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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와 '52시간제 무력화'가 만나면? "노동자만 죽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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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포괄임금제'에 대한 각종 억울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가 연장근로시간 산정을 주에서 월 단위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지난 23일 고용노동부는 주 12시간으로 규정된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월 단위로 바꾸는 내용의 ‘노동시장 개혁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이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던 윤석열 정부의 해당 방안대로라면 한 주에 최대 92시간까지 노동할 수 있게 된다.

 

 

한 달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최대 연장근로시간 52.1시간(주당 12시간을 연평균인 월별 4.3주에 곱한 수치)을 한 주에 몰아서 시킬 수 있어서다. 안 그래도 과로 사회인데 극단적인 과로 사회가 펼쳐지게 됐다.

 

이에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에선 '포괄임금제 계약'을 지적하며 윤석열 정부의 주 52시간제 개편에 대해 "악덕 사장에게 도끼 주는 꼴"이라 지적했다. 

 

포괄임금제란, 근로계약 체결시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하여 예정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월 일정액의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거나 기본임금에 기본임금 이외에 지급되는 수당들을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산정방식이다.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노동자와 사용자 간 합의 하에 활용할 수 있게 했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모양새다. 사실상 사무직이나 생산직 노동자가 반드시 법적으로 보장 받아야 할 각종 추가근무수당을 안 주기 위해 포괄임금제를 악용하는 것이다.

 

포괄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경기 성남의 한 기업 노조위원장은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임금 계산 편의를 위해서 도입된 건데 근로기준법 규율을 약화시키고 있다. 근로시간이 무한정 늘어나는 등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로사임에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 한 이들 중에도 포괄임금제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복지공단에서 과로사를 인정해주지 않는 이유가 바로 회사에 기록된 평균 노동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2020년 9월 스스로 삶을 마감한 현대차 디자이너 故 이찬희씨 역시 포괄임금제를 적용 받았는데 공식 노동시간이 산재 기준보다 적어 산재로 인정을 받지 못 한 바 있다. 현행 포괄임금제는 여느 근로기준법과 동일하게도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할 수 있다. 취재를 하면서 회사 차원에서 출퇴근 시간 기록을 삭제한다는 곳들이 꽤 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포괄임금제는 특수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연장근로시간까지 월 단위로 바꾸게 되면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을 부추기는 꼴이 된다.

 

출퇴근시간의 기록도 일괄적으로 관리당하는 세상. 퇴근 후에도 업무지시를 받으며 실질적 근로의 연장선상에서 하루를 마감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윤석열 정부의 이런 노동 정책들이 이치에 맞는 걸까? 포괄임금제는 정말 이대로 놔둬도 괜찮은 걸까?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2021년 개최된 '부산차별철폐' 대행진에서 포괄임금제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파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1년에 2000시간에 가까운 살인적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임금을 낮은 수준으로 묶어놓기 위한 각종 제도 때문에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처참하게 낮다. 사용자들은 노동시간을 정확히 계산해 임금을 정하고, 연장·야간·휴일노동 등 각종 초과노동에 대한 수당을 정확히 계산하고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를 이유로 각종 수당을 누락시키고, 노동시간을 허위로 계산해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있지 않다. 노동을 착취하고 저임금을 고착시키려는 재계와 정부는 지금 당장 각성하고 저임금 유발 제도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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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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