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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예방 '로고젝터' 효과 있냐고? "지금은 뭐든 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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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유나 기자] 지난 17일 경기 파주시가 자살 예방을 위해 로고젝터를 설치했다. 로고젝터는 전봇대나 가로등에 설치하여 바닥에 특정 로고나 문구를 투영해 주는 장치를 말한다. 파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관내 자살 빈번 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설치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아파트 단지 등 2개 지역에 이미 설치를 완료했다고 한다.

 

 

문구와 이미지가 다 다른데 이를테면 파주시 보건소는 "파주시민의 건강을 지킵시다", 파주시 자살예방센터는 "지치고 힘들 때 연락주세요", 파주시 마음건강사무소는 "우리 동네 마음건강상담소" 등등 다양하다.

 

이미지는 10초씩 4장이 돌아가면서 자동으로 송출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우연히 길거리를 지나가다 위기의 순간에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눈에 띄는 정보로 손길을 내밀고 있다.

 

"투신자살 명소"로 악명 높은 한강 대교들에는 '생명의 다리' 컨셉으로 적혀 있는 여러 위로의 글귀들이 있다. 이런 글귀들은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자살예방 문구가 널리 알려지면서 이곳이 오히려 자살 명소로 부각되는 부작용이 있었다"면서 차라리 '자살방지난간'을 설치해서 물리적 예방을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견물생심이라고 자살까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은 여러 마음들이 혼재돼 있어서 매우 심란하다. 그래서 아무 것도 아닌 문구나 밝은 불빛 하나로 삶의 의지를 갖고 도움을 청하게 될 수도 있다. 파주시는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자살 사망자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자살 예방 로고젝터의 효과가 어느정도 입증됐다고 보고 2020년부터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무엇보다 단순 문구 기입을 넘어 관내에 있는 '24시 상담센터' 전화번호를 포함시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파주만 하는 게 아니다. 전국 지자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하고 있는 분위기다.

 

예컨대 충남, 전남 구례군, 충북 진천군, 경북 구미시, 경북 영덕군, 경북 청송군, 전남 곡성군, 충남 예산군, 대구 달성군, 경북 김천시, 서울 강북구, 인천 강화군, 충남 보령시, 인천 부평구, 전남 여수시, 전남 나주시, 충남 천안시, 전남 순천시 등이 자살 예방 로고젝터를 운용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입장에서 로고젝터 사업은 여러 자살 예방 사업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센터는 자살 예방 교육, 각종 프로그램 사업, 자살 유족들에 대한 지원, 다채로운 캠페인 등을 실시하고 있다. 나아가 센터는 인식개선 사업과 더불어 약국이나 의료기관에 자살 고위험군 조기 발견용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번개탄이나 농약 등 자살수단 통제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즉 농약 보관함을 설치하고 번개탄을 판매하는 마트와 협약을 맺는 등 자살로 악용될 수 있는 여러 수단들이 본래 목적에 맞게 엄격히 통제되도록 애쓰고 있다.

 

특히 센터는 술 마시고 우발적인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들을 방지하기 위해 알콜자살예방사업 차원에서 알콜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인 등 특정 집단 자살률이 높게 나오면 그에 맞는 계층 맞춤형 자살예방사업도 계발하고 있다.

 

로고젝터 설치 사업에 대하여, 파주의 모 아파트 관리소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마음이 힘들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희망의 메시지가 입주민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평범한미디어는 큰 효과가 없어 보이더라도 파주시의 로고젝터 사업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태도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금은 이건 안 되고 저건 안 되고 이렇게 쳐낼 때가 아니라 뭐든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019년 한 해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가 38명이고 365일로 환산하면 1만4000명에 이른다. 매년 1만명 넘게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자살률은 OECD 국가들 중 압도적인 1위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2017년 한 해 빼고는 맨날 1위였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정책본부장은 "매년 울릉도의 인구(9077명) 자체가 하나씩 없어지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진보진영에서 가장 많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산업재해 사망자는 1년에 2000명 가량이고,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연 평균 4000명 정도다. 자살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0대 사망 원인을 보면 1위 암, 2위 심장질환, 3위 폐렴, 4위 뇌혈관 질환, 5위 자살, 6위 당뇨병, 7위 알츠하이머, 8위 간 질환, 9위 만성 하기도 질환, 10위 고혈압 등인데 자살만 유일하게 질병이 아님에도 랭크됐다. 

 

그러므로 로고젝터를 통해서 단 1명의 파주시민이라도 자살하려는 마음을 접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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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나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박유나 기자입니다. 변화하는 사회 그대로를 정확한 기사로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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