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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장 붕괴 이전부터 악명 높은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은 악당 사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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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20년 12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위한 진보진영의 총결집이 이뤄지던 시기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소위 “비용 살인”을 벌이는 “악당 사업주”로 묘사됐다.

 

한대정 수석부지회장(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지회)은 1월2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래와 같이 발언했다.

 

최정우 회장 임기(2018년~) 동안만 무려 2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전날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1호 처벌 대상자는 최 회장일 수밖에 없다.

 

 

삼표그룹의 정도원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정 회장 스스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삼표그룹은 삼표시멘트를 주축으로 건설 기초소재 사업을 꾸려가는 기업집단으로 레미콘업계 2위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계열사는 8개에 이른다. 삼표시멘트는 삼표그룹의 유일한 코스닥 상장사로 연매출 약 6000억원, 영업이익 700억원, 시가총액 4686억원의 중견기업이다. 직원수도 700여명이다. 원래는 동양시멘트였고 연일 경영 악화에 허덕이다 2015년 삼표그룹에 인수된 뒤로는 돈을 많이 벌고 있다.

 

정당하게 돈을 벌었다면 욕먹을 일이 없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금자탑을 쌓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표시멘트가 운용하는 강원도 삼척공장에서는 2019년부터 사망 사고가 3건이나 일어났다. 2019년 8월 노동자가 후진하는 차량에 깔려 죽었고, 2020년 5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죽었고, 7월에는 7미터 높이에서 추락사했다. 이러한 산재 사망이 매번 그렇듯이 역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위험은 외주화되는데 하청업체의 주인은 정 회장 자녀들이라고 한다. 뒤늦게 움직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삼척공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했고 삼척경찰서는 대대적으로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중부청은 무려 352건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삼표시멘트 사업장 곳곳에는 안전난간과 회전덮개 등이 없었다. 안전교육과 건강진단 등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당시 삼표시멘트와 하청업체가 부과받은 과태료 규모만 4억3000만원에 이른다. 사실 삼척공장에서는 사망 사고 외에도 2019년 8월부터 작년 5월까지 여러 산재 사고가 14건이나 발생했다.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것은 정 회장의 작품이었다.

 

정 회장은 건설업의 기초소재라고 할 수 있는 모래, 자갈, 시멘트 등 레미콘 원자재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해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2015년 산업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약 8000억원을 투입해서 동양시멘트를 품에 안았다. 당시 동양시멘트는 시장점유율 12%에 이르는 업계 4위 업체였다. 정 회장은 무리수를 둬야 하는 이유가 분명했지만 당시 증권가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 케이스와 같이 무리한 인수합병에 따른 “승자의 저주”를 점치기도 했다. 정 회장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며 떠안게 된 삼표그룹의 총 부채는 1조5800억원(원래 부채+차입금+동양시멘트 부채)이 됐다. 삼표시멘트 입장에서 회장님이 그렇게 힘을 써줬으니 수익 극대화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기본권? 그런 것은 삼표시멘트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었다. 2019년 1월 삼표시멘트의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문종구 사장은 그런 롤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문 사장은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를 전부 회장님 자녀들의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포스코의 최 회장처럼 사실상 산재의 악순환을 초래한 장본인이 되어 갔다.

 

 

2020년 12월16일에는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교곡리에 있는 석회석 광산의 지하 갱도가 무너졌다.

 

당시 갱도에 들어가 있던 굴삭기 기사 40대 남성 홍모씨는 그대로 깔려 목숨을 잃었다. 광산을 드나들기 위해 만들어놓은 길이 갱도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너무나 위험한 곳이다. 그러나 홍씨는 안전요원 1명 없이 어두캄캄한 곳에서 혼자 일했다. 홍씨의 딸 대학생 A씨는 사고 이후 20일만인 1월5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을 올리고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해당 글은 마감됐지만 2만7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A씨는 “굴삭기랑 좀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을 미루어 보아 광산이 붕괴되기 시작하자 이상함을 감지하고 굴삭기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그만 무너진 토사에 목숨을 잃었다”며 “그렇게 생매장되어 고통스럽게 죽어간 아빠 생각을 하면 숨조차 쉬고 있는게 죄스러울 뿐”이라고 호소했다.

 

그 광산은 삼표시멘트의 자회사 삼표자원개발이 운용하고 있는 곳이다.

 

홍씨는 굴삭기로 광산 잔여물을 정리하는 작업을 맡았었다고 한다. 특히 사고 당일 뭔가 불길했는지 “일하러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홍씨는 평소에도 “불안하다. 무너지면 죽는데 난 오늘도 목숨 걸고 가서 일한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하지만 그날 3조 교대 근무를 서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A씨는 “그 차갑고 숨막히는 4~5미터 높이의 토사에 깔려서 고통받았을 우리 아빠를 생각하니 지금도 하염없이 눈물만 난다”고 토로했다.

 

 

통상 화물차 기사들이 그렇듯이 홍씨도 개인사업자 신분이었다. 그래서 불안정한 수익 때문에 아내와 함께 삼척에서 작은 치킨집을 운영했다고 한다.

 

A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사셨지만 나아지지 않은 형편에 부모님께서는 삼척에서 작은 치킨집도 운영하셨다. 매일 밤 늦게까지 닭 튀기고 기름 쩐내에서 일하셔서 그런지 몸이 약한 엄마는 위암 판정도 받으셨다”며 “엄마가 치킨집을 할 때도 아빠는 퇴근 후 저녁 가게에 와서 일을 하셨고 일이 없을 때는 낮부터 가게에서 배달도 하고 엄마 장사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A씨가 주장하는 억울함의 요체는 △안전요원 미배치 △산업재해보험 및 장비종합보험 밖에 있었음에도 현장 투입 △원하청업체의 무책임 등 크게 3가지다.

 

먼저 A씨는 “광산 채굴 현장에서 안전요원 1명 없이 어두컴컴한 굴 속에서 시끄러운 굴삭기의 소음 속에서 홀로 작업을 해왔다”며 “요즘 모든 작업 현장에서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고 이런 개인사업자의 처우 개선에 관해 매우 민감한 시점인데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그 위험하고 고립된 환경 속에서 안전요원이나 신호수 1명 배치없이 혼자 일을 하다가 그런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작업시 안전요원 1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주변에서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미리 대응 할 수 있었다면 아까운 생명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당시 삼표자원개발은 언론 취재에 대해 동부광산안전사무소(산업통상자원부)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노코멘트 기조를 유지한다는 명분에만 기댔다. 심지어 “잘잘못을 따져봐야 한다”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홍씨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었는데 A씨는 이 대목이 뼈아프지만 하청업체가 장비종합보험 가입 등 최소한의 안전 대책도 없이 위험천만한 작업 현장에 투입시켰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빠는) 사업장에 종속된 근로자이자 그 사업주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라며 “지입 차주로 개인사업자를 만들어 사업자간 계약을 맺고 산재보험을 가입하게 했어야 하나 이러한 부분을 간과했다. 아빠는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는 생각과 형편상의 어려움으로 한푼이라도 아끼고자 산재보험을 가입하지 못 하셨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A씨는 “하청업체는 이와 함께 장비종합보험도 가입되지 않은 상태로 작업 현장에 투입시켰다. 자동차보험 미가입 차량인 것을 알았음에도 그 위험하고 험한 굴속으로 아빠를 투입시켰다”며 “석회석 광산은 항상 붕괴 사고에 취약한 상태인 것을 누구보다도 채굴업자는 잘 알고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표시멘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있었다.

 

A씨는 “이번 일의 원청은 삼표시멘트”라며 “현재 이 일에 관해서는 나몰라라하고 있다. 채굴을 담당한 하청업체 역시 얼토당토 않은 금액을 합의금으로 제시하고 일을 빨리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광고에 민감한 언론들마저 정 회장과 문 사장에 대한 쓴소리를 내놨다.

 

<일코노미뉴스> 정윤선 기자는 1년 전 출고된 기자수첩을 통해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산업사고가 발생하지만 이에 대해 삼표그룹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끊이질 않는 곡소리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업편만 드는 경제매체들중 하나인 <머니S>마저도 삼표를 비판하고 있다. 1월29일 경기도 양주 채석장이 붕괴되어 3명이 숨진 참사와 관련하여 삼표의 산재 오명을 지적하고 나선 것인데 <머니S>는 “깔리고 끼이고 치이고…안전관리 구멍 삼표그룹 잇단 사망사고”라고 타이틀을 붙였다.

 

삼표산업은 공시에 올려놓은 ‘안전관리비’로 연 525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자원을 개발하는 위험한 작업을 상시로 수행하고 있음에도 고작 그 정도의 돈을 안전에 투입하고 있다. 삼표산업은 “공시엔 없지만 실제 안전관리비용으로 지난 2년간 87억원을 집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전혀 믿음이 안 간다.

 

민주노총은 3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전문 권영국 변호사는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수사 대상인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또 다시 바지사장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핫바지 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책임에 정조준해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민주노총 강원본부와 삼표지부도 성명서를 내고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출됐던 재발방지책은 현장에서도 무용지물이었고 끔찍한 중대재해 사고가 수차례 반복됐지만 그룹 경영책임자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면서 “수년간 너무나 많은 목숨을 잃으며 확인된 명백한 증거 앞에 또 다시 범인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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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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