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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찍었던 30대 남성 “이번엔 윤석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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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10일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각.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평범한미디어 사무실에서 30대 남성 셋이 모였다. 맥주를 마시며 20대 대선 개표방송을 보기로 했다. 30대 초반 의대생 A씨는 정치부에서 취재 경험이 있는 본지 기자에게 각종 정치 질문을 쏟아냈다. 맥주를 사서 사무실로 걸어오는 동안 누굴 찍었냐고 묻길래 윤동욱 기자와 나는 “심상정을 찍었다”고 답했는데 A씨는 진심으로 의아하게 생각했다. A씨는 “윤석열을 찍었다. 내 주변 친구들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원래는 기사화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A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가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하게 된 배경이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의를 구하고 기획 토크를 진행해봤다. 특히 정치 고관여층, 평론가, 교수, 정치인 등의 정치공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의 솔직한 이야기라서 깊게 들어보고 싶었다.

 

윤 기자는 1992년생 올해 2년차 언론인으로서 원래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였지만 문재인 정부에 실망감이 컸다는 측면에서 A씨와 비슷했다.

 

개표 상황은 자정이 넘어가면서 윤 당선인이 앞서는 것으로 뒤집어졌다. 새벽 2시가 넘어가기 전까지는 양강 후보가 0.4~0.5% 표차를 유지하며 그야말로 박빙이었다.

 

0시20분 즈음 계속해서 개표 상황이 초박빙으로 가자 윤 기자는 “예상은 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엄청 근소하게 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A씨는 “사실 좀 불길했다. 이재명이 앞서갈줄 알았다. 사전투표 때 표를 2장 받은 경우도 있었고 기표가 이뤄진 표를 받은 사람들도 있어서 뭔가 부정투표가 일어나서 아무래도 이재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최종 결과는 0.73% 고작 24만7077표 차이로 윤 당선인(48.56% 1639만4815표)이 이겼다.

 

 

언제부터였을까. A씨가 ‘윤석열 지지’로 돌아서게 된 시점이 궁금했다.

 

A씨는 “조국 사태 때문에 그때 많이 힘들었다”면서 “원래 나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을 찍었고, (2017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을 찍었다. 문재인 안 찍고. 그럴만큼 나는 진보였다. 근데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뭔가 바뀔줄 알았는데 항상 권력을 유지하려는 그런 게 너무 크다보니까 다 똑같구나. 진보와 보수는 다 똑같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역시 2019년 하반기 조국 사태에서 내로남불 위선의 모습이 영향을 미쳤다. A씨는 조국 사태를 분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실정이 더 눈에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근데 무엇이 바뀌길 원했던 걸까. 의외였다.

 

윤 기자가 “적폐청산을 제대로 안 해서?”라고 말하자 A씨는 “그 당시(2019년 이전)에는 적폐청산이 맞았다. 근데 이제 이게 내편 살리고 상대편 죽이기 이게 너무 심하니까”라고 호응했다.

 

이어 “갈라치기 이런 게 너무 심하다고 봤다. 남녀, 세대, 부동산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등등. 나는 의대생이니까 의료계 내에서 의사와 간호사를 너무 갈라치기 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국정농단과 탄핵 이후로 케케묵은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요구는 분명 그 자체로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우리편의 적폐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 문 대통령은 말로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주문했다. 그러나 막상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자 문 대통령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여당을 통해 지독하게 탄압했다. 살아있는 권력과 맞선 윤 당선인은 대권을 거머쥐었는데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짚어냈듯이 “윤석열은 국민이 키운 게 아니라 민주당이 키웠다”는 게 정설이다.

 

 

윤 기자는 평범한미디어 활동을 통해 소수정당과 진보 정치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윤석열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런 윤 기자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비판적으로 돌아서게 된 것은 조국 사태도 있었지만 문재인 변호사는 원래 인권 변호사로서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활동해왔고 그런 부분을 지지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근데 그런 게 1도 없이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위한 여러 과제들을) 다 던져버렸다. 적폐청산을 그렇게 외쳐댔으면서 이재용 가석방, 박근혜 사면 그 점이 너무 컸다. 이럴거면 왜 적폐청산을 하겠다고 했는가?”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윤 기자는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이 부상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그건 그냥 반사이익일 뿐이다. 나는 지금도 그렇고 원래 국민의힘을 싫어했다”며 “근데 웃긴 게 저렇게 부동산이나 이런 걸로 문재인 정부를 무능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동안 민주당보다 집권 기간이 더 길텐데 자신들은 잘 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노출했던 여러 문제점들이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정권에서는 없었던 게 아니다. 그 이전의 역사로 범위를 넓혀보면 민주당 세력보다 더 긴 시간 권력을 독점했고, 내로남불 진영논리의 끝판왕이었던 박근혜 정부는 절대 다수 국민에 의해 퇴장당했다. 현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뒷방으로 물러나 있었다. 민주당이 그들을 다시 부활시켰다. 통상 10년 주기로 정권이 바뀌었는데 고작 5년만에 권력을 내주고 말았다.

 

 

A씨도 “반사이익이 컸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이 믿을만해서 뽑은 것은 아니다. 솔직히 (정당에서 오래 활동했던) 홍준표나 안철수나 유승민이 단일 후보가 됐다면 당연히 인물 자체를 보고 지지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사실 (표를 주긴 줬지만) 윤석열은 좀 못마땅한 부분이 있다. 최악을 피하자는 심정으로 투표했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어떻게 국정운영을 하게 될 것 같은지 물어봤다.

 

A씨는 “직접 판단하는 것들을 많이 줄이고 사람들을 더 많이 쓸 것 같다. 본인이 하려고 하지 않고 잘 아는 사람을 쓰지 않을까. (용인술도 중요하니까) 전문가들이 정책에 있어서는 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가 “빌릴 머리라도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A씨는 요즘 이대남 현상과 맞물리며 2030세대가 보수진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유능하고 똑똑한 인재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적합한 인재를 찾는 데 수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에는 진보에서도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고용했는데 요즘 2030이 오히려 보수쪽에 몰리고 있고 유튜브에서 정치 토론을 자주 보는데 보면 확실히 이재명쪽 패널이 밀리더라. 보수쪽이 훨씬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A씨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보복을 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A씨는 “(검사였으니까) 피의 정치를 하지 않을까 싶다.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확실히 진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방임주의가 클 것 같고 경제가 흘러가는대로 그냥 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기자는 윤 당선인에 대해 “처음엔 강직한 이미지가 강했다. 덩치도 있어서 더 그런 것 같고 원칙적이고 대쪽같은 이미지였다. 사람한테 충성하지 않는다고도 했고”라면서도 “출마선언을 할 때부터 너무 극우적인 발언을 쏟아내니까. 차라리 (너무 빨리 정치권으로 오지 않고) 원칙적인 모습을 유지했다면 어땠을까”라고 평가했다.

 

(윤 당선인이) 왜 또 국민의힘으로 갔을까 싶다. 압도적인 지지율로 신당을 만들 수도 있었다고 본다. 요즘에 보면 반노동적인 언행이 너무 잦다. 노동관이 너무 처참하다. 독선적인 이미지도 있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중대재해법이 누더기가 됐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시달리는 분들이 많은데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암흑의 시대가 될 것 같다. 언젠가부터 노동시간을 줄이는 차원에서 워라밸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제 그 워라밸이란 게 쏙 들어갈 것 같다.

 

 

A씨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다. 스윙보터다. 투표의 기준이 있을 것 같다.

 

A씨는 “나는 원래 중립이라 언제든지 표심을 바꿀 수 있다”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투표의 기준으로) 가장 큰 것은 그것이다. 위선적이지 않아야 한다. 보수는 원래 부패한 세력이라는 인식이 큰데 한 번 더 부패하더라도 크게 배신감이 안 들 것 같은데 민주당은 되게 선한척하고 그나마 정의로운척 하는데 거기서 배신감이 큰 것 같다. 얘네는 그렇게 해도 경제 살리면 봐줄만한데 민주당은 전혀 아니다.

 

한편, A씨는 심상정 후보에 표를 준 평범한미디어 기자들을 신기하게 여긴 이유로 사표방지심리를 들었다. 사실 지겹도록 반복됐던 것인데 여기에 대고 아무리 소신투표론을 말해봤자 공허할 수밖에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심상정을 지지한다고 해도 안 찍을 것 같은 게 무조건 죽은 표가 되니까. 찍는다고 해도 당선될 가능성이 없으니까. 차라리 그나마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재명을 찍는 게 더 낫다고 본다. 그냥 버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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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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