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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노동자들에게 남긴 상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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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산재사고와 노동력 착취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2명의 산업재해 피해자가 있다. 지난해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A씨와 또 다른 물류센터 신선식품 냉동고에서 일하다 손에 동상이 걸린 B씨다. 둘의 공통분모는 산재 인정을 받지 못 한 쿠팡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유통 메기에서 공룡으로 급성장한 쿠팡이 끊임없는 산재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안일한 대처는 덤이다. 지난 1년간 쿠팡에선 많은 일이 벌어졌다. 부천물류센터에서 152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고, 인천물류센터과 칠곡물류센터에서는 각각 40대 노동자와 20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마장물류센터와 동탄물류센터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쿠팡에서는 한 해 200건이 넘는 산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로켓 배송이라며 당일 주문 당일 도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쿠팡이다. 판매자와 택배 노동자를 쥐어짜서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갔다. 그렇게 온라인 유통을 넘어 전체 유통업계 왕좌에 올랐다. 그러나 커진 덩치만큼의 사회적 책임은 온데간데 없다. 

 

 

A씨는 지금 코로나 완치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집단감염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더 빨리 더 많이"가 일상화된 쿠팡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은 물류의 효율보다 뒤쳐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작업장 내부 방역 조치는 형식적이었다. 물류센터 안으로 들어가면 그마저도 무시되기 일쑤다. 새벽 배송과 로켓 배송에 치여 방역이고 뭐고 다닥다닥 붙어서 눈코 뜰새 없는 단순 노동이 반복된다.

 

그러나 수많은 노동자들이 쿠팡 물류센터를 거쳐가고 거리두기가 쉽지 않은 만큼 더욱 철저한 방역 환경이 조성돼야 마땅하다. A씨를 비롯한 쿠팡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건강권을 지켜낼 짬도 없이 노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쿠팡 작업장 안에서는 산재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 대처하기 위한 노동자의 능동성이 사라진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속 컨베이어 벨트. 그 거대한 메커니즘에서 노동자는 그저 부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노동자가 쿠팡의 부당함에 맞서는 순간 '해고' 등 백전백패 불이익 뿐이라는 사실이다.

 

A씨는 허술했던 방역 조치를 지적하며 산재를 신청했다가 재계약을 거부당했다고 한다. 참고로 쿠팡은 노동자들이 하나 둘 법적 대응을 하자 취업규칙에 사측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권한에 관한 내용을 슬그머니 추가했다. 

 

 

B씨는 영하 10도 이하 냉동창고에서 일하다 손에 동상을 입었다. 당시 쿠팡에선 낡은 방한복과 목장갑만을 지원했다고 한다. 영하 10도 이하임에도 그게 전부였다. 동상이 없는 게 이상했다. B씨는 산재 신청을 했지만 일용직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B씨는 어쩌면 그나마 나은 케이스일지 모른다. 비정규직으로 신선식품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해왔던 이들보다 단기 근무를 했기 때문에 피해가 적었다. 지금도 불안정한 고용 구조로 산재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쿠팡 노동자들이 폭염 속에서 장시간 방치되어 있다.

 

MBC 등 여러 언론들에서 쿠팡 내 사망 사고를 지적하고 있지만, 쿠팡은 법적 대응으로 기사를 쓴 기자 개인을 겁박하고 있다. 

 

물론 쿠팡만 악랄한가? 그건 아니다. 여타 온라인 유통업체 물류센터에서는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이 쉽게 무시되고 있다. 불법을 피해간다는 것이 합법이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대기업이 노동자를 상대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둔 것 뿐이다. 과연 노동자들의 가슴에 난 구멍은 누가 메워줄 것인가. 

프로필 사진
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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