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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의 절치부심 “정의당이 많이 어렵지만 분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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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정의당이 조금 어렵다”는 심상정 의원의 말이 와닿았다. 지금 정의당은 너무 어렵다.

 

심 의원은 8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가 분발하려고 하는데 그 계기는 민주당과 함께 어렵게 만든 선거제도를 위성정당 폭거로 무력화시키면서 당이 많이 좌절하고 위축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10% 가까이 정의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을 묶어세워서 내년 대선에서 양당체제를 종식하는 정의당의 시간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광주전남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지지율 2위를 유지하던 정의당의 지위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취임 이후 위태로워진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답변한 내용이었다. 어렵지만 다시 일어서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심 의원의 포지션이다.

 

심 의원은 위성정당 사태만 언급했지만 사실 겨우 당이 수습된 뒤에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문제로 더욱 가라앉은 분위기가 됐던 측면이 있다. 비대위를 거치고 지난 3월 여영국 대표가 취임했지만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

 

언론의 정치 지면에는 과거에 비해 정의당 뉴스가 급격히 줄었다. 3월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직을 내려놓고 본격 정치 행보를 밟게 되면서 지금까지 연일 야권 대선주자들의 경선 레이스만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심 의원이 광주 기자회견을 하는 이날에도, 김웅 의원(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이낙연 의원(민주당)이 대선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대형 정치권 뉴스들로 언론 지면이 뒤덮였다.

 

 

일찌감치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세의 흐름을 탔다. 다들 이번 대선은 “양당이 박빙”이라고 점치고 있다.

 

하지만 심 의원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제 양당 박빙 선거가 될 것이다. 이렇게 전망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전망은 빗나갈 것”이라며 “보수 성향이든 진보 성향이든 어느 당을 지지하든 이 양당 정치에 실망한 시민들이 정말 많다. 만약 양당 초박빙 선거가 되면 이분들 투표장에 안 나갈 것이다. 그것은 우리 시민들의 정치적 냉소주의를 부추기는 전망”이라고 강변했다.

 

심 의원의 바람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양당 정치의 폐해에 질려버린 시민들이 상당하겠지만 양당 말고 다른 세력이 대권을 잡을 것 같진 않다.

 

사실 정의당의 주가가 높았을 때도 어려웠을텐데 요즘 정의당의 분위기를 봤을 때는 더더욱 어려워 보인다. 20대 국회(2016년~2020년) 때만 하더라도 정의당은 지금처럼 6석에 불과했지만 △총리추천제로 개헌 정국을 선도했고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및 대폭 축소에 기여했고 △사상 최초로 진보적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했고 △10% 이상의 지지율을 달성했고 △여야 공기업 채용비리 국정조사 협상 때 강원랜드 카드를 던져 당시 자유한국당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지소미아 카드를 공식 제안해서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응하게 만들었고 △패스트트랙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 정국을 주도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 대표가 공식 일정을 수행하더라도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 하고 있다.

 

 

심 의원은 독일 사회학자 막스베버를 인용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치인의 숙명을 되새기고 있다. 어려운 환경과 처지 탓을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과거 2017년 2월28일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 정국이 펼쳐졌을 때 심 의원은 출마 선언을 하고 손석희 jtbc 사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때 손 사장은 당선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출마하는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손 사장 : 냉정하게 보면, 이게 정말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선 가능성과는 아주 현실적으로 보면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출마하시는 이유는 뭐라고 여쭐까요? 그렇게 질문을 바꿔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심 의원 : 왜 이렇게 단정하십니까?

손 사장 : 죄송합니다.

심 의원 : 아직 지금 선거 일정 확정도 안 됐는데 선거 다 끝난 것처럼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섭섭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출마하는가? 심 의원은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인물마저 자신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단정하는 것에 대해 섭섭함을 표했다. 심 의원이라고 정치적 현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계속 출마할 수밖에 없으니까 하는 거다. 그게 1세대 진보 정치인 심 의원의 사명이자 숙명이다.

 

 

고은영 전 녹색당 선거대책본부장은 8일 심 의원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총선은 녹색당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처절한 반성도 있었지만 왜 진보정당은, 왜 녹색당은 수권 비전이 없어서 왜 그 비전이 통용되지 않고 그것에 대한 마음을 모으지 않아서 내가 이 업을 다 맞은 거야라는 그런 생각도 사실 했다”며 “온힘을 다해서 수권하리라 그런 것들이 우리의 숙제가 선행되지 않으면 나같은 불쏘시개 청년들은 계속해서 상처받겠구나”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고 전 본부장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진솔한 얘기인데 나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진보정당 1세대 정치인으로서 너무나 큰 부채감을 느끼는 것이다. 근데 뭘 더 하라고 하면 그 이상 더 할 수가 없다. 은영씨가 대단한 것”이라며 “나는 몇 번의 진보정당의 실패를 거듭하면서 돌아가신 노회찬 대표님과 앉아서 자조적으로 우리는 철새야 진보 철새야 그랬다. 진보정당 여러번 거쳤기 때문에 그런 자조적인 얘기를 하는데 아 내가 진짜 처음부터 확고한 공적 의지를 가졌다면 그렇다면 진보정치의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민운동과 정당의 차이가 뭐냐. 정당은 권력을 잡아서 권력자원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게 정치다. 그러면 정당이 당연히 집권 전략이 없는 정당은 사실 정당이 아니”라며 “대부분 진보정당의 실패가 거기서 오는 게 아닌가. 청년 정치인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떻게 기회를 열어줄까. 늘 그런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주류 정당을 비판만 하지 말고 ‘권력 의지’를 갖고 ‘집권 비전’과 ‘집권 전략’을 치열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고 전 본부장은 “정의당 책임론 이런 얘기가 전혀 아니다. 정의당은 권한을 가지고 있고 행운을 가진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의 역사에 있어서 아주 많은 원내 경험, 노선투쟁의 경험, 다양한 전략의 경험을 압도적으로 많이 갖고 있다”면서 울컥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에게도 진보정당의 긴 어떤 걸음 중에서도 비전을 제공하고 끌어당길 수 있고 설득할 수 있는 가장 큰 권한과 행운을 가진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게 기회이자 행운이라는 걸 당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난 정의당이 부러운 이유가 그런 것이었다. 그건 행운이다. 분명히 스스로 만들어낸 행운이고”라고 풀어냈다.

 

아울러 “우린 되게 무기가 많다. 기후위기 시대 녹색 무기도 있고 수권하기 위한 무기들이 많다. 그러니까 공동의 비전만 마련하면 너무 좋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미 충분히 많은 성과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심 의원은 “우리가 성찰해야 하는 것은 우리는 늘 군소정당이고 작은정당이고 많은 후보들이 당 때문에 뭐가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할 때 너무 아프고 했는데 또 녹색당이 겪고 있는 현실은 더 열악했다”며 “정의당이 엄청난 성과를 갖고 있음에도 우리 당원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좌절감을 느끼고 은영씨가 한 말이 그게 행운이라는 것 그게 우리 당원들에게 큰 격려가 될 것 같다”고 응답했다.

 

이어 “정의당이 갖고 있는 5% 5석 이상에게 주어지는 TV 토론권 이게 어떻게 보면 진보정치 20년이 확보한 거의 유일한 자산이 아닌가”라며 “그래서 이걸 다른 진보정당들에 다 내놔야 한다. 뭔가 네트워크를 갖춰서 우리 정치가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가치를 우리 틀 내에서 다해야겠다는 고집을 버리고 기왕에 여러 가치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함께 묶어내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의당이 묶어낼 정당들과 묶어낼 사람들 중에는 민주당이 포함되지 않는다. 지겹도록 많이 거론되는 ‘단일화 압박’에 대한 이야기다.

 

심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시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진보 보수 어딨냐. 보수에 보수가 있냐. 민주당이 진짜 진보냐. 이렇게 묻고 있다. 내로남불 정치 신물난다고 하고 있다”며 “정의당은 정책과 비전이 같으면 공조를 해왔다 다르면 비판해왔다. 왜 민주당과 단일화를 해야 하는지 그 근거를 우리 시민들이 납득하지 못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의당이 진짜 시민의 삶도 선진국을 만드는 미래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드려서 양당에 실망한 시민들을 묶어세워서 미래로 가기 위한 그런 다리를 건너가겠다는 그런 각오로 이번에 출마를 했다”며 “범진보 단일화 이런 얘기를 했는데 이번 대선은 진보 대 보수의 대결이 아니고 산업화 민주화 세력은 결국 시장 기득권을 위한 정치를 해왔다는 게 분명해졌다. 시민의 삶을 위한 정치를 외면해왔다. 기득권 과거 정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답을 내놓는 대선이 되어야 한다. 심 의원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심 의원은 “우리 대한민국이 지난 7월에 유엔에서 선진국으로 지위 변경을 받은 첫 국가가 됐다”며 “근데 지금 OECD 지표를 보면 GDP만 10위이고 우리 시민의 삶을 표시하는 사회 지표는 모두 다 최악이다.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남녀 임금 격차 1위, 출생률 전세계적으로 최저, 중대재해 최저. 이렇게 돼 있다”고 읊었다.

 

이어 “나는 더불어민주당에게 묻는다”면서 아래와 같이 화두를 던졌다.

 

“이렇게 사람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나라가 선진국인가? 이렇게 불평등과 격차를 방치하는 나라도 제대로 된 민주 국가인가? 아이를 낳아서 이렇게 키우기 어려운 나라도 미래가 있는가? 바로 이것에 답하는 대선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답하기 위해 나 심상정 출마했다. 열심히 하겠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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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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