 문장이 성립될 수 있고 인간은 복합적인 존재다. 그러면 이런 정치적 올바름은 판단 기준이라기 보다는 이를 위해 무슨 실천을 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할 것 같다.

 

 

박효영 기자: 사실 2020년 총선 이후 정의당의 쇄신 과정에서 빠졌던 내용이 비례대표 순번 결정하는 문제였다. 즉 영입 인재와 베테랑 당직자간의 기회 부여를 어떻게 하느냐의 부분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토론이 부재했던 것 같다.

 

서정일 기획국장(정의당 당원): 영입 인재들이 한 번 국회의원을 하고 그 이후에 제대로 끝까지 활동하는 경우들이 없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김제남 전 의원이 있다. 영입 인재에게 한 두자리 정도 주는 것은 괜찮지만 당내에서 역량을 가진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본다. 내부 인재들이 지역활동을 열심히 한다. 그래서 지역활동을 열심히 한 인재들에게 중앙 차원에서 기회(비례대표 우선순위)를 줬으면 하는데 대표적인 게 윤소하 전 의원 사례다. 윤 전 의원은 오랫동안 지역 기반을 엄청 다져놓으셨고 그걸 토대로 중앙 정치에서 활약하셨다. 물론 낙선했지만 논란도 있지만. 강은미 의원도 비례대표로 됐지만 시의원으로 여러 번 됐음에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는 낙선해서 엄청 힘들어하셨다.

 

정 위원장: 사실 당원 투표로만 비례대표 순위가 결정되긴 하지만 외부 인재를 이기는 내부 인재는 거의 없고 매우 어렵긴 하다. 무엇보다 비례대표 의원들과 지역활동이 괴리가 있다고 느껴지면 위험하다. 이게 융화가 되지 않으면 안 되고 결론적으로 투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다. 소는 우리가 키우는데 맨날 간판은 의원들이 하는 것 아니냐는 그런 게 있을 수 있다. 지역 정치인을 키우고 정의당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지역구에 두 번 이상 험지 출마를 해서 낙선한 분들에게 비례대표 자리를 주는 것을 논의한 적도 있다. 그런 것도 필요한데 그 전제는 비례대표로 당선되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처럼 열심히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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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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