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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의 ‘책임연정 사태’ 정말 오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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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진보와 중도가 연대를 해서라도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난데없이 심상정 후보(정의당)가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와의 ‘역단일화’를 거론하는가 하면 민주당과 ‘책임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발언 전문을 살펴봤으면 좋겠다.

 

“심상정이 대통령이 되면 지금 국회를 주도하고 있는 180석의 민주당 그리고 그 정책과 비전에 동의하는 제정치 세력, 시민 세력과 함께 불평등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연정을 구성하겠다.”

 

 

이 발언 이후 정의당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 또는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진보진영에서 후폭풍이 엄청났다. ‘오해’할 수 있어서 ‘선해’해보자면 심 후보는 소수당 후보로서 집권 전략을 얘기하다가 독일 녹색당 사례 등 유럽 정치의 책임연정 경로를 꺼냈다. 양자택일의 지겨운 선택 강요는 소위 사표방지심리 즉 당선 가능성과 맞물려 있는데 심 후보는 유럽 케이스로 그걸 상쇄해보려고 한 것 같다. 나도 될 수 있는 길이 있으니 표를 달라! 이건데 그러다가 책임연정 파트너로 민주당을 거론해버렸다.

 

심 후보는 민주당에 반감이 극심한 진중권 전 교수와 27일 방송된 CBS <한판승부>에서 조우했다. 진 전 교수는 꽤 오래 정의당 당원이었다가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탈당했다.

 

진 전 교수는 “정권교체 여론이 지금 50~60%에 가까운데 이런 상황 속에서 그 다음에 180석 의석이라는 게 그동안 어떻게 사용돼왔는지 봤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 그 사람들하고 연정한다라는 것이 우리 같은 진보정당 지지자들에게 참을 수 없는 굴욕감 같은 걸 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자꾸 민주당하고 단일화를 물으니까 민주당도 다수당으로서 연정의 하위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런 말씀을 사실 드리고 싶었던 거고 거기 앞에 보면 우리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동의하는 정당의 예로 들었다”며 “이제 심상정 정부, 집권 이후의 정부 구상까지 지금 따라잡지를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진 선생님처럼 그렇게 오해하시는 분이 많다는 것은 내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내에서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당원들도) 지금은 그렇게 오해하는 분은 없고. 어쨌든 어느 당이든 어느 정파든 또 시민사회까지 포함해서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런 큰 원칙적인 차원에서”라며 “연정의 기준이 그것인데 이제 거기서 민주당만 이렇게 돌출돼서 전달된 거다. 어느 언론에서인가 민주당과의 연정 이렇게 헤드를 뽑았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 많은 오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질문을 던진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최경영 기자는 민주당과의 단일화나 연정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최 기자는 심 후보가 유럽식 책임연정 모델을 통해서 본인의 당선 가능성을 어필했기 때문에 “책임연정을 누구랑 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뿐이다.

 

책임연정의 대상으로 거의 180석이나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을 제외하기 어려웠다면 국민의힘도 동시에 언급(2018년 10월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비교섭단체 연설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민생 5대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자고 먼저 협치 제안)할 수 있어야 했다.

 

유하라 레디앙 기자는 15일 방송된 <편파TV> 라이브에서 “오늘 인터뷰 같은 경우 민주당과 진보진영을 하나로 묶어내겠다는 뜻인데 사실상. 이것은 국민 다수 여론과는 동떨어진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한다”며 “여론조사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많은 여론조사를 봤을 때 정권심판이 대선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야당 심판이 아니라 정권교체 이런 여론이 훨씬 많은데 민주당과 진보진영을 하나로 묶어내겠다는 것은 결국 야당 심판하겠다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같이 출연한 박자민 편파TV 기획위원은 “민주당과 잘못 손을 잡았다가 같이 심판당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고 김창인 전 대변인(정의당)도 “정의당 입장에서도 단순하게 득표 전략이라고 생각했을 때 민주당 지지층에게 호소하는 방식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윤석열 지지층을 흡수하는 메시지를 많이 내야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변인은 “아무리 민주당 이낙연 지지자들 중 정의당에 우호적인 마인드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 마인드는 내가 생각했을 때는 정의당 우쭈주 이 정도이지 표심으로 안 드러날 것”이라며 “오히려 윤석열 지지층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대가 강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은 윤석열이 아니라 심상정으로 가능하다는 느낌을 계속 주는 게 오히려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여전히 심 후보가 국민의힘을 고립시키는 민주대연합의 정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습관적으로 거대 양당을 싸잡아 기득권이라고 비판해왔지만 그래도 국민의힘 보다는 민주당과 손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뉘앙스가 읽힌다. 하지만 진 전 교수, 권경애 변호사, 김수민 시사평론가 등 문재인 정부에 반감이 큰 진보진영 인사들은 민주당이 국민의힘 보다 더 나은 점이 전혀 없고 오히려 훨씬 위선적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김 전 대변인은 “정의당이 이번에는 정권교체를 전면에 걸고 민주당 심판하겠다는 이런 태도로 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는데 되려 민주당과의 연정론이 나왔으니 충분히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김 전 대변인은 “오히려 이런 발언은 가능하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반민주당 반문재인 연정을 꾸리겠다. 민주당을 제외하고. 오히려 이런 발언들이 파격적이고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고 유 기자는 “너무 쉬운 길을 가려고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호응했다.

 

나아가 김 전 대변인은 “흔히 얘기하는 게 정의당은 민주당 지지율이 오를 때 같이 오르고 떨어질 때 같이 떨어지고 이걸 빨리 벗어나야 하는데 여기에 의존하는 방식의 메시지였다”고 직격했다.

 

그러자 유 기자는 “그건 독자적인 자기 세력 구축이 아니다. 묻어가려고 하는 거고 얹혀가려고 하는 건데 (떡고물 먹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2중대 소리가 나오는 거고. 진정한 2중대를 돌파하려는 것은 선명한 메시지나 정책을 통해서도 그렇지만 지지층을 어떻게 확고하게 만드느냐 그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더구나 겉으로만 보면 심 후보는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 이 후보를 연일 비판하며 압박하고 있는데 왜 굳이 이 시점에서 연정과 역단일화를 이야기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유 기자는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심 후보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금 이재명 지사가 화천대유와 연루됐다고 강하게 얘기하고 있는 중인데 그러면서도 뭔가 단일화와 연대를 얘기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면서 아래와 같이 주문했다.

 

“나는 창인씨 말에 100% 동의한다. 정의당 지지층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친민주당 성향도 있겠지만 반민주 비국힘의 성향도 굉장히 많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많은 탈당 사태가 반복해서 벌어졌고 그들이 대부분 친민주당 성향이 많았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독자 세력을 단단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창인씨 말대로 윤석열 지지층이라기 보다는 반민주당 비국힘 누구도 지지하지 못 하는 그분들을 끌어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 기자는 정의당이 중도층 또는 무당층을 잡아야 외연확장이 이뤄진다고 봤다.

 

유 기자는 “지난번 선거에서도 보면 그런 지지자들을 국민의당에 많이 빼앗겼다. 이제는 국민의당이 많이 힘을 잃은 상태고 물론 선거 때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의당이 흡수했던 중도층 무당층 회색지대 있는 분들을 정의당한테 데리고 와야 하는 게 그렇게 원하는 외연확장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평범한미디어는 앞선 보도에서 김수민 평론가의 구상을 정리한 바 있다. 김 평론가는 진보와 중도(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금태섭 전 의원)가 결합해서 제3지대를 구축하고 그 힘으로 양강 구도를 돌파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그런 김 평론가 입장에서 심 후보의 행보가 답답했을 것이다.

 

김 평론가는 16일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정치체제에 대한 말 중 가장 웃기는 것이 선거제도나 권력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다당제가 안 된다라는 말이다. 제도 변경 전에 다당체제가 불쑥 튀어나오는 건 세계사적으로 사례가 많다”며 영국과 노르웨이 사례를 제시했다.

 

이어 “선거제도 개혁은 시민운동이 아니라 각당의 이해관계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제도 변경이 정당체제 변화를 낳는 게 아니라 그 거꾸로다. 선거제도 개혁이나 개헌은 어느정도 오르막길을 간 다음 채우는 사이드 브레이크 같은 것이다. 소수정당이 제도 변경부터 요구하는 것은 칭얼거림”이라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정의당이) 양당제가 유지되더라도 2등 안에 들 전략을 갖고 달려들어야 한다. 그래야 선거제도 권력구조가 바뀌고 다당제가 안착되든지 아니면 양당제 중 한 축이 되든지 한다”며 “민주당(기성 거대양당 중 하나) 제1여당 시켜줄테니 표 좀 나눠줘서 짱 자리는 나한테 주세요. 이게 심상정안 아닌가. 마크롱도 독일 녹색당도 이런 거래는 안 했다. 이런 당은 다당제로 못 가고 제도개혁을 이끌어내지 못 한다”고 꼬집었다.

 

김 평론가는 심 후보가 덴마크 드라마 <여총리 비르기트> 모델을 벤치마킹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며 정의당이 제3지대 중도 포지션에서 거대 양당과 줄다리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르웨이 양대 세력으로서 노동당과 보수우파연합이 있다고 했을 때 중간에서 온건당 대표 비르기트가 양쪽을 오가며 협상해서 총리직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김 평론가는 24일과 28일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서 비양당 중간지대에 있는 주자들에게 양당으로의 흡수 압박을 버텨내라고 고언했다.

 

만약 윤석열 후보(국민의힘)의 아내 논란과 이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 등으로 양강 후보가 낙마한다고 가정해봤을 때 김 평론가는 “남의 당 주자가 호출될 수 있다”고 했다.

 

근데 “거대 양당은 실제로 당 밖에 손을 내밀 배포도 없다”면서 “문제는 안철수, 심상정, 김동연이 먼저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평론가는 역대 대통령 중 4명이 “제3당 노선을 시도한 바 있으나 결국 양당제에 올라타 대통령이 되었다”면서 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로를 환기했다.

 

결국 “민주당은 민주당이고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인데 김 평론가는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임계점에 직면한 거대 정당을 쓰러트리지 않고 거래나 꾀한다면 그거야말로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며 “(안 대표, 김 전 총리, 심 후보 모두 마크롱 모델을 꿈꾸고 있겠지만) 마크롱의 순간이 한국에 오지 않은 것은 여기가 한국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순간까지 절치부심한 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또 김 평론가는 故 노무현 대통령 등 소수파 대통령은 “집권 초반 연정이 아니라 탄핵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평론가는 심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법안거부권과 국민투표 부의권을 품고 항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까지 말할 정도로 국회 절대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과의 연대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피력했다.

 

어차피 “대통령제 질서에서 시민들은 대통령 소속 정당을 제3당으로 놔두지 않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은 2024년 22대 총선까지 2년간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 아니라 소수파 여당 대 거대 양당의 구도”를 유지해야 좋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국민들이 소수파 여당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김 평론가는 안 대표, 김 전 부총리, 심 후보 모두에게 양당 어느 쪽과도 손을 잡지 말라고 충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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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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