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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은 왜 거칠게 운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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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심야 시간대에 운전을 해본 사람들은 택시기사의 신호 무시와 도가 지나친 과속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꽤 위협적이고 한끝 차이로 사고를 면했던 아찔한 상황도 드물지 않다. 대낮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택시기사들은 왜 난폭하게 운전을 하는 걸까?

 

 

광주광역시에서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50대 남성 A씨는 지난 12일 19시반 즈음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결론을 말하자면 수입이 적으니까”라며 “내가 볼 때는 어떻게 생각해보면 1시간에 한 2~3만원을 벌어야 하는데 못 버니까”라고 말했다.

 

(과속하면 많은 손님을 태울 수 있는데 빨리 손님을) 내리고 태우고 해야 하니까. 그게 한 번에 안 되니까. 정부에서 이제 월급제를 하면 그렇게 안 할 것이다. (택시기사들이 원래부터 다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 빨리 가야 한다는 그것 밖에 없다. 죄송스럽지만 손님을 태우고 가고 있는 와중에도 손님으로 안 보이고 얼른 내려주고 또 모셔야 하는 짐짝으로 보이는 것이다.

 

 

손님이 매출을 올려주는 “짐짝”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열악한걸까?

 

올해 2월 기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택시기사는 총 24만여명에 이른다. 이중 16만5000여명(68%)이 개인택시를 갖고 있고, 7만5000여명(31%)이 법인택시를 몰고 있다. 개인택시는 말 그대로 자신이 한 만큼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더 많은 손님을 태우기 위해 더 많은 곳을 빨리 누벼야 하는 치열한 경쟁의 환경에 처해 있다.

 

코로나 이전이던 2019년에 비해 총 택시기사 수는 8.4%나 줄었다. 최근 방역 규제가 해제되어 숨통이 트였다고는 하지만 2년 넘게 택시 불황기였다. 근본적으로 손님이 줄었으니 난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몰려진다.

 

 

역시 이유가 있었다. 택시기사의 난폭운전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법인택시도 마찬가지인데 익히 들어왔던 ‘사납금 제도’로 인해 한 손님이라도 더 태워야 돈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법인택시기사가 하루 운행해서 번 총 수입에서 적지 않은 액수(평균 15만원)를 규정한 사납금을 회사에 내고, 그 나머지를 가져가기 때문에 박봉일 수밖에 없다. 물론 몇몇 택시기사들의 권리쟁취 활동 덕분에 공식적으로는 사납금제가 사라지긴 했다. 지난 2020년 국회에서 ‘택시 완전 월급제’를 규정한 법률이 통과됐다. 그러나 사실상 사납금이 변형된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요즘 법인택시회사는 소위 “기준금”이라는 걸 만들어서 월 기준 매출 420만원을 정해놓고 그 아래로 매출을 올리면 해당 기사의 월급에서 부족분을 빼서 채우고 있다. 법인택시기사들은 “사납금과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다. 기준금 420만원을 채워서 뜯기지 않으려면 새벽 4시까지 무조건 택시를 몰아야 한다.

 

만약 기준금을 못 채우면? 회사는 부족분만 가져가는 게 아니라 해당 기사의 택시 배차시간을 대폭 줄여버린다. 이를테면 하루에 5시간 동안 택시를 내주고 1시간 반을 강제로 쉬게 한다. 결국 기준금을 못 채우는 법인택시기사들은 딱 “96만원”만 받고 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요즘 96만원 벌어서 뭘 할 수 있을까?

 

 

A씨는 “빨리 내려주고 빨리 태워야 수금이 오르고 매번 그때가 피크 시간인데 항상 그런 것 같다”며 “우리가 1시간에 2~3만원을 못 버니까 그렇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들의 난폭운전과 교통법규 위반은 정당화될 수 없다.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손님에게 안전이 1번이지만 기사 입장에서 보면 벌이가 못 되니까 거칠게 할 수밖에 없다. 그니까 항상 사고의 위험이 따르는데 실제로 내 앞에서 무단횡단 보행자를 (택시가) 그냥 치고 간 경우를 여럿 봤다. 택시 운행을 하다 보면 순식간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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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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