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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용광로 지키다 목숨 잃은 노동자 '소송 끝에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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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평균 35도에 달하는 용광로 근처에서 야간 근무를 6년간 반복하다 쓰러져 숨진 사례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유족들의 간절한 소송 끝에 얻어낸 결과다. 

 

A씨는 쇠를 녹여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노동자였다. 용광로 옆에서 1주 간격으로 주간조와 야간조로 번갈아가며 교대 근무를 했다. A씨는 주입기로 용해된 원료에 첨가제를 배합하고, 시료용 쇳물을 길이 1.5미터의 긴 국자를 이용해 채취 및 검사하는 역할을 맡았다.

 

24시간 용광로를 가동했기 때문에 용광로 근처 온도가 약 35도에 이르며 평균 소음은 만성 소음 수준인 82데시벨이었다. 공장 안에 선풍기와 이동식 냉방기가 있었지만 A씨는 화상을 막기 위해 두꺼운 작업복을 입고 방화 도구 등을 착용한 상태에서 일했다는 게 유족의 설명이다. 그렇게 일을 지속해오던 2019년 8월 A씨는 심야 시간 공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나타났다.

 

 

유족은 A씨가 과로한 교대 업무 등으로 심장질환이 발병해 숨진 것이라고 보고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를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공단은 업무와 사망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은 지난해 8월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결정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기나긴 소송 끝에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최근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의 선고공판을 열고 원고 승소로 결론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망인의 업무상 과로와 유해 요인 등이 신체적 상태와 겹쳐 허혈성 심장질환을 발병하게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망인은 심혈관계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강도의 야간 근무와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야간 교대제 근무를 오랫동안 해왔다”고 판시했다.

 

이어 “망인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경까지 야간 근무를 포함하여 평균 주당 59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과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관리되던 기존 질병이 누적된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연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다가 또 다시 야간 근무라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주어지자 급성 심장질환으로 발현되어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면서 “망인에게 고혈압·당뇨병 등 기존 질병이 있었더라도 망인이 질병을 관리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별다른 건강상 문제없이 근무해왔다. 기존 질병의 자연적인 경과만으로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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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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