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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의 불편한 하루⑧] 술부심? 연예인의 주량 자랑 TV에 나와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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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주량 자랑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기 보다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문제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고된 하루가 끝난 어느 날, 본지 기자는 문득 소주 한 병이 생각났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편이지만, 그날따라 혼술이 땡겨 나도 모르게 마트에서 소주 한 병을 계산하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와 티빙 동영상을 키고 술을 마셨다.

 

소주 한 병 참 좋다. 보통의 주량을 가진 사람이라면 적당히 알딸딸한 상태로 잠을 청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그날따라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일까? 겨우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잠이 들었을 뿐인데 일어나서 숙취에 시달렸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나혼자 산다’에서 개그우먼 박나래가 말한 것처럼 뇌를 꺼내 물에다 씻고 싶은 심정이었다. 숙취해소 음료와 알약을 먹고 좀비마냥 소파에 기대 겨우 숙취를 진정시켰다.

 

 

문득 서글퍼졌다. 예전에는 날을 세고 마셔도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다. 나이가 먹어서 일까? 아니면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서일까? 소주 한 병이면 노곤하게 잠들고 상쾌하게 일어났었는데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술을 끊어야 할까? 아니 ‘이건 요즘 과로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에 이유가 있다’ 라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애써 찾으며 금주 자체는 유보하기로 자체 결론을 내렸다.

 

그러다 문득 TV 프로그램 등지에서 연예인들이 술과 관련된 토크를 했던 것이 생각났다. TV에서 연예인들은 저마다 자신의 주량 자랑을 하며 본인의 쾌남 또는 쾌녀 이미지, 잘 노는 이미지를 어필했다. 대표적인 주당 연예인들의 주량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아니 저렇게 많은 양을 한 번에 마시는 것이 가능한가? 잘 알려진 대표적인 주당으로는 성시경, 지상렬, 전진 등이 있다.

 

 

좀 오래된 방송이지만 2016년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가수 성시경은 무려 소주 10병을 마시고

방송인 지상렬은 한창 때 24병까지 마셨다고 했다. 물론 방송상 과장이 섞였을 수 있다. 요즘은 지상렬도 나이가 있어 그렇게까지는 안 마신다고 작년 라디오스타에서 밝히긴 했다.

 

요즘 예능에서도 이따금 식 술에 관련된 토크를 하면 주량 자랑하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나온다. 이런 프로를 보면서 ‘연예인들이 저렇게 주량 자랑을 해도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오해할까봐 미리 적어두자면 주량 자랑을 하는 연예인들이 잘못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프로그램에서 술과 관련된 토크를 하고 주량 이야기를 하는 것이 크게 잘못된 것은 결코 아니다. 주량 자랑을 한다고 해서 방통위 제재 등의 조치를 가하는 것도 부당한 일이다.

 

다만 이러한 방송들에 대해 의문이나 문제점 제기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술은 한두 잔 먹으면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말도 있지만 과하게 먹을 시 분명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앞에서 말한 사례들을 보면 분명 과해도 너무 과하다.

 

게다가 철없는 일부 어른들은 이런 방송을 보고 괜히 방송에 나온 사람들 이겨보겠다고 자신의 주량을 아득히 넘는 음주를 하는 객기를 부릴 수 있다. 나름의 주의점이 요구된다.

 

 

본지 기자도 철없는 20대 초 시절에는 은연중에 ‘술을 잘 마시고 주량이 쎄야 미덕’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많이 나이를 먹은 것은 아니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이제 주량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술 많이 마셔봤자 몸에서 간이 파업을 하여 신체가 망가질 뿐이다. 별로 좋을 게 없다. 주량 자랑한다고 신체 컨트롤을 하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진상을 부리는 행위는 이제 객기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술에 관대하다 보니 대놓고는 아니지만 은연중에 ‘술 잘 마시는 사람=잘 노는 사람=인싸’ 이런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분명 술을 잘 못 해도 잘 놀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너무 억지로 마실 필요는 없다.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생활 하려면 술을 어느정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인식이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알아야 할게 체질적으로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있고 건강 악화로 술을 줄이거나 금주를 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본지 기자가 알던 사람도 ‘알콜 알러지’가 있어 술 한 잔만 먹어도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였다.

 

그러니 ‘사회생활 하려면 술을 어느정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말은 어쩔 수 없이 금주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상당히 폭력적인 언사로 비춰질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구태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 연말이라 술자리가 상당히 잦아진다. 모두들 자신의 주량껏 술을 마시며 즐거운 연말을 보내자 덧붙여 절대 음주운전을 하지 말자 그리고 명심하자 술 많이 마시는 것은 결코 큰 자랑이 아니다.

 

한마디 더 붙이자면, 방송에서 주량 자랑한다고 그거 따라하지 말자 그러다가 진짜 골로 간다. 연예인들의 주량 자랑은 그냥 재미로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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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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