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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답다? '라떼 꼰대' 이제 그만 "아직도 두발규제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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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동래 지역 학생인권 3대 요구안 발표
두발규제, 야간자율학습, 스마트폰 일괄 수거

[평범한미디어 최은혜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당연한 문화로 여겨졌던 야간자율학습(반강제), 치마 길이 제한, 등교시 핸드폰 수거 등 이러한 풍경들이 이제는 ‘청소년 인권’의 관점에서 구시대의 관습이 된지 오래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는 지난 20일 부산교육청 앞에서 '동래' 지역 학생인권 3대 요구안 발표했다. 학교가 인권을 보장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원칙을 세우자는 학생들의 목소리였다.

 

 

아수나로는 3월부터 부산 지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인권 침해 제보(총 52건)를 받았는데 대부분(57% 30건)이 동래구에서 접수된 것이었다. 아수나로는 후속 조치로 '동래 지역 학생인권 3대 요구안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그 결과 114명의 학생이 3대 요구안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받았다.

 

3대 안건은 △스마트폰 일괄 수거 중단 △완전한 두발 및 복장의 자유 보장 △입시경쟁 강제학습 폐지 등이다.

 

아수나로 소속 김찬씨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3대 요구안은) 가장 많은 제보가 있었던 문제를 안건화 한 것"이라며 "휴대전화 일괄 수거 중단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학교에 권고하고 있는 사항이고 가장 많이 대두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여름방학 중임에도 방과 후 학습이나 자율학습이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곳이 있는 만큼 강제학습 폐지 구호는 아주 중요하다"면서 "두발 및 복장의 자유 보장은 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요구되고 있으나 여전히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학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교육청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교육복지에 관한 권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을 학생들의 기본권으로 보장해야만 한다. 그러나 동래 지역만 보더라도 학생인권조례를 왜 제정한 것인지 무색할 지경이다.

 

올해 모 중학교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학생의 공약과 연설문을 사전에 검열하고 내용을 수정하라고 사실상 강요했다는 것인데 피해 당사자 A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측은 A씨의 두발복장 등에 대한 규제 완화 공약을 문제삼으면서 "학생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심어줄 수 있다"는 명분을 들었다. 

 

 

인권위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교사가 후보자의 공약과 연설문을 검열하는 행위 자체가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취지다.

 

인권위는 "교사의 이같은 행위가 교육적 차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사실상 후보자의 공약과 연설문 내용을 제한하는 그릇된 관행"이라며 "교육을 빌미로 아동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탈학교 청소년들도 있지만 한국에서 청소년은 대부분 학교에서 학생으로 존재한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는 기간이다. 특히 자아 재정의, 가치관 확립 등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에 대한 존중을 학습하는 시기다. 자연스럽게 스스로 이런 과정을 밟아야 한다. 자기 주체성은 곧 타인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국범근씨는 7년 전 본인의 컨텐츠를 통해 '학생답지 못 하게 파마를 했다'고 나무라는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소신을 피력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국씨는 "도대체 학생답다는 말의 본질이 뭘까?: 학생은 배우는 존재다"며 "배운다는 것은 세계를 주체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 아닌가?"라고 운을 뗐다.

 

이어 "프랑스 철학자 콩도르세는 교육의 목적이 현 제도의 추종자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보완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우리 학생들은 전혀 그렇지 못 하다"고 환기했다.

 

동시에 국씨는 "역사상 사회 변혁을 주도해온 세력은 언제나 학생들"이었다며 "모든 진보적인 움직임의 선두에는 학생들이 있었다구요"라고 피력했다.

 

 

실제 광주학생항일운동,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중대한 흐름에는 청소년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성세대는 청소년을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국씨는 "가장 급진적이고 도전적이어야 할 학생들이 온갖 자질구레한 제약에 묶여 아무 것도 하지 못 하는 게 어른들이 소위 말하는 학생다운 태도인가?"라며 "학생들은 축사 속의 돼지마냥 어른들이 만든 울타리에 갇혀있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학생은 기존 사회의 모든 부조리와 비합리에 맞서 투쟁해야 할 존재다. 그게 진정 학생다운 태도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작년 21대 총선부터 만 18세 고3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청소년이 뭘 알겠냐?"라는 식의 편견이 존재한다. 선거권 연령 하향을 계기로 청소년의 참정권 보장 정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길 기대하며 학교 현장에서 짓눌려온 학생인권의 꽃이 피어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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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평범한미디어 최은혜 기자입니다.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담아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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