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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로 인정받지 못 하는 노동자들 '아나운서부터 학습지 교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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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아니라며 퇴직금 거부하는 사측 수두룩
"계약 형태가 어떻든 간에 근로자 권리 행사 가능"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 했던 김도희 전 TJB 대전방송 아나운서가 최근 사측을 상대로 한 법정 소송에서 승소했다.

 

지난 2018년 1월 약 6년간 몸담고 있던 TJB를 떠난 김 전 아나운서는 퇴직금을 받지 못 했다. 프리랜서 계약을 했기 때문에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사측의 고집 때문이다. 이에 김 전 아나운서는 2018년 2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퇴직금과 유급 휴가임에도 무급 처리되어 받지 못 했던 임금 미지급건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했고 노동청은 같은 해 8월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메인 뉴스 앵커였다. 신입 아나운서를 채용할 때 면접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사측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을 정도였다. 누가 봐도 TJB의 인정을 받는 유능한 아나운서였다. 그러나 사측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김 전 아나운서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측에선 전속 계약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고집하기 위해 아나운서 계약서를 프로그램별 출연 계획서를 바꿨다. 무엇보다 김 전 아나운서에게 외부 행사 금지령을 내렸으며 할머니 장례식 참석을 위해 낸 경조사 휴가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TJB가 김 전 아나운서를 노동자로 보지 않는 사유는 너무나도 빈약하다. 김 전 아나운서가 방송사고를 냈음에도 징계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노동력을 제공했더라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 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대전 유성구 소재 유명 브랜드 미용실에서 8년간 헤어디자이너로 근무했던 A씨는 지난 2월 일을 관뒀다. 그런데 지금까지 퇴직금을 받지 못 하고 있다. 매달 정해진 급여를 받는 '월급제'가 아니라 매출액에 비례한 수당을 받는 '배분제'로 일했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 미용실측의 입장이다. 그래서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금천구에서 학습지 교사로 일해왔던 B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교육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특별한 개입이 없었기에 사측에선 그를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간주했고 그 핑계로 퇴사한 지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노동을 했는데 노동자가 아니라니? 모순 그 자체다. 

 

노동법 전문 김희석 변호사에 따르면 노동자성 인정 여부는 계약 형태를 불문하고 노동을 제공했다는 사실관계를 근거로 판단돼야 한다. 아무리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노동력을 제공했기 때문에 노동자가 맞다. 즉 김 전 아나운서, 헤어디자이너 A씨와 학습지 교사 B씨 모두 퇴직금 지급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시 김 전 아나운서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TJB와 노동청이 내린 결론과는 달리 법원은 김 전 아나운서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줬다.

 

20일 대전지법 제1민사부는 1심 판결 이후 1년 1개월만에 김 전 아나운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측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김 전 아나운서의 노동자 지위를 부정하고 취업규칙의 적용을 배제했다고 판결했다. 특히 연차 휴가 사용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TJB에 소송 비용은 물론 미지급 임금 전액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김 전 아나운서의 사례처럼 소송까지 불사하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는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노동없이 노동자가 될 수는 없지만 노동을 해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 하는 것은 명백히 한국적인 상황이다.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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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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